매진, 매진···20년차 춘천 마술사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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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진, 매진···20년차 춘천 마술사의 '매직'

    베테랑 마술사이자 공연 기획사 ‘아이엠매직’ 대표
    샌드아트, 벌룬쇼, 버블쇼, 레이저쇼로 장르 다양화
    “마술 결합 공연 많아져야 마술사 양성할 수 있어”

    • 입력 2022.04.18 00:01
    • 수정 2023.09.07 11:4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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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 마술극 ‘마술이닭’의 한 장면. 소극장 연극바보들에서 이달 16~17일 오후 2시와 5시에 열린다. (사진=아이엠매직)
    코믹 마술극 ‘마술이닭’의 한 장면. 소극장 연극바보들에서 이달 16~17일 오후 2시와 5시에 열린다. (사진=아이엠매직)

    매년 1~3월은 공연 보릿고개라 불린다. 그러나 올해초 춘천 공연계에서는 '마술 같은 매진' 소식이 화제였다. 춘천 소극장 연극바보들에서 열리는 공연 ‘마술이닭’이 8번 공연 중 6번 73석 전석 매진을 기록한 것. 

    공연 ‘마술이닭’은 오효택(36) ‘아이엠매직’ 대표와 장혁우(39)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이사장이 함께 기획한 '코믹 마술극’이다. 닭들의 기억력을 높여줄 실험을 하던 마술박사가 지구에 떨어지면서 다시 치킨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웃음 에너지를 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쉴새 없이 웃음이 터지는 코믹극에 마술쇼, 그림자쇼까지 결합한 공연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마술이닭’을 기획한 오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활동해 온, 춘천을 대표하는 마술사이다. 오 대표는 MS투데이 인터뷰에서 "'마술이닭'은 춘천 하면 닭갈비가 떠오르는 것처럼, 춘천 하면 떠오르는 공연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고 했다. 

    흔히 '마술사'라고 하지만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 오 대표와 비슷한 시기 활동을 시작한 이은결 마술사는 대형 장비로 사람이 나타나거나 사라지게 하는 일루전 마술의 고수다. 또 클로즈업 마술로 세계에서 인정 받은 최현우는 심리를 이용한 마술에 특히 능하다.

    오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보는 내내 웃을 수 있는 코믹 마술에 주력해 왔다. 그는 "일반적인 마술이 신기함에서 그친다면 코믹 마술은 신기함뿐 아니라 재미와 웃음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마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에게 줄 수 있는 건 콘텐츠뿐

     

    오효택 아이엠매직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오효택 아이엠매직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오 대표와 마술의 만남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촌 동생의 카드마술을 보고 재미를 느낀 그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혼자 마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할 수 있는 마술이 늘 때마다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술에 점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춘천의 유일한 마술공연 기획사에 들어가며 마술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효택 마술사가 마술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아이엠매직)
    오효택 마술사가 마술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아이엠매직)

    하지만 그의 마술 인생 첫 10년의 기억은 행복하지만은 않다. 오 대표는 “처음 마술을 시작할 때만해도 마술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았고, 서커스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며 "친구들과 추억도 쌓지 못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공연 다녔지만 10년간 수입은 500만원 남짓이었다”고 했다.

    오 대표가 직접 공연기획사를 차린 것은 후배 마술사들이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서이다. '망하더라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면서 2011년 동료들과 함께 ‘아이엠매직’을 꾸렸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함께하던 친구들은 떠나갔지만 그는 마술팀을 공연회사로 성장시켰다. 버블쇼를 시작으로 레이져쇼, 그림자쇼, 샌드아트 등 마술공연과 합동 공연이 가능한 장르를 끊임없이 개척해 서울, 원주, 화천, 등 전국 각지에서 4000회 이상 공연했다. 

    “젊은 시절 고생하며 먼저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마술사가 꾸준히 나올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기술만 가르치는 건 ‘백수 양성’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마술사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넓히고 훗날 마술사 지망생을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침체기··· 도전의 기회로

    2020년 갑자기 닥친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기간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영상 제작이 가능한 샌드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 형식을 개척해 온 덕분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모래로 들려주는 동화이야기’를 공연하고 있다. (사진=아이엠매직)
    어린이를 대상으로 ‘모래로 들려주는 동화이야기’를 공연하고 있다. (사진=아이엠매직)

    오 대표는 무하와의 첫 콜라보 공연인 ‘마술이닭’을 시작으로 ‘마술극’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마술과 뮤지컬을 결합한 매직컬(매직+뮤지컬) 장르처럼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최적화된 성공사례가 아직 없어요. 각 장르의 특장점을 살려 균형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아직 시험 단계지만 마술극에 새 지평을 열고 싶어요.”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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