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독립서점 ‘서툰책방’ 내달 문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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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독립서점 ‘서툰책방’ 내달 문 닫는다

    동네 사랑방 ‘서툰책방’, 2월 25일 영업종료
    정승희 주인장 “다양한 형태의 우정 쌓아”
    26~28일 ‘우정’ 주제로 마지막 독서모임

    • 입력 2022.01.26 00:01
    • 수정 2022.01.27 14:1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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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툰책방 앞에서 정승희 주인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서툰책방 앞에서 정승희 주인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의 독립서점 ‘서툰책방’이 내달 25일 문을 닫는다.

    지난해 춘천의 유일한 대형 서점이었던 ‘데미안 책방’이 폐점하면서 춘천에서 수천 가지의 책을 볼 수 있는 큰 서점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책방마실, 서툰책방, 있는 그대로, 첫서재, 본책 등 공유서재와 동네책방이 만남의 장소이자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춘천의 독서인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대형 서점과 달리 독립서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가짓수의 책들이지만 주인장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된 책들로 유일무이한 책장을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읽는 베스트셀러 도서가 아니라 새로운 안목의 특색 있는 책들은 젊은 세대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매력 포인트다.

     

    서툰책방과 같은 독립서점은 주인장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된 책으로 책장이 채워진다. 서툰책방 내부 모습. (사진=조아서 기자)
    서툰책방과 같은 독립서점은 주인장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된 책으로 책장이 채워진다. 서툰책방 내부 모습. (사진=조아서 기자)

    지난 2017년 9월 춘천 옥천동에 문을 연 ‘서툰책방’도 5년간 정승희(29) 주인장의 손때 묻은 책들로 춘천시민들의 독서 욕구를 달래주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툰책방의 폐점 소식이 전해졌다.

    “모든 게 그렇듯 책방도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안돼요. 항상 변화가 필요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 변화들을 즐기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인사를 할 때가 됐구나 느꼈습니다.”

     

    정승희 주인장의 손글씨로 적힌 추천 글. (사진=조아서 기자)
    정승희 주인장의 손글씨로 적힌 추천 글. (사진=조아서 기자)

    정 주인장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책 추천, 큐레이션, 책 편지, 도서 납품, 북토크,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등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정체되지 않는 책방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책방 운영 말고도 많았고 그는 다른 일과 책방 운영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동네책방은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이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 많은 이들이 필요성을 느낀다”며 “독립서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추천 책인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와 정승희 주인장의 추천 편지. (사진=조아서 기자)
    이달 추천 책인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와 정승희 주인장의 추천 편지. (사진=조아서 기자)

    그간 서툰책방에서는 전시된 책들마다 주인장의 추천 글을 곁들여 왔다. 2~3년 전부터는 매달 주인장의 추천 책과 주인장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함께 읽는 ‘서툰북클럽’을 운영하면서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지역센터와 협동조합 등과 협력해 다채로운 주제로 북토크,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을 운영했다. 서툰책방은 이달 26~28일 마지막 독서모임을 앞두고 있다. 주제는 ‘다양한 우정을 통한 일상의 회복’이다. 함께 읽을 책들은 김윤희 작가의 ‘쥐꼬랑지’, 루리 작가의 ‘긴긴밤’, 이랑과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의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이다.

    “서툰책방을 운영하면서 나이와 성별, 인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았어요. 제가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우정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 마지막 독서모임의 주제로 우정을 선택했습니다.”

     

    서툰책방의 마지막 독서모임에서 소개된 ‘쥐꼬랑지’ ‘긴긴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사진=조아서 기자)
    서툰책방의 마지막 독서모임에서 소개된 ‘쥐꼬랑지’ ‘긴긴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사진=조아서 기자)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정 주인장도 가끔은 다른 이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기분이라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툰책방을 찾아 자신과 함께 책장을 공유해준 이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정 주인장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따뜻한 시간이었고 서툰책방과 함께한 5년은 제가 살면서 두고두고 꺼내 볼 소중한 추억이에요. 서툰 점이 많은 책방이었는데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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