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운동하고 담배 끊고··· 암 예방법 간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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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운동하고 담배 끊고··· 암 예방법 간단해요

    • 입력 2022.01.07 00:00
    • 수정 2022.01.08 00:1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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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이런 덕담을 많이 받아보셨지요. 사실 건강을 대체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이런저런 소망을 빌어보지만 건강을 잃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임인년(壬寅年)의 건강설계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마침 지난해 12월 29일, 국가암등록통계가 발표됐습니다. 암은 국민 3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주요 질환인 만큼 암 등록 사업이야말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국가정책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료를 보면 암 예방 전략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변화해온 암종별 발생률 추이라든가 생존율 등이 그것이지요.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새로 발생한 암 환자는 25만4718명입니다. 20년 전인 1999년 10만1847명, 10년 전인 2009년 19만6777명과 비교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조발생률(10만명당 발생자 수)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간 각각 215.9명에서 396.3명으로, 2019년엔 496.2명으로 껑충 뜁니다.

    암종별로는 갑상선암이 1위이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100%인 데다 대체로 진행이 느려 학자들 간에도 과잉진단 논란이 있어서입니다.

    나머지 암을 10년 단위로 나눠 가장 많이 발생하는 5대 암만 살펴볼까요.

    1999년 남성 암의 경우, 발생 1위는 단연 위암이었습니다. 다음이 간암, 폐암, 대장암, 방광암 순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엔 위암이 그대로 1위를 유지했고, 대장암이 2위로 뛰어오릅니다. 폐암(3위)과 간암(4위)을 제치고 말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7위에 머물렀던 전립선암이 5위에 기록돼 점차 위험한 암으로 부상합니다.

    그럼 2019년 실상을 볼까요. 폐암(2만331명)이 국민 암으로 불리던 위암(1만9761명)을 근소한 차이로 밀어내고 1위에 랭크됐습니다. 대장암(1만7119명)도 약진했습니다. 3위이긴 하지만 2위인 위암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립선암(1만6809명)이 4위, 간암(1만1542명)은 과거 2위에서 점차 5위로 밀려나는 모습입니다.

    여성 암 순위에도 변화가 있군요. 1999년에 5대 암은 1위부터 5위까지 위암, 유방암, 자궁암, 대장암, 폐암 순이었습니다. 이후 2009년엔 유방암이 1위로 올라서고, 다음으로 대장암, 위암, 폐암, 자궁암으로 순위 교체가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엔 어떻게 변했을까요. 유방암이 10년 전 1만3663명 발생에서 2019년 2만4820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나 압도적인 1위를 지켰습니다. 다음으로 대장암(1만1911명)이 2위, 위암(9732명), 폐암(9629명), 자궁암(5590명) 순입니다.

    이 같은 암 발생 순위의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째는 염증에 의한 암 발생이 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이론이 염증설입니다.

    예컨대 간암은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B형 또는 C형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염증을 유발하고, 염증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간 조직에 딱딱한 흉터를 남깁니다. 이 조직 내 세포 일부가 암세포로 돌변하는 것이지요.

    자궁경부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 입구의 점막에 기생하면서 끊임없이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때 상처를 반복적으로 복구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복제를 위한 세포의 유전자 신호체계가 망가져 분열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죠. 복제 오류로 무한분열하는 세포가 바로 암인 것입니다.

    다행히 간암이나 자궁경부암 등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암들은 백신 개발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위암은 만성위축성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다만 백신이 아닌 치료제는 헬리코박터에 재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둘째는 암 발병 순위도 서구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습관의 변화와 운동 부족 등으로 생활 암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서구 암인 대장암, 남성에만 있는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등이 좋은 예입니다.

    대장암의 경우 적색육은 국제암연구소(ILRC)가 지정한 ‘위험 요인’입니다. 섭취량이 100g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위험이 17% 증가할 수 있다고 해요. 국제적인 섭취 제한기준은 주당 500g 이하입니다. 여기에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과 식이섬유 부족 등도 발병위험을 키울 수 있으니 유의하는 게 좋겠죠.

    유방암은 비만과 관련이 깊습니다. BMI(체질량지수) 30~39.9인 고도비만 여성의 유방암 사망위험은 그 이하인 여성에 비해 25%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지방이 유방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에스트로겐을 증가시키는 것이 원인입니다. 그러니 BMI 30 이상인 여성은 매년 유방암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간암의 경우도 바이러스 요인은 줄고 있지만 비만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운동 부족도 암을 부르는 원인입니다. 암종별로 보면 남성은 대장암, 간암, 췌장암이, 여성은 위암, 유방암이 해당됩니다. 특히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사람에게서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지요.

    반대로 운동이나 신체 활동량이 높은 사람일수록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집니다. 결국 운동을 해서 체중을 줄이는 것만이 암을 막는 해답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루 1시간의 운동을 포함한 신체활동과 땀이 날 정도의 강도 높은 운동을 적어도 1시간 이상 하기를 권장합니다.

    세 번째는 영원한 기호품 담배와 술입니다. 5위권 암에 직접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근래 의미 있게 증가하는 췌장암 등 나머지 암에도 관여합니다. 남성에게서 폐암이 1위로 올라섰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술은 대장암과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에 강한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알코올을 하루 5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대장암과 유방암 발생률이 약 1.5배 높아지고, 전립선암이나 췌장암 등 다른 암 발생에도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암 발생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식단조절과 운동, 기호품 절제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병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2년 새해에는 ‘건강하세요’라는 막연한 덕담보다 구체적인 건강실천을 권유하는 건 어떨까요. ‘월 1회는 꼭 산행합시다’라든가 ‘우리 자전거동호회에 들어오시죠’ 이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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