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재발견] 취향대로 만드는 원목 가구, 춘천 동네 목수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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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의 재발견] 취향대로 만드는 원목 가구, 춘천 동네 목수의 공방

    팬데믹 이후 '집'에 대한 관심, 가구 수요 확대
    비스포크 수요 업고 춘천 목공방 20여 곳 성업
    '공예 도시' 지역 브랜드 가치 높이는 목수들
    솥비, 짙은 등 지역 기반 목가구 공방 성업 중

    • 입력 2022.02.27 00:02
    • 수정 2022.03.02 00:1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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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거 생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영끌’과 ‘빚투’로 청년 세대는 저금리 기조에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이와 함께 인테리어와 가전, 가구 시장도 함께 커졌다.

    국내 가구 업계 규모는 1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통계청 소매판매액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가구 상품군의 연간 판매액은 11조617억7200만원에 달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8조2255억8900만원)과 비교해 지난 2020년(10조1765억7500만원)에도 가구 분야 성장세가 뚜렷했다. 지난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강원지역도 마찬가지다.

    MS투데이가 한국은행 경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가을 이사 철인 지난해 9~11월 강원지역 가구 업종 신용카드 사용액은 106억8900만원으로 전년 동기간(103억3800만원) 대비 3억5100만원(3.4%) 증가했다.

    인테리어 열풍을 등에 업고 업계 1위인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2314억원, 2위 현대리바트의 경우 1조4066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가구 시장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됐다.

     

    춘천 로컬 목공방 '짙은목공방'의 간판.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로컬 목공방 '짙은목공방'의 간판. (사진=권소담 기자)

    대형 가구업체의 선전 외에도 로컬 상권에서는 DIY 맞춤 가구를 제작하는 목공방이 주목받고 있다.

    가구 업계가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반영한 비스포크(bespoke)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색깔로 설계할 수 있는 개별 목수의 공방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대량생산된 공산품보다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묻어나는 공예품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춘천지역 가구점은 46곳에 달한다. 춘천지역도 공방과 체험 수업 등을 겸하는 목공방은 20여 곳이 있다.

    ▶공예 도시 춘천 꿈꾸는 ‘솥비목공방’
    춘천 서면 서상리에 자리 잡은 솥비목공방은 IT 업계 엔지니어 출신인 백민호(52) 목수가 운영한다. 경기도 양평의 솥비마을에서 공방 사업을 시작한 백 목수가 서울을 거쳐 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7년 춘천으로 이주해 다시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 포털 예약 기능을 통해 도마 만들기, 우드 카빙 등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수강생들의 수준에 따른 수업도 진행한다. 목공의 기초를 다지는 입문반부터 직접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실전반까지 다양하다.

    최근 솥비목공방의 수강생은 와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진열할 수 있는 장식장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또 목수와 재료·디자인을 협의해 수요자의 취향을 반영한 크래프트 원목 가구를 주문할 수도 있다.

     

    춘천 서면 서상리에 자리잡은 솥비목공방.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서면 서상리에 자리잡은 솥비목공방. (사진=권소담 기자)

    백민호 목수는 공방에서 만드는 수제 가구가 ‘진짜 원목 가구’라고 강조한다.

    여러 목재 성분을 섞은 가루를 화학제품으로 굳힌 ‘공장제 재료’가 아닌, 자연에서 온 나무 그대로의 가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 목수는 “좋은 나무로 만든 가구는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재생해 다른 가구로 만들 수도 있다”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가구는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목수가 만든 원목 가구는 대물림이 가능할 정도로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꿈은 춘천을 ‘목공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크래프트 문화를 기반으로 목공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춘천의 ‘관계인구’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략이다.

    숙련된 장인이 만든 원목 가구는 가격이 비싸고 제작하는 데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색깔이 뚜렷하고 가치 있다. 미국 포틀랜드가 도시 주민들의 대안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브랜드를 꽃피워냈듯, 백 목수는 춘천의 크래프트 문화를 바탕으로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한다.

     

    '춘천 소반'에 대해 설명하는 솥비목공방의 백민호(52) 목수.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소반'에 대해 설명하는 솥비목공방의 백민호(52) 목수. (사진=권소담 기자)

    솥비목공방은 지역마다 특징을 살린 전통 소반이 있다는 점에 착안, ‘춘천 소반’을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는 등 목공과 지역색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춘천지역 목공방들을 모아 단체를 만들고, 함께 운영하는 오프라인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다.

    백 목수는 “원목 가구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고, 냄새를 맡아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의 소통 공간이 더욱 필요하다”며 “춘천에 ‘크래프트’ 이미지가 덧씌워지면 도시의 이미지도 한층 풍성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미에서 직업으로, ‘짙은목공방’
    본지 취재진이 춘천 근화동에 있는 짙은목공방을 찾아갔을 때는 컴퓨터 수치제어(CNC) 공작기계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던 김승윤(39) 대표는 코로나19로 가게 영업이 어려워지자 평소 취미였던 목공을 생계로 삼았다. ‘짙은 카페’는 지난해 ‘짙은 목공방’으로 탈바꿈했다.

     

    김승윤 짙은목공방 대표가 CNC 시스템을 통해 원목 펜꽂이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김승윤 짙은목공방 대표가 CNC 시스템을 통해 원목 펜꽂이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김승윤 대표는 CNC를 기반으로 한 목공 제품을 주력으로 만들고 있다.

    카페와 식당 등 지역 업체에서 목제 계산대를 주문하면 수요자와 디자인을 상의해 하나하나 제작한다. 가구의 경우 생활 활용도가 높은 식탁과 의자에 대한 문의가 많다.

    김 대표는 가구 제작을 하지 않을 때는 주로 기념품용 나무 펜꽂이, 도마 등을 만들어 납품한다. 전자담배 케이스와 피크닉 테이블, 향초 거치대 등 기성 공산품에서 찾기 어려운 목제 제품에 대한 수요도 많다.

    김승윤 대표는 “아직은 가정에서의 가구 수요보다는 주로 창업을 앞둔 사업체들에서 맞춤형 제작 문의가 더 많다”며 “목공 수작업 과정과 원자재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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