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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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에 투자하라

    적립식 투자, 시장 상황 상관없이 수익 올리는 재테크 방법 
    5년 정도 장기투자하고 하락장서도 뚝심있게 적립해 나가야

    • 입력 2022.01.18 00:00
    • 수정 2022.01.18 11:25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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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정초부터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어 투자자들은 우울하다.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답답한 터널에 갇혀 좀체 뻗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 주식을 팔자니 손실 실현이 두렵고 그렇다고 가지고 있자니 주가 하락의 고통이 뼈아프다. 투자자들은 하락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웬만한 증시 참여자는 피터 린치라는 투자의 전설을 기억할 것이다. 그가 운용한 ‘마젤란 펀드’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누적 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다. 1977년 이 펀드에 100만원을 투자해 1990년까지 보유했다면 원금이 무려 2700만원에 달했다는 이야기다. 대단한 건 13년 동안 단 한 해도 마이너스가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하락 폭이 가장 컸던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린치가 직접 펀드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는 의외였다.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본 채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투자자가 13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줄기차게 한 펀드를 보유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면 팔아 치우고 다른 펀드로 옮겨 가는 게 일반적 투자행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그토록 실적이 짱짱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어째서 손실을 입었는가 하는 점이다. 수익률이 좋을 때 가입했거나 투자 기간이 짧고 수시로 펀드를 사고판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펀드 성적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그 과실을 따먹지 못하는 현상을 ‘마젤란 펀드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린치는 주가 하락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식시장 역사는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가르쳐 준다. 내려갈 땐 더 많이 내려간다. 주가는 2년마다 한 번 정도는 –10% 이상 하락한다. 주식시장은 매번 하락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주식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가 하락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락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예측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투자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평범한 진리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인 경우가 많다. 과거 수익률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잘못된 투자행태가 원인이다. 이러면 영락없이 ‘마젤란 펀드의 역설’이란 덫에 걸려들게 돼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집착하는 것은 이전의 결과가 다음 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착각하는 심리적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은행 적금 들 듯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펀드를 조금씩 사 들어가는 적립식 투자는 이런 심리적 오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재테크 방법이다. 적립식 투자 원리엔 시장이 언제 좋고 나쁠지 인간이 알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되 주가가 쌀 때는 많이, 비쌀 때는 적게 사면 이론적으로 시장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정액 분할 매입)’ 기법이다.

    예를 들어 400만원을 한 번에 투자했을 때(거치식)와 100만원씩 나눠 네 번에 걸쳐 투자했을 때(적립식)를 비교해보자. 1월에 주가가 1000이었고 이후 상승장과 하락장을 거쳐 4월에 다시 1000으로 회복했을 때, 거치식 투자는 수익이 0%이지만, 적립식 투자는 수익이 발생한다.

    적립식의 경우 사들이는 주식 수가 상승장에서는 줄어들고, 하락장에서는 늘어남에 따라 결과적으로 총 주식 수가 거치식에 비해 늘어나게 되고 평균 매입가도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매입 단가를 낮추려면 쌀 때 많이 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상식의 역설이 판을 친다. 주가가 좋을 때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시황이 나빠지면 불입을 중단하거나 상품 계약을 해지하는 투자자가 많다.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함은 물론이다.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보려면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타이밍(매매 시점)’이 아니라 ‘타임(시간)’에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적정 투자 기간을 5년 정도로 보고 있다. 또 중간에 손실이 나더라도 납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손실은 곧 시장의 침체를 의미하므로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 들어가야 한다. 손실을 보더라도 두 눈을 질끈 감고 뚝심 있게 나아가야 적립식 펀드로 승부를 낼 수 있다.

    물론 적립식 투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 장기 보유한다고 해서 수익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적립식 투자는 지금까지 발명된 수많은 투자기법 중 그나마 위험을 관리하면서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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