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협동조합] 책으로꿈꾸는사회적협동조합···‘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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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협동조합] 책으로꿈꾸는사회적협동조합···‘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

    • 입력 2022.02.27 00:01
    • 수정 2023.09.07 11:50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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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공동 이익 창출과 사회 문제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춘천 내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협동조합’을 시리즈를 기획해 보도합니다. <편집자>

    “담작은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망이 모여 ‘책으로꿈꾸는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셈이죠.”

    책으로꿈꾸는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화주)의 조합원이기도 한 ‘담작은도서관’의 김성란(55) 관장은 웃으며 설립 당시를 회상했다.

    춘천 효자동, 알록달록한 벽화들을 따라 골목길을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담작은도서관은 지난 2008년 시민들로 구성된 어린이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 주축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김성란 담작은도서관 관장. (사진=배지인 기자)
    김성란 담작은도서관 관장. (사진=배지인 기자)

    민간에서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던 담작은도서관이 2019년 춘천시에 기부채납하면서 다시 시민들의 모임 ‘담애인’(담작은도서관을 사랑하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담작은도서관이 시립공공도서관이 되더라도 틀에 박히지 않은, 재밌는 도서관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뜻을 함께했다.

    춘천시와 논의 끝에 운영 형태가 위탁 운영으로 정해지면서 운영을 맡을 ‘책으로꿈꾸는사회적협동조합’이 2019년 탄생했다.

    김 관장은 “틀에 박히지 않은 도서관, 10대 아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열심히 하는 도서관이라는 방향을 잡고 있다”며 “조합원들도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깊고, 춘천의 독서문화를 장려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 작가이기도 한 이화주 이사장은 담작은도서관을 위해 당시 그의 헌정시를 낭송했다.

    ‘종달새에겐 (중략) 무거운 짐 지고/ 네모상자 교실에서 학원으로/ 똑같은 길 오가는/ 어린 당나귀가 되는 건 싫어/ 어린 새가 하늘길에 입 맞추듯/ 날아다니는 도서관 새로운 세상에서/ 눈으로도 듣고, 귀로도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중략) 미지의 미래로 어른들을 안내하고 싶어.’ 

     

    춘천 담작은도서관 외부 모습.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담작은도서관 외부 모습. (사진=배지인 기자)

    도서관학을 전공한 김 관장은 2006년 어린이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춘천을 비롯한 전국의 도서관을 구석구석 둘러보게 됐다.

    김 관장은 “춘천의 도서관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실감했고, 괜찮은 도서관을 만든다는 것이 춘천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993년부터 10년간 어린이 전문서점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담작은도서관 개관부터 현재까지 관장을 맡고 있다.

    김 관장이 생각하는 책으로꿈꾸는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은 ‘도서관의 친구’다.

    생산이나 이윤추구와는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지역 내에서 도서관 정책, 독서 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지원해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이화주 이사장을 포함해 59명의 조합원이 있다.

    김 관장은 “도서관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조합원으로 가입할 필요를 못 느껴 조합원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적극적으로 조합가입을 권유하지도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다 함께 모이기는 어렵지만, 조합원들은 짬짬이 도서관을 방문해 도와줄 일이 있을 때 협동한다. 재능이 있는 조합원들은 도서관 행사에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또 책을 읽으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12달 책 소꿉놀이’와 직접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놀아볼 LAB’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운영시간과 기간을 길게 잡아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상황에서도 도서관 1달 이용자 수가 평균 2000명에 달한다.

     

    춘천 담작은도서관이 진행하는 ‘12달 책 소꿉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우개를 만드는 어린이들.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담작은도서관이 진행하는 ‘12달 책 소꿉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우개를 만드는 어린이들. (사진=배지인 기자)

    김 관장은 “도서관에 오면 재밌는 것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도서관이라는 곳이 참 재밌는 곳이라는 경험이 켜켜이 쌓여서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 생각들, 문화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담작은도서관에서는 분실·파손 도서 파악을 위한 장서점검뿐 아니라 새로운 책을 갖출 때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 도서에 대한 장서 평가도 진행한다. 단 이용률이 평가의 기준은 아니다. 이용이 잘 되더라도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책인지를 꼼꼼히 평가하고 있다.

    도서 2만5000여권을 소장한 담작은도서관의 꿈은 공간을 확장해 10대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집중하고, 여유 공간에는 어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이용자층이 다양화되면서 어른용 도서에 대한 요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성란 관장은 “도서관은 그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유기체고, 담작은도서관이 그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서관이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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