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녹인 따뜻한 덮개··· ‘삶을 누비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추운 겨울 녹인 따뜻한 덮개··· ‘삶을 누비다’

    박진옥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전통 바느질법 ‘누비’로 작업
    작품이자 실용품··· 감상의 전환

    • 입력 2022.02.26 00:01
    • 수정 2022.02.27 07:32
    • 기자명 조아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각조각 이어 누빈 조각보. (사진=조아서 기자)
    조각조각 이어 누빈 조각보. (사진=조아서 기자)

    밥과 집을 짓는 것만큼 옷을 짓는 일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예부터 바느질은 한 땀 한 땀 정성 어린 노동이자 마음을 고르고 인내를 요하는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상징이다.

    실용적·장식적 목적으로 발전해 온 섬유공예는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그에 맞는 재료와 기법으로 다양화됐다.

    우리 민족의 독특한 바느질법인 ‘누비’는 두 겹의 천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뒤 흩어지지 않게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이 지도록 잇는 전통 바느질법이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누비는 정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색동 조각보. (사진=조아서 기자)
    색동 조각보. (사진=조아서 기자)

    박진옥(43) ‘고전진의 한복’ 대표는 두 번째 개인전 ‘삶을 누비다’로 우리의 전통 바느질법인 누비로 지은 조각보 25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갤러리 상상언더’에서 28일까지 열린다.

    조각보에는 버려질 가지각색의 원단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쓸모를 찾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박 대표는 한복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누빈 뒤 패턴 없이 비슷한 크기의 조각들을 연결해 조각보를 완성했다.

    길게 뻗어 나가는 누비 실은 장수를 뜻한다. 빗줄기처럼 보이기도 해 밭고랑을 나타내는 누비 골과 더불어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한복 옷감 중에서도 양단, 옥사, 노방으로 만들어진 조각보, 배냇 이불, 배 덮개, 싸개와 감침질한 스카프는 빛을 반사하며 섬유의 질감과 색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천의 두께, 골의 간격, 땀의 크기에 따라 작품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감침질로 완성한 스카프. (사진=조아서 기자)
    감침질로 완성한 스카프. (사진=조아서 기자)

    그는 “섬유공예의 매력은 벽에 걸면 작품이지만 사용하면 실용품이 된다는 점”이라며 “관람객들의 쓰임에 맞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개인전에서는 일부러 작품명(용도)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품이자 실용품인 공예품은 전시의 감상 방식을 전환시킨 것이다.

    박 대표는 전통문화 전승을 위해 5월에는 전통한복, 규방공예, 보자기포장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예주간’을 갖고, 12월 한국전통규방문화연합회강원지부 회원들과 함께 단체전을 열 계획이다.

    그는 “시각 예술 전시가 주를 이루는 춘천에서 섬유공예처럼 다양한 예술분야를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전시를 보고 추운 겨울 섬유가 풍기는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고 잠시 쉼을 얻는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전통규방문화연합회강원지부장인 박 대표는 지역 소상공인 대상으로 매출 향상을 위한 손보자기포장 무료컨설팅,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직업체험프로그램, 삶의 전환을 준비하는 5060 신중년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