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정상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취임 이후 지역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임대차 3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아파트 전세 시장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를 통해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다. 주요 내용은 △기존 2년의 임차 계약이 끝나면 1회에 한해 추가 2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 △임대료 증액의 상한선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계약 30일 이내 관련 정보를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신고제’ 등이다.
국민의힘은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서 “임차인 거주 여부와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에 따라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격이 차등화되는 등 시장 질서가 혼란해졌고, 세금 인상분이 전·월세에 전가돼 임차 가구의 임차료 부담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춘천에서도 전세 물건이 한동안 크게 줄어드는 등 정책 시행의 부작용을 겪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지난 2020년 7월 말 382개였던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은 2개월 뒤인 2020년 9월 말 267개, 제도 도입 반년 뒤인 2021년 1월 말 188개로 각각 감소했다.
매물 수만 놓고 보면 6개월 만에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가 절반으로 줄었다. 단 해당 시기 지역 내 신축 아파트 입주 등이 적었던 영향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동시에 아파트 전세 시세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2020년 7월 1억4606만6000원이었던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같은 해 9월 1억4784만9000원으로, 2021년 2월 1억5546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반년 만에 아파트 전셋값이 939만5000원(6.4%) 오른 셈이다.
올해 1월 기준 평균 전세가는 1억8913만2000원으로,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1년 반 동안 4306만6000원(29.5%) 상승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임대차 3법의 적절한 개정과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등록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시장 여건을 고려해 전용면적 60㎡ 이하의 매입 임대용 소형 아파트 신규 등록을 허용하고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7월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을 앞두고 있어 제도 변화에 따라 전세 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진보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 바뀌었던 선례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008년 2월 67.3이었던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09년 2월 65.9, 2010년 2월 68.6으로 비교적 평이하게 움직였다.
다만 ITX 개통 등 교통 인프라 확대를 계기로 2011년 2월 76.9, 2012년 2월 93.0 등 전반적인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실과 정책의 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춘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춘천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아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외지인 투자자들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각 지역 실정에 맞는 점진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명확해야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등은 그렇지 못한 것이 시장의 현실”이라며 “임대차3법에 대한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논의를 하되, 전세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