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생활사 담긴 천차만별 주전자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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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의 생활사 담긴 천차만별 주전자 ‘100선’

    ‘수집가의 방’ 첫 주자 이수홍 수집가
    50년간 모은 주전자 100여점 선보여
    생활사 엿볼 수 있는 수집의 가치

    • 입력 2022.04.01 00:01
    • 수정 2022.04.01 14:01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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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홍 수집가. (사진=조아서 기자)
    이수홍 수집가. (사진=조아서 기자)

    각양각색의 주전자들이 시민생활문화공간 ‘갤러리 요’에 전시됐다. 독특하고 다양한 100여점의 주전자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물이나 술을 데우거나 담아 따를 때 쓰는 주전자는 귀때 그릇이 발전한 형태다. 귀때란 새의 부리같이 그릇의 한쪽에 바깥쪽으로 내밀어 만든 구멍이다. 재료는 금속, 나무, 자기, 유리 등 다양하다. 구조는 보통 몸체, 주구, 뚜껑, 손잡이로 구성된다.

    요즘은 생수를 사 마시거나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주전자의 쓰임이 줄었지만 주전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문화와 지리적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생활사를 보여준다.

    전시된 100여점의 주전자는 이수홍(79) 수집가가 50년간 모은 2600여점의 주전자 중 일부다. 그는 보리차를 끓여 마시던 아버지의 검은색 철제 주전자를 시작으로 한국, 중국, 일본 주전자와 도자기의 수집 생활에 나섰다.

     

    이수홍 수집가의 주전자들. (사진=조아서 기자)
    이수홍 수집가의 주전자들. (사진=조아서 기자)

    오래전 무덤에는 장신구, 무기는 물론 주전자, 그릇, 수저 등 식생활과 관련된 손때 묻은 생활용품들도 껴묻거리로 함께 묻었다.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옛날엔 자신이 쓰던 물건을 물려주고 대대로 쓰는 풍속이 있어 그 시대의 물건에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어요. 현대에 발굴되는 옛 식기를 보며 그 시대를 알 수 있는데 1000년 뒤, 1만년 뒤엔 땅을 판다고 옛 조상을 알 수 없죠. 그래서 단 몇 천개라도 모아서 물려주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는 오랜 세월을 지낸 주전자부터 최근 만들어진 주전자까지 구분하지 않는다. 모두 수집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전자 모양은 연꽃, 잉어, 닭, 고양이, 봉황, 용 등을 본떠서 만들었다. 소나무, 무궁화, 새, 해태 등 여러 문양도 새겨져 있다.

     

    고양이, 봉황, 연꽃 등 각양각색의 주전자. (사진=조아서 기자)
    고양이, 봉황, 연꽃 등 각양각색의 주전자. (사진=조아서 기자)

    “중국 주전자는 화려하고 호화스러워요. 일본 주전자는 가늘고 유연한 곡선이 많죠. 우리나라 주전자는 투박하고 실용적이에요. 나라별 공통점은 있지만 같은 주전자는 단 하나도 없어요. 말 그대로 100가지각색이에요.”

    수집은 한 사람의 역사이자 시대의 역사다. 의미와 가치는 세월이 흐른 뒤 정해지지만 수집가가 수집하지 않은 물건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다루는 ‘주전자’를 매개로 세대의 소통과 교감을 이루고자 한다.

     

    이수홍 수집가의 자택에 전시된 다양한 수집품. (사진=이수홍 수집가)
    이수홍 수집가의 자택에 전시된 다양한 수집품. (사진=이수홍 수집가)

    “제 아버님도 수집가였어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뿌리에서 길어 낸 뜻은 아버지에서 저에게로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수집은 당장의 의미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널리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면서 그 가치가 더해집니다. 누군가의 수집이 하나의 문화와 예술로 인식되길 바랍니다.”

    3월 11일 문을 연 ‘갤러리 요’는 춘천시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활사 수집품 전시 ‘수집가의 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전자 수집가 ‘이수홍 전’은 6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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