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시청자들은 왜 ‘며느라기’와 ‘좋좋소’에 과몰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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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시청자들은 왜 ‘며느라기’와 ‘좋좋소’에 과몰입될까?

    • 입력 2022.01.26 00:00
    • 수정 2022.01.26 14:22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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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현실 시어머니보다 더 현실 속에 있는 듯한 시어머니. 현실 중소기업 사장보다 더 리얼한 중소기업 사장. 전자는 시즌2로 돌아온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이고, 후자는 시즌4로 돌아온 왓챠 오리지널 ‘좋좋소’다. 회당 약 20분 분량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이 웹드라마들은 소위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로 불리며 과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란 허구의 인물이 더 실제 같은 느낌을 주는 드라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다.

    기존 드라마 속 시어머니는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 아들의 연인 또는 며느리를 구박하고 막말도 하는 악역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는 멜로의 최대 장애·갈등요인으로서 빌런화 돼버렸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판타지화 된 캐릭터들이 많았다.

    하지만 ‘며느라기’에서는 시어머니는 물론이고, 며느리, 시누이도 기존 드라마와 달랐다. 요즘 시대 평범한 며느리의 시월드 격공(격한 공감)일기인 ‘며느라기’는 시월드 속에서 펼쳐진 새내기 부부의 좌충우돌 결혼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명절, 제사, 시어머니 생신, 육아 등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K시월드’ 캐릭터들의 모습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며느라기’는 시댁에서 사랑받고픈 새내기 며느리 민사린(박하선)과 사랑꾼 남편이지만 가정에 희생해 온 어머니에 대한 연민도 함께 간직한 무구영(권율)을 중심으로 시월드의 단면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와 가족을 위한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과 시아버지 무남천(김종구), 민사린에게는 얄미운 시누이지만 시댁에 가면 평범한 며느리가 되는 무미영(최윤라) 등 시월드 캐릭터들은 단순 악역이 아닌 저마다 사정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시즌2인 ‘며느라기2...ing’에서는 민사린의 임신과 육아, 이혼 문제를 다루기 위한 에피소드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임신 사실을 놓고 맞벌이 부부인 민사린과 무구영의 대조적인 직장 생활 에피소드가 그려져 흥미를 유발시켰다. 민사린은 회사에 임신 사실을 밝히지 않고, 거래처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핑계를 대고 술을 거절하는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반면 무구영은 회식 자리에서 자식이 생긴다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한턱을 내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앞으로 이들 부부가 임신 기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하다.

     

    이달 18일 시즌4를 첫 공개한 직장격공 블랙코미디 ‘좋좋소’는 조충범(남현우)이라는 사회 초년생의 회사 적응기다. 무역회사인 정승네트워크를 통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코믹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현실 고증으로 녹여내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드라마이면서, 페이크 다큐 같은 느낌이 날 정도의 형식파괴로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캐릭터들이 너무나 리얼해서 “내 상사가 바로 저기에 있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짠돌이 정사장’ 정필돈(강성훈)은 회사의 컵라면과 커피 믹스를 복지로 여기며 생색을 내는가 하면, 근로계약서를 원하는 조충범(남현우)에게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야”라며 계약서 쓰기를 거부한다. 직원들과의 회식을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한 후 더치페이를 하는 모습도 보여 준다.

    정승네트워크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질 정도로 능력은 있지만 회사에 자주 불만을 제기하는 백진상 차장(김경민),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장의 눈치를 보며 가장의 무게가 웃프게 느껴지는 이길 과장(이과장), 맡은 일은 하되 손해는 절대 보지 않으려는, 노련한 직장인의 내공을 지닌 이미나 대리(김태영), 사내에서 유튜브를 찍을 정도로 눈치는 없지만 발랄해 분위기 메이커로서 한몫하는 막내 이예영(진아진)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캐릭터다.

    무엇보다 어딘가 부족한 처세술과 어색한 표정까지, 사회 초년생 조충범의 고군분투에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시즌4에서는 정승네트워크를 그만두고 백인터네셔널을 차린 뒤 기존 거래처들을 빼앗아 간 백진상이 이길까지 스카우트하며, 위기를 맞은 정승네트워크와 치열하면서 치졸한 경쟁을 예고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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