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서] 2. 춘천서 비건으로 하루 살아보기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살아보고서] 2. 춘천서 비건으로 하루 살아보기

    • 입력 2021.11.29 00:02
    • 수정 2021.12.01 11:20
    • 기자명 배지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식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온다. 채식주의자들은 건강, 환경, 동물권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한다. 가치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채식에 관한 관심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채식주의자 유형도 다양하다.

    채식주의자는 주로 채식을 하며 상황에 따라 육식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과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 부터 육류, 가금류, 어패류, 유제품, 동물의 알, 꿀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 ‘비건(Vegan)’ 등 여러 단계로 분류된다.

    춘천에서 ‘비건’으로 하루를 지내봤다.

    가죽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이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등도 있지만, 오로지 식단만 적용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생략했다.

    ▶요기에 요깃거리가, 편의점 비건 간편식 찾기
    아침 요깃거리를 찾기 위해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

    최근 채식 시장이 성장하며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채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CU가 이달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참치마요 삼각김밥 등을 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장을 방문했다.

    아쉽게도 기자가 방문한 편의점에서는 채식주의 시리즈를 찾을 수 없었다. 이외의 몇 군데 편의점을 돌아다녀 봤지만 ‘채식’이나 ‘비건’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상품은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19곡 분말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혼합 음료를 구할 수 있었다.

    CU가 최근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채식주의 시리즈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CU 홈페이지 갈무리)
    CU가 최근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채식주의 시리즈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CU 홈페이지 갈무리)
    편의점에서 아침 대용으로 19곡 분말이 들어간 혼합음료를 구입했다. 아래에 한국비건인증원의 로고가 보인다. (사진=배지인 기자)
    편의점에서 아침 대용으로 19곡 분말이 들어간 혼합음료를 구입했다. 아래에 한국비건인증원의 로고가 보인다. (사진=배지인 기자)

    ▶“감자 수프, 넌 내게 배신감을 줬어.”
    점심은 샐러드 카페에 방문했다.

    비건 샌드위치를 판매한다고 알려진 곳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닭가슴살이 들어간 샌드위치와 달걀프라이, 베이컨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구운 채소들과 바질페스토, 통밀빵 등으로 만든 비건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감자 수프도 함께 주문했다.

    잠시 후 셰프로 보이는 사람이 와 감자 수프에 유제품이 들어가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감자 수프도 비건 요리가 아니라니, 배신감이 느껴졌다. 수프에 유제품은 빼고 요리해달라고 부탁했다.

    비건 샌드위치와 감자수프, 먹을 수 없었던 크루통(왼쪽 하단). (사진=배지인 기자)
    비건 샌드위치와 감자수프, 먹을 수 없었던 크루통(왼쪽 하단). (사진=배지인 기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크루통(튀기거나 구워서 만드는 네모난 모양의 작은 빵)을 수프에 띄우지 않고 따로 담아서 갖다 주었다. 같이 점심을 먹는 동료의 수프에는 빵이 띄워져 있었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서 따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고 맛있어 보이는 빵은 동료의 몫이 됐다.

    ▶이제 ‘라떼’는 말이야, 무조건 우유가 아니야
    식사 후 카페를 가기로 했다.

    최근에는 라테 등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로 대체해 주는 카페가 늘었다. 검색해 보니 점심을 했던 곳 근처에 우유를 두유 혹은 오틀리(귀리 음료)로 대체해 준다는 곳을 찾았다. 비건 초콜릿을 파는 초콜릿전문점이기도 했다.

    아이스 라테를 시키면서 우유 대신 오틀리로 변경해달라고 부탁했다. 500원의 추가 요금이 들었다. 비건 초콜릿도 구매했다. 카카오와 유기농 사탕수수, 코코아버터, 귀리 등으로 만든 초콜릿이었다.

    우유를 오틀리로 변경한 아이스 라테와 비건 초콜릿. (사진=정원일 기자)
    우유를 오틀리로 변경한 아이스 라테와 비건 초콜릿. (사진=정원일 기자)

    ▶반가워서 눈물이 난 ‘비건 피자’
    야근을 하게 됐다.

    저녁은 도토리임자탕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없으니 회사로 배달 주문해 먹기로 했다.

    배달 앱을 살펴보니 샐러드 전문점, 빵집, 카페 등이 주로 검색됐다. 정식을 시켜 반찬을 남기거나 일부를 빼고 싶지 않았다. 잔반은 처치 곤란이다. 그때 ‘비건 피자’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가능한가. 치즈는 피자의 주재료가 아닌가. 전화해서 여쭤봤다. “식물성 치즈를 사용하나요?” 그러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치즈가 안 들어가는 피자예요.” 바로 주문했다.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 비건피자. (사진=배지인 기자)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 비건피자. (사진=배지인 기자)

    그렇게 저녁까지 해결하고 나니 하루가 끝났다.

    단 하루만 살아놓고 채식이 어려웠다고 투정하거나, 할만했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다만 하루 동안 느낀 점은 채식주의자에게 주어진 메뉴의 선택지가 적다는 점이다.

    의외로 가려야 할 부분도 많았다. 이를테면 어패류로 만든 젓갈이 들어간 김치도 비건이 먹을 수 없는 반찬이었다. 달걀과 버터, 우유 등이 들어가는 디저트는 꿈도 못 꿨다. 동물성 식품은 생각보다 많았다.

    또 채식주의자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나 채식하기 어려운 환경과 같은 문제도 제기하고 싶다.

    최근에는 학교나 군대 등 공공급식에서 ‘채식의 날’을 시행하는 등 채식주의자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행되지 않는 곳들이 파다하다.

    서울시에서는 지도 서비스인 ‘스마트서울맵’을 이용해 채식 전문 음식점과 채식 메뉴가 있는 음식점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도 서비스 내에서 가게 명과 연락처, 판매 메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스마트서울맵’에서 채식 메뉴를 파는 음식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스마트서울맵 갈무리)
    서울시가 운영하는 ‘스마트서울맵’에서 채식 메뉴를 파는 음식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스마트서울맵 갈무리)

    물론 춘천에도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 식당들이 있다.

    그러나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재료를 물어보기는 힘들다. 채식을 선택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이 필요해 보이는 하루였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ot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