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집을 짓는 것만큼 옷을 짓는 일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예부터 바느질은 한 땀 한 땀 정성 어린 노동이자 마음을 고르고 인내를 요하는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상징이다.
실용적·장식적 목적으로 발전해 온 섬유공예는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그에 맞는 재료와 기법으로 다양화됐다.
우리 민족의 독특한 바느질법인 ‘누비’는 두 겹의 천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뒤 흩어지지 않게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이 지도록 잇는 전통 바느질법이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누비는 정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박진옥(43) ‘고전진의 한복’ 대표는 두 번째 개인전 ‘삶을 누비다’로 우리의 전통 바느질법인 누비로 지은 조각보 25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갤러리 상상언더’에서 28일까지 열린다.
조각보에는 버려질 가지각색의 원단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쓸모를 찾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박 대표는 한복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누빈 뒤 패턴 없이 비슷한 크기의 조각들을 연결해 조각보를 완성했다.
길게 뻗어 나가는 누비 실은 장수를 뜻한다. 빗줄기처럼 보이기도 해 밭고랑을 나타내는 누비 골과 더불어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한복 옷감 중에서도 양단, 옥사, 노방으로 만들어진 조각보, 배냇 이불, 배 덮개, 싸개와 감침질한 스카프는 빛을 반사하며 섬유의 질감과 색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천의 두께, 골의 간격, 땀의 크기에 따라 작품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는 “섬유공예의 매력은 벽에 걸면 작품이지만 사용하면 실용품이 된다는 점”이라며 “관람객들의 쓰임에 맞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개인전에서는 일부러 작품명(용도)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품이자 실용품인 공예품은 전시의 감상 방식을 전환시킨 것이다.
박 대표는 전통문화 전승을 위해 5월에는 전통한복, 규방공예, 보자기포장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예주간’을 갖고, 12월 한국전통규방문화연합회강원지부 회원들과 함께 단체전을 열 계획이다.
그는 “시각 예술 전시가 주를 이루는 춘천에서 섬유공예처럼 다양한 예술분야를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전시를 보고 추운 겨울 섬유가 풍기는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고 잠시 쉼을 얻는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전통규방문화연합회강원지부장인 박 대표는 지역 소상공인 대상으로 매출 향상을 위한 손보자기포장 무료컨설팅,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직업체험프로그램, 삶의 전환을 준비하는 5060 신중년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