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동화] 상. 꿈 아닌 쉼 찾아 ‘동화 읽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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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동화] 상. 꿈 아닌 쉼 찾아 ‘동화 읽는 어른들’

    ‘어른 동화’의 높아진 인기··· 세대 공감
    다양한 주제 다뤄··· 인식 변화 뒷받침
    동화 읽는 모임 ‘어린이도서연구회’
    전시·강연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확장

    • 입력 2022.04.09 00:02
    • 수정 2022.05.09 10:48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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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으로 시작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환경, 학대, 죽음, 빈부 격차, 인종 차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동화들이 늘고 있다. ‘동화=어린이의 전유물’이란 등식은 깨지고 ‘어른동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다. 동화의 독자층도 ‘어른이’로 확대되고 있다.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동화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얼마 전 한국 문학계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 이수지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우리나라 작가 중 최초다. 아시아에서는 미츠마사 아노 작가 이후 38년 만의 수상이다. 수상 소식 직후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는 교보문고의 3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그림책을 향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불멸의 명작은 절망 속에서 만들어진다. 동화계의 거장 안데르센은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동화작가를 꿈꾸며 어머니를 모델로 한 ‘성냥팔이 소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 ‘미운 아기오리’ 등을 탄생시켰다. 또 무민 캐릭터의 아버지 토베 얀손은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평화를 안타까워하며 무민을 구상했다. 세계 대공황 시기에 나온 디즈니의 ‘아기 돼지 삼형제’는 주제곡 ‘누가 크고 나쁜 늑대를 두려워하냐(Who’s afraid of the big bad wolf?)’를 유행시켰다.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겪었던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 ‘강아지똥’도 인권을 탄압하던 군부독재 시절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의 활동 모습. (사진=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의 활동 모습. (사진=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

    ▶‘동화 읽는 어른들’ 어린이도서연구회

    3년째 지속되는 팬데믹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동화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 속에서 전 세대에게 따뜻한 위로와 담담한 용기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 흐름에 따라 아동문학을 대하는 성인의 인식과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서은영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장은 “어린이 도서를 접하기 전에는 책의 수준이 낮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면서 “어린이 도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선입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어린이 책을 읽고,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가꾸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는 매주 어린이 도서 한 권을 지정해 읽고, 화요일마다 독서모임을 갖는다. 회원은 39명. 이들의 연령층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뿐 아니라 비양육자도 아동문학을 선호하는 것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가 지난 5일 전수경 동화작가(왼쪽)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가 지난 5일 전수경 동화작가(왼쪽)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8일 MS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대학교와 한림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였다. 예스24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아몬드’는 12위,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탄 ‘긴긴밤’은 13위에 올랐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아몬드’는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을 크게 고양시킬 한국형 영어덜트(Young Adult) 소설의 등장”이라고 평했다. 영어덜트 소설이란 청소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문학이다.

    서은영 춘천지회장은 “셋째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시기에 그림책을 만났다”면서 “책을 통해 배운 희망과 용기로 시민기자와 동화작가에 도전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희현 어린이도서연구회 춘천지회 교육부장은 “위로나 인정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며 “내 안의 아이를 간직한 어른들에게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시립도서관 로비에 조성된 ‘그림책 큐레이션’ ‘그림책 컬렉션’ 코너.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시립도서관 로비에 조성된 ‘그림책 큐레이션’ ‘그림책 컬렉션’ 코너. (사진=조아서 기자)

    ▶그림책 매개로 다양한 문화 파생

    얇고 간결한 그림책의 매력은 문턱을 낮추고, 그림책에서 파생된 다양한 형태의 활동들은 관심층의 유입을 지속시킨다. 실제로 그림책 강좌, 그림책 전문 출판사, 그림책 전문 책방이 늘고 있다.

    올해 ‘그림책도서관’ 특화 운영을 내세운 춘천시립도서관은 현재 그림책 캐릭터·굿즈·달력 만들기, 그림책 컬러링, 그림책 매직쇼·연극, 그림책 전시 등 7개 분야에서 23개의 프로그림을 계획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프로그램 대상이 아동과 성인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이달부터 ‘성인을 위한 교과서 그림책 깊이 읽기’ 강좌가 시작됐고, 5월부터는 그림책 속 장면을 구현한 세트를 제작해 ‘그림책 속 장면 세트 체험’을 진행한다. 11월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그림책 작가 초청 토크쇼’가 열린다. 또 춘천시립도서관 로비에서는 매달 주제에 따라 선정된 ‘그림책 큐레이션’ ‘그림책 컬렉션’을 선보인다.

    최인영 장난감도서관 담당자는 “춘천시민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고취시키고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올해 그림책에 특화된 도서관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춘천시립도서관 1층에 비치된 태몽그림책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시립도서관 1층에 비치된 태몽그림책들. (사진=조아서 기자)

    특히 춘천시립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6월에도 태몽그림책 참여자를 모집해 시민작가의 탄생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림책과 아동동화, 아동교양서를 출간하는 박우일 봄개울 대표는 “단순히 책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활동들이 많아지면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강원디자인진흥원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주제로 전시 ‘I Like Books’를 열었다. 설치미술·영상·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책과 함께 전시를 즐기게 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조미자 그림책 작가는 “요즘 그림책 독서 모임은 물론 필사 모임, 시니어 그림책 모임 등 그림책이 다양한 계층과 분야와 연결되고 있다”며 “그림책에 접근하는 사람도, 방법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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