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글씨, 읽는 그림··· 문(文)으로 ‘문(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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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글씨, 읽는 그림··· 문(文)으로 ‘문(門) 열다’

    이청옥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강원지회장 초대전
    ‘문을 여는’ 새로운 시도··· 한글 활용해 ‘문자도’ 선보여

    • 입력 2022.03.13 00:01
    • 수정 2022.03.14 00:20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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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열다-2022’. (사진=이청옥 작가)
    ‘문 열다-2022’. (사진=이청옥 작가)

    대개의 문자는 상형문자에서 기원했다. 이집트 상형문자와 한자가 대표적이다. 과학성과 기능성의 우수함을 인정받은 한글 역시 발음기관과 입술 모양을 본떠 만든 자음 등의 성격을 고려해 상형문자의 성격을 띤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래의 상징성보다도 한글 그 자체의 회화성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스위스’라는 한글 문자를 보고 ‘산 속에 창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용병사업을 했던 스위스를 잘 표현했다는 스위스인의 평이나 동그라미 ‘o’의 유무로 한국어와 중국어·일본어를 구별한다는 외국인들의 구분법(?)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청옥 작가가 ‘문 열다-2022’(왼쪽)와 ‘달밤의 기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이청옥 작가가 ‘문 열다-2022’(왼쪽)와 ‘달밤의 기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빛결 이청옥(56) 서예가의 ‘문 열다’ 시리즈는 이러한 한글의 상징성, 조형성을 극대화한 작품들이다. 시리즈 작품들은 춘천 ‘예담더갤러리’에서 4월 3일까지 전시된다.

    서예가 아닌 글자 자체를 회화화해 예술로 승화시킨 ‘문자도(文字圖)’는 본래 한문을 기본으로 발전해왔다.

     

    ‘문 열다-2022’. (사진=조아서 기자)
    ‘문 열다-2022’. (사진=조아서 기자)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한자라는 장벽 때문에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한 서예와 달리 친숙한 문자인 한글을 활용한 것은 물론, 문자 자체를 그림으로 다루는 문자도의 장점을 살렸다. 작품들은 한글 ‘문’을 소재로 글자 자체의 의미와 한글의 디자인적 요소를 결합했다.

    “나에게 작업은 ‘윈도우’라는 의미를 가져요. 캔버스 자체가 네모나서 하나의 창문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무엇보다 관객들은 네모난 문을 통해 작가를 보고, 작가는 그림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봐요. 그림이 세상과 작가와 관람객을 잇는 소통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거죠.”

    그의 이전 작업들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뤄왔다. 대표적으로 2017년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윤동주 백년의 삶, 백 개의 혼’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 100편을 100개의 작품으로 풀었다. 그는 당시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일본에도 다녀오며 작가가 시대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과 책임감을 배웠다고 한다.

     

    ‘문 열다-2022’. (사진=조아서 기자)

    이번 작업들 역시 시대상을 반영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문을 닫은 현대인에게 이런 시기일수록 문을 활짝 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에는 올해 완성한 최신작 11점과 이전 작업을 대표하는 작품 3점이 함께 전시된다. 이전과 작품 스타일의 변화가 큰 만큼 과거 작품을 전시해 작가의 작업 흐름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글씨를 그린다는 건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큽니다. 대체로 먹으로 활용한 작업은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새로운 기법, 재료를 활용해 현대적인 시각에서 현대미술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시도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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