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음악과 대화 중입니다" LP 레코드 카페 ‘상우’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쉿! 음악과 대화 중입니다" LP 레코드 카페 ‘상우’

    효자동 골목에 녹아든 아날로그 레코드숍
    영화 '봄날은 간다' 속 '상우'와 닮은 공간
    뉴에이지·앰비언트 등 연주곡 장르 중심

    • 입력 2022.03.27 00:01
    • 수정 2023.09.07 11:57
    • 기자명 권소담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일 오후 춘천 효자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문을 열자,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실내를 채우고 있었다. CD나 디지털 음원이 아니라 턴테이블 위에 놓인 LP(Long-playing) 판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LP 레코드숍을 겸해 운영하는 카페 '상우'다.

    '상우'에서는 일행과 마주 앉을 수가 없다. 의자는 모두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향했다.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진 촬영을 하면 안 된다. 커피조차 소음이 없는 핸드 드립으로만 내리고, 소음이 큰 에스프레소 머신은 들여놓지도 않았다. 김선영(35) 대표는 "요즘 시대에 굳이 LP 판을 찾아 듣는 사람들이 소리에 얼마나 민감하겠나"라며 "음악 감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해질녁의 상우. 사색적인 음악 경험을 제공하는 춘천의 레코드 숍이다. (사진=상우 제공)
    해질녁의 상우.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춘천의 레코드 숍 겸 카페다. (사진=상우 제공)

    ▶연주곡 음반 파는 조용한 카페

    최근 LP 레코드의 유행은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보다는 2030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음악만을 듣고 자란 MZ 세대가 '생소한'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한다. 김 대표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리와 특유의 질감이 LP의 매력"이라며 "피아노 연주도, 사람의 목소리도 원래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춘천에서도 LP를 매개로 한 가게들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업한 '상우'는 연주곡 중심으로 플레이 리스트를 구성하고, 차분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원목 무늬 가구들 외에는 특별한 인테리어 소품도 없다. 김 대표는 "혼자서 혹은 2명 이내로 방문해 조용히 음악에 집중하며 사색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사실 영업 전략보다는 제 개인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 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춘천에서 산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춘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숙박과 여행 경험을 계기로 춘천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춘천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여기서는 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천천히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운영하던 다이닝 펍을 정리하고 지난해 2월 춘천으로 터전을 옮겨 왔다.  

     

    청음용 LP를 정리하는 김선영(35) 상우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청음용 LP를 정리하는 김선영(35) 상우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에서 음악과 ‘서로 만나다’

    '상우'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인 사운드엔지니어 ‘상우’의 이름에서 따왔다. 세상의 다양한 소리를 찾아다니며 새롭게 발견하는 인물이다.  ‘서로 만나다’라는 의미의 ‘相遇’를 덧씌웠다. 

    상우에서는 주로 뉴에이지와 앰비언트(Ambient), 인디 장르의 LP와 CD를 판매한다. 음악 장르에서 앰비언트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멜로디 구조를 부각하는 연주곡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환경 음악’으로도 불리며 사색적이고 잔잔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탁월하다.

     

    오롯이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인 상우에서는 큰 소리의 대화나 연속적인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사진=권소담 기자)
    오롯이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인 상우에서는 큰 소리의 대화나 연속적인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사진=권소담 기자)

    상우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커피 애호가 뿐 아니라 연주곡 팬들도 단골이다. 음반은 모두 직접 들어본 후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는 레코드의 매력을 다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들어본 후 음반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상우를 자주 찾는다. 판매하는 LP의 가격은 3만~5만원 수준, CD는 1만~3만원이다.

    상우는 싱가포르의 듀오 밴드 아스피디스트라플라이의 프로듀서 릭스 앙(Ricks Ang)이 설립한 ‘키친 레이블’의 음반을 주로 판매, 물건은 대부분 싱가포르에서 직접 들여온다. 일본 앰비언트 장르를 비롯해 일부 아티스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우에서만 취급한다.  올해 1월 참가한 ‘서울 레코드 페어’에 참가한 이후로는 온라인 플랫폼(records-sangwoo.com)을 통한 판매도 늘었다. 

     

    김선영 상우 대표의 추천 음반 3종. (사진=권소담 기자)
    김선영 상우 대표의 추천 음반 3종. (사진=권소담 기자)

    김 대표는 상우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음반으로 일본 뮤지션 젠 타나베의 ‘바람의 소리’(CD‧2만7000원)를 꼽았다. 앰비언트 장르의 음반으로 나무 소리와 바람의 공명을 음악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일본 피아니스트 히데유키 하시모토의 ‘Home’(CD‧2만3000원)과 싱가포르의 듀오 밴드 ‘아스피디스트라플라이(ASPIDISTRAFLY)’의 ‘A Little Fabel’(LP‧4만6000원)도 추천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하이하바 등 지역 음악가와 협업해 공연 기획이나 콘텐츠 확장도 진행할 생각”이라며 “춘천을 닮은 음악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상우만의 색깔을 채운 공간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