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동화] 하. 그림책 읽던 아이가 그림책 만드는 어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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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동화] 하. 그림책 읽던 아이가 그림책 만드는 어른으로

    조미자 작가 “유아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
    슷카이 작가 “아이 존중해야 혐오·차별 없는 사회로 성장”
    봄개울 출판사 “독자적 표현 방식, 새 예술 장르로 봐야”

    • 입력 2022.04.11 00:01
    • 수정 2022.05.09 10:48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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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으로 시작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환경, 학대, 죽음, 빈부 격차, 인종 차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동화들이 늘고 있다. ‘동화=어린이의 전유물’이란 등식은 깨지고 ‘어른동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다. 동화의 독자층도 ‘어른이’로 확대되고 있다.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동화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조미자 작가의 ‘불안’ ‘책 속으로’(위) 슷카이 작가의 ‘수상해’ ‘고양이를 안는 법’(아래) 표지. (사진=조미자·슷카이 작가)
    조미자 작가의 ‘불안’ ‘책 속으로’(위) 슷카이 작가의 ‘수상해’ ‘고양이를 안는 법’(아래) 표지. (사진=조미자·슷카이 작가)

    “모든 어른은 한때 어린이였다.”

    어릴 적 그림책을 읽으며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고, 친구와 화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손을 잘 씻어야 하는 이유를 배웠다.

    그림책을 읽고 자란 아이는 커서 그림책을 통해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고민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짧은 분량의 글, 자유분방한 그림. 그림책은 어쩌면 ‘그림과 책’의 단순한 조합 같지만, 그림으로 말하고 이야기로 그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소통한다.

    ▶조미자 작가 “읽기 시작하는 나이는 있어도 마치는 나이는 없다”

     

    조미자 작가가 작업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미자 작가)
    조미자 작가가 작업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미자 작가)

    춘천 출신 조미자 그림책 작가는 2000년 춘천의 한 공원을 그린 ‘어느 공원의 하루’로 데뷔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그가 전형적인 진로가 아닌 그림책 분야에 뛰어든 것은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한 존 버닝햄 동화작가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가 계기였다. 무거운 주제를 편하게 전달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면서 20여년간 21권의 그림책을 창작했다.

     

    조미자 작가의 ‘어느 공원의 하루’ 표지와 춘천이 언급된 첫 장. (사진=조미자 작가)
    조미자 작가의 ‘어느 공원의 하루’ 표지와 춘천이 언급된 첫 장. (사진=조미자 작가)

    그의 작품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공감이다. 특히 그림책 ‘걱정 상자’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다룬다. 최신작 ‘책 속으로’는 걱정, 불안, 슬픔처럼 찾아오는 감정이 아닌 찾아 헤매야 하는 감정을 이야기하고자 용기를 주제로 내세웠다. 

    “‘불안’은 말그대로 불안한 감정을 담은 책이에요. 제 이야기를 담아 비유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마다 자신의 상황과 감정으로 이해하더라고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독자에게 닿는 지점에서 공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조미자 작가의 작업 공간. (사진=조아서 기자)
    조미자 작가의 작업 공간. (사진=조아서 기자)

    그림책의 보편적인 소재나 심리는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충분히 소구력이 있으며 삶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독자 서평에서도 드러난다. “불안을 공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불안을 경험한 적이 있는 누구라도 이 책은 좋은 책이 될 것 같다”(슈*),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위안을 얻고자 할 때 읽으면 너무나 좋은 어른 동화책”(m*****1), “100세까지 볼 수 있는 어른 그림책이라 힐링 받았다”(1********5) 등의 반응이 대다수다.

    “대상 연령이 5~6세 이상이면 그 나이부터 100세까지 모두 볼 수 있다는 뜻이죠. 제 책을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 좋겠어요.”

    ▶슷카이 작가 “어린이 존중 사회, 차별·혐오 아닌 공감·위로로 가득”

     

    슷카이 작가가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슷카이 작가가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에서 활동하는 슷카이(최하늘) 그림책 작가는 2018년 만화 ‘은근 짜릿해’를 출간한 뒤 그림책 ‘수상해’ ‘약사리 외계인’ ‘고양이를 안는 법’을 작업했다.

    그는 20대 후반 여자 주인공 ‘은근이’, 어린아이 ‘최수상’, 여덟 살 ‘노양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이 겪는 일상 속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낸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 슬프고 무서웠던 기억, 창작욕이 폭발했던 시기가 모두 유년시절이에요. 뭐든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유년시절은 일생에 있어서 잔상이 많이 남는 시기죠. 그 처음을 함께할 수 있는 게 그림책입니다. 어른이 된 제가 힘들 때마다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은 희망의 메시지로 제 곁에 살아있어요.”

     

    슷카이 작가의 그림책과 그림책 굿즈들. (사진=조아서 기자)
    슷카이 작가의 그림책과 그림책 굿즈들. (사진=조아서 기자)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동문학의 힘을 전파한다. 올해 100주년이 된 어린이날(5월 5일)은 어린이 인권 신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존중을 받고 자란 아이가 존중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 생기면서 아동 인권이 관심 받고, 어린이를 존중하게 됐잖아요. 어린이가 처한 다양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게 아동문학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어른이 많아져야 혐오와 차별이 아닌 공감과 위로가 있는 세상이 된다고 믿습니다.”

    ▶출판사 봄개울 “재미있되 건강하게, 품위 있게”

     

    춘천 남면에 위치한 출판사 ‘봄개울’. (사진=봄개울)
    춘천 남면에 위치한 출판사 ‘봄개울’. (사진=봄개울)

    ‘봄개울’은 그림책과 아동동화, 아동교양서를 출간하는 출판사다. 김유정 마을에 반해 춘천에 자리 잡은 부부 박우일 대표와 김난지 편집주간이 2019년 문을 열었다. 

    ‘출판사는 책을 통해 독자에게 존재 의미를 전달한다’는 사명 아래 봄개울의 도서는 ‘재미있되 건강하게, 품위 있게’를 지향하고 있다.

    “그림책은 읽고 싶은 만만함이 매력이죠. 그렇다고 손이 가게끔 알록달록 포장한 불량식품을 만들긴 싫어요. 불량식품 같은 재미보다 건강하고 품위 있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봄개울에서 출간한 책들. (사진=봄개울)
    봄개울에서 출간한 책들. (사진=봄개울)

    최근 출판계에서는 그림책이 ‘어린이 대상 도서’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독립 장르로서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독립된 장르가 아닌 아동문학의 하위 장르로 분류되는 관행은 여전하다.

    “그림책은 독자적인 표현 방식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독자층, 다채로운 소재, 풍부한 주제를 갖고 있어 기존 범주에 귀속시키기 어려워요. 글과 그림이 호응을 이루고, 글을 통해서도 그림을 통해서도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서 분류돼야 한다고 봅니다.”(김난지 편집주간)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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