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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작가 ‘5인 5색’이 선사하는 은밀한 ‘room’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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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작가 ‘5인 5색’이 선사하는 은밀한 ‘room’으로의 초대

    작가 5명의 ‘혼자만의 방’··· 다양한 해석
    회화, 판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 선보여
    자유, 그리움, 위로, 치유, 상실 등 표현

    • 입력 2022.02.17 00:01
    • 수정 2022.02.18 06:5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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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작가의 방 ‘호더의 정원’. (사진=조아서 기자)
    김수영 작가의 방 ‘호더의 정원’. (사진=조아서 기자)

    랄프 왈도 에머슨은 책 ‘스스로 행복한 사람’에서 ‘그 사람을 아는 법’ 몇 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그가 칭찬하는 대상, 그의 옷차림과 취미, 말과 걸음걸이, 눈의 움직임, 마지막으로 그의 ‘방’을 보면 그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개인의 공간이 더욱더 소중해진 요즘, 방이란 자신의 취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아지트이자 외부와 차단된 격리실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고립에 머무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고, 몰랐던 ‘나’를 발견하면서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작가의 방도 마찬가지다.

    고민의 숨결과 창작의 손때가 묻은 방은 작가 그 자체를 대변한다. 이들에게 방이란 창작의 공간이자 고독의 공간이다. 또 누군가에겐 치유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겐 은둔의 공간이기도 하다.

     

    최덕화 작가의 방 ‘흐름’. (사진=조아서 기자)
    최덕화 작가의 방 ‘흐름’.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동내면 거두리에 있는 개나리미술관에서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room-은둔과 안온’은 춘천 작가 5명의 방을 전시장으로 옮겼다.

    작가 5명이 ‘혼자만의 방’을 키워드로 꾸민 방은 그들의 개성 있는 해석을 엿볼 수 있다. 또 회화와 판화, 사진, 설치, 디지털 드로잉 등 다양한 장르를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 room은 김수영 작가의 ‘호더의 정원’이다.

    호더(hoarder)는 (과잉)축적가를 의미한다. 그는 창작품과 전시 기록들, 관람객의 흔적 등을 모아놓은 본인의 작업실을 전시공간에 재현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보는 듯한 작품 ‘6.20.3’은 해시태그(#)로 묶여 있는 온라인 속 이미지의 범람을 표현했다. 

    두 번째 room은 최덕화 작가의 ‘흐름’이다.

    작가는 공지천의 반짝이는 물빛과 약사천에 떠다니는 오리 떼를 그리며, 흘러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스쳐 가는 것에 대한 되새김을 표현했다. 그는 전시 기간 대형 캔버스를 설치해 매일 그림을 그린다. 관람객과 자연과 시간과 교류하고자 하는 시도다.

     

    한선주 작가의 작품 ‘화양연화’. (사진=조아서 기자)
    한선주 작가의 작품 ‘화양연화’. (사진=조아서 기자)

    세 번째 room은 한선주 작가의 ‘화양연화’다.

    작품 ‘화양연화’는 평소 그가 캔버스에 그리던 종이집을 실제 창호지로 만들었다. 찰나의 생에서 영원이란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작가는 적막한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종이집의 모습으로 어둠과 빛, 무채색과 극채색을 동시에 표현했다.

    네 번째 room은 송신규 작가의 ‘검은 숲’이다.

    그가 방으로 소환한 ‘흑림’은 국가적인 통제 아래 개인의 존재가 사라져 가는 상실과 인간의 욕망이 일으킨 문명의 상처를 함의한다. 

     

    송신규 작가의 방 ‘검은 숲’. (사진=조아서 기자)
    송신규 작가의 방 ‘검은 숲’. (사진=조아서 기자)

    다섯 번째 room은 김효주 작가의 ‘Color of Bruises’다.

    작품에 드러난 나체의 여인과 그의 멍은 작가가 겪은 치유의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방에서 상처의 가시화를 통해 용기와 치유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없는 작가의 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방 주인의 애착 품이 가득한 방에서 자신의 애착 품을 떠올려 보고, 방 주인이 만든 소품을 써보기도 한다. 또 방 주인의 책상에 앉아 나에게 편지를 적어도 본다. 작가 없는 작가의 방에서 작가의 지시에 따라 잠시나마 방의 주인이 되는 사색과 체험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김효주 작가의 작품 ‘Color of Bruises’(사진=조아서 기자)
    김효주 작가의 작품 ‘Color of Bruises’(사진=조아서 기자)

    전시를 기획한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관장은 “팬데믹과 공존해야 하는 혼돈과 불확정의 시대에 작가의 방을 소환하는 것은 확장과 상승으로 치닫던 시간을 잠시나마 정지시키고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 중 19·20·26·27일과 3월 5일에는 작가가 상주하는 ‘아티스트 데이’를 선보인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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