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가 틀렸다” 손님 폭행한 배달원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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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가 틀렸다” 손님 폭행한 배달원 무죄…왜?

    배달장소 제대로 설정 안 했다 실랑이
    폭행 혐의 기소, 1심 “정당방위” 무죄
    검사 항소했지만 2심도 무죄 판단 유지

    • 입력 2021.11.30 00:01
    • 수정 2021.12.01 00:03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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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서 배달할 장소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을 폭행한 배달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서 배달할 장소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을 폭행한 배달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서 배달할 장소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을 폭행한 배달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의 한 식당에서 배달 근로자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9월 21일 오후 애막골 인근으로 배달을 나갔다. A씨는 손님 B씨에게 주소가 잘못 설정돼 있다며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는 이유로 A씨의 배를 밀치고, 어깨를 잡아 폭행했다. 배달 근로자 A씨 역시 손으로 손님 B씨의 어깨를 밀치고 이어 자신의 배로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후 A씨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사는 항소했다. A씨는 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박성태 변호사는 “손님인 B씨는 주문한 음식을 도로 가져가라고 하고도 배달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가려는 A씨를 막았다”며 “A씨의 오토바이에 꽃힌 열쇠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이런 행위를 막는 과정에서 B씨의 배와 가슴을 밀쳤지만 이로 인해서 B씨는 뒤로 약간 밀리기만 했다”며 “넘어지거나 하는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의 배달업무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B씨가 이를 방해한 것은 A씨가 일하는 음식점의 주문 취소와 고객 항의를 유발해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면 A씨가 소극적으로 배와 가슴을 방해한 행위로 B씨가 입은 피해는 비교적 가벼운 신체 접촉에 불과한 정당방위”라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법률구조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김청미 부장판사)는 “실랑이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배와 가슴을 밀친 행위는 배달업무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소극적 행동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는 “코로나19로 배달 앱 사용자가 폭증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상황”이라며 “배달 근로자는 쌍방폭행의 한 쪽 가해자가 됐지만, 적극적인 폭행을 한 사실이 없고 몸만 부딪혔을 뿐인 사건”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비대면 일상이 상시화하면서 이후에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오해를 원만한 의사소통으로 해결해야 하고 갈등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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