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서] 4. 사후(死後) 재산과 빚은 어떻게 될까…‘죽어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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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보고서] 4. 사후(死後) 재산과 빚은 어떻게 될까…‘죽어보고서’

    • 입력 2022.01.15 00:01
    • 수정 2022.01.17 06:30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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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유한하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현대 의료기술로는 그렇다.

    과거와 현재 달라진 게 있다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과거 ‘죽음’에 대한 인식은 생각하기 싫은, 언급이 금기시되는 주제였다면, 현재는 ‘맞이하는 죽음’, ‘준비하는 죽음’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막막하다.

    MS투데이는 죽음을 가정한 가상 인물과 그의 사후(死後)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본지 기자에게 몇 가지 가정을 붙인 가상의 인물 B씨를 설정했다. 

    한 사람 삶의 경제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알아봤다. 춘천신협 관계자로부터 조언을 받고, 경제부 기자의 시선으로도 접근해봤다.

    가상의 인물 B씨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MS투데이 경제팀 기자 B씨. 미혼이며 자녀는 없다.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 보증금 8000만원의 전셋집에 혼자 살았다. 예금과 적금에 가입돼 있다. 국민연금 가입은 2014년 1월에 했으며, 총 납부 월수는 20개월이다. 주식과 생명보험은 없다.’

    사망신고서 제출이 완료됐다.

     

    죽음을 가정한 가상인물 B기자의 이름이 사망신고서에 적혀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죽음을 가정한 가상인물 B기자의 이름이 사망신고서에 적혀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재산은 어떻게 될까...절차는?

    B씨가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을 때 B씨의 재산은 법정 상속인에게 상속된다. B씨는 배우자와 자녀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상속권자다.

    B씨의 부모가 금융감독원의 ‘상속인금융거래 조회서비스’를 이용하면, B씨의 금융재산과 채무를 확인할 수 있다. 미반환 주식도 조회할 수 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안심 상속 원스톱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B씨의 국세, 지방세, 금융거래, 국민연금, 자동차, 토지 등을 조회할 수 있다. 금융거래 조회 범위는 예금, 보험, 예탁 증권, 공제, 대출, 신용카드 이용대금 등이다.

    단, 안심 상속 원스톱서비스는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조회가 끝났다면 금융기관별로 상속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상속절차나 서류 등은 기관별로 다를 수 있다.

    B씨의 예·적금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신협을 기준으로 사망자 기준의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제적등본과 상속인의 신분증, 도장이 필요하다.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 없이 서류 제출이 완료된다면 방문한 당일 지급 처리된다. 

    ▶2년 가까이 낸 연금, 유족급여 대상 안돼

    학생 때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던 B씨는 2014년 중소기업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국민연금에 처음 가입했다. 이후 단기 위주의 아르바이트를 했고, 2021년 MS투데이에 입사해 기자가 된 지는 1년이 채 안 됐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험이 이에 속한다.

    국민연금의 종류 중 사망에 따른 유족의 생계 보호를 위한 급여인 ‘유족급여’를 살펴봤다.

    유족급여의 수급요건에는 △노령연금수급권자 △장애 등급 2급 이상의 장애연금 수급권자 △가입 기간 10년 이상인 가입자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대상 기간의 3분의 1 이상인 가입자 △사망일 5년 전부터 사망일까지의 기간 중 3년(체납 기간 제외) 이상 연금보험료를 낸 가입자 등이 있다.

    그러나 앞서 가정한 B씨의 상황은 수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에 일찍 가입한 데 비해 납부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가입 기간이 10년이 채 되지 않고, 납부 기간도 가입 기간의 3분의 1이나 3년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세 대출은 누가 갚아야 하나

    B씨는 사망 전 최근 보증금 8000만원의 전셋집에 입주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았다. 임대차 기간은 24개월이었다. 2개월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B씨의 22개월 남은 전셋집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전세 대출의 경우 상품에 따라 상환 절차가 다르다.

    만약 유족이 22개월 남은 전셋집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은행에 이자를 내면서 정해진 계약 기간까지 주거 공간을 유지하는 상품도 있다. 그러나 혼자 살던 사망자가 떠난 전셋집을 이자를 내며 그대로 두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B씨가 받은 카카오뱅크 대출상품의 경우는 달랐다. 채무자(B씨)가 사망했다면 대출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해당 상품은 임대인에게 상환의 의무가 없다. 유족들이 임대인과 연락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아서 은행 쪽으로 상환을 해야 한다.

    한편 신협의 경우 신협이 가입한 보증보험에서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삶의 마지막, 내 의사를 기록할 수 있다면

    죽음은 갑작스러울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든 준비가 필요하다.

    본지가 보도한 ‘춘천지혜의 숲’에서는 고독사, 사고사 등 죽음을 대비해 삶을 정리하며 적어놓을 수 있는 ‘엔딩노트’를 제작하고 있다.

     

    춘천지혜의숲에서 발간한 엔딩노트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지혜의숲에서 발간한 엔딩노트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사진=배지인 기자)

    엔딩노트는 119쪽에 달했다.

    많은 페이지에는 나에 대한 정보부터 최근 건강상태, 여가생활, 사회관계망 등의 정보를 적을 수 있다. 또 어린 시절부터 청년, 노년까지의 추억을 회상하며 기뻤던 일, 후회스러웠던 일을 적는 공간도 있었다.

    2장(2막)은 나의 의사를 더욱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치매나 장애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누가 돌보기를 희망하는지, 장기기증을 희망하는지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연명 의료(임종 과정에서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 등 치료 효과가 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에 관한 의견도 낼 수 있다.

    지난 2020년 4월 7일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을 통해 환자의 자기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자 수는 107만5944명이다.

    지혜의숲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엔딩노트에는 작성자의 경제 관련 사항도 포함돼 있다. 재산 상속 희망 순위와 상속을 희망하는 금융 자산, 갚지 못한 대출금, 받지 못한 돈 등을 적어놓을 수 있다.

    부록으로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유언장, 장례식 초대 명단 등 각종 양식이 있다. 아직 모든 문항의 답변이 효력이 법적으로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권의 책으로 고인의 뜻을 최대한 전할 수 있도록 했다.

    죽음에는 이토록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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