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공영제 도입 선언 춘천] 상. “찬반 팽팽···시민 편에서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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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공영제 도입 선언 춘천] 상. “찬반 팽팽···시민 편에서 생각해야”

    코로나19 이후 시내버스 승객 수 대폭 하락
    “연구용역 2번 하고 또 용역? 앞뒤 안 맞아”
    “공영제 시대적 흐름, 이행 방법 논의해야”
    춘천시민버스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

    • 입력 2021.12.12 00:02
    • 수정 2021.12.16 15:57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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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민들이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시민들이 중앙시장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버스 노선을 개편한 후 버스 타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버스의 이동 경로가 비효율적인 데다 일부 노선은 배차 간격까지 길어 걸어가는 게 더 빠를 때가 많아요.”

    “춘천 외곽에 사는 노인들은 버스 타고 시내에 나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환승제도가 편하겠지만 어르신들은 반대입니다. 어르신들의 의견도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춘천시가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겠다며 2019년 시내버스 노선 등을 전면 개편했지만 더 불편해졌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버스 의존도가 높은 노년층의 불만이 크다. 

    춘천시는 2019년 11월 시내버스 도입 56년 만에 환승센터를 설치하고 도심과 외곽 노선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전면 개편안을 시행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노선은 기존 89개에서 48개(시내 18개·읍면 30개)로 줄였다. 운행 대수는 115대에서 135대로, 운행 횟수는 400여회 늘렸다. 배차 간격은 평균 33분에서 약 15분으로 줄였다. 시내 간선·지선, 읍면지선 간 환승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앙시장, 춘천역, 시외버스터미널, 퇴계사거리, 후평사거리, 호반사거리, 춘천역 총 7개의 환승센터를 설치했다.

    문제는 개편안이 시행됐지만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은 가중됐다는 점이다. 노선을 46%나 줄이면서 서너 개였던 노선이 하나로 된 것은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였다.

     

    춘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승객 수 현황. (자료=춘천시)
    춘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승객 수 현황. (자료=춘천시)

    춘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MS투데이가 춘천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월 평균 승객 수는 2018년 104만명, 2019년 103만3000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70만1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월 평균 70만6000명이 버스를 이용했다.

    승객 수가 감소하면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도 늘었다. 2018년 62억2866만원, 2019년 54억2567만원, 2020년 85억2703만원이었으며 올해는 지난달까지 93억1482만원이 손실 보전 명목으로 지원됐다.

    중앙로터리 인근에서 만난 시민 최모(61)씨는 “시민들이 살기 편한 게 최고다. 편안하게 잘 다닐 수 있게 돕는 게 대중교통의 기능 아니겠나”라며 “노선개편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영제, 구체적으로 얘기할 시기 됐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춘천시는 최근 ‘대중교통 체계 개선 연구 용역’으로 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춘천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은 버스공영제 추진을 위한 대중교통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 검토, 공영제 세부 추진계획 마련 및 대중교통 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데 쓰인다.

    시는 “공영제는 이전부터 시의회에서 다뤘던 내용이고 춘천시민버스 공공성 실현을 위한 시민협의회 협의, 시민주권위원회 공론화분과위원회의 공영제 권고 등이 있었다”며 공영제 추진 배경을 밝혔다.

    최근 김은석 시의원은 “공영제에 대한 요구는 2018년 대동·대한운수 파산 직전부터 지역사회의 큰 화두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협의회 등을 거쳐 여러 번의 숙의과정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추진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늦은 결정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영제로 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버스회사는 흑자가 날 수 없는 구조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렇다”며 “버스 재정지원금이 100%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행 방법에 대해 지역사회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영제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춘천 실정에 맞춰 예산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 시기, 방법, 이행 경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도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모(31·후평동)씨는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춘천시 발전도 없을 것”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복지 차원에서라도 공영제는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식 춘천시민버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운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춘천시민버스. (사진=MS투데이 DB)
    김건식 춘천시민버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23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운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춘천시민버스. (사진=MS투데이 DB)

    ▶“용역 2번이나 진행··· 춘천시장, 벌써 공영제 결론냈다” 비판

    시가 2018년, 2020년 각각 1억원과 2000만원을 들여 공영제 관련 용역을 진행했던 사실을 두고 시의회에서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순서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하려는 ‘기우제식’ 용역이라는 것이다.

    김운기 시의원은 “용역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절차도 문제”라며 “연구 용역 예산이 이제 올라왔는데 이재수 춘천시장은 벌써 결론을 냈다. 맞다고 생각하시냐”고 비판했다.

    고옥자 의원도 “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게 대중교통이다. 적어도 연구는 벌써 했어야 한다”며 “대중교통 개편 실패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데 연구를 이제 시작한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시민은 세금 부담을 우려하며 공영제를 반대했다. 김모(35)씨는 “춘천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시민 이용률이 10%대라고 하더라”며 “공영제를 하게 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버스를 이용할 때도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단 우려도 있다”고 털어놨다.

    ▶찬반 사이에 낀 춘천시민버스 “정쟁 도구로 삼지 말라”

    춘천시민버스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책을 모색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춘천시의원들이 중앙로터리에서 단체시위(본지 12월 2일자 보도)를 벌이며 ‘시내버스 파탄’을 언급한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우진 춘천시민버스 실장은 “노사분규와 임금협상 결렬 등에 따른 파업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쳤던 것은 반성한다”면서도 “‘파탄’이 났다는 표현은 인정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저희는 공영제를 갖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공영제는 시민버스의 주체가 민영사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희는 지자체의 결정대로 잘 협조해주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공영제는 시민들이 원해야 하고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여건이 되면 따라가는 것”이라며 “특정 정당이나 단체가 시민버스에 대해 과격하게 표현하는데 정쟁 도구로 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시장의 공영제 도입 선언 전날인 지난달 23일 김건식 춘천시민버스 대표이사는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일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시내버스 운영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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