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이십일세 상진’, 10만 유튜버·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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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이십일세 상진’, 10만 유튜버·대표님

    춘천 송암리서 최초 도네이션 하우스 운영
    여행자는 물론 마을 주민들과 상생 도모해

    • 입력 2021.11.21 00:01
    • 수정 2023.09.07 11:51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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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제 생각이나 아이템이 가능성 있는지 승부를 보고 싶어요. 남들한텐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보통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눈치 보지 말고 내 맘대로 살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은 누구나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지만, 동시에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춘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김상진(21)씨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상진여행집을 운영중인 김상진(21)씨. (사진=정원일 기자)
    상진여행집을 운영중인 김상진(21)씨. (사진=정원일 기자)

    ▶‘상진여행집’은 이익 추구 아닌 자아실현 수단
    김상진씨는 18세에 유튜브를 시작해 현재 10만 유튜버다. 상진씨는 스무 살이 된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춘천 사북면 송암리에 있는 솔바우마을로 이주했다.

    도심과 거리가 먼 고즈넉한 마을에서 상진 씨는 도네이션 하우스 ‘상진여행집’을 시작했다. 도네이션 하우스(Donation House)는 이름 그대로 숙박비의 개념이 아닌 여행자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는 형태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MS투데이 취재진과 만난 상진씨는 “상진여행집은 춘천에서 시작한 국내 최초 도네이션 하우스로 여행자가 원한다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익 추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고 여행자들에게 여운을 남겨주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그의 말을 듣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부금 형태로 운영하면 어려움은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진씨는 “지금까지 1년 반째 운영 중이지만 상진여행집에서 받는 기부금으로 흑자가 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장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저의 가치를 알고 싶고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상진씨가 여행자들의 기부금 중 10%를 사회 각계각층을 돕기 위한 기부금으로 ‘재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상진씨는 상진여행집에서 나오는 기부금을 활용해 코로나 의료진이나 기아 아동, 해외에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으시는 분 등 필요한 곳에 매달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기부하는 이유도 ‘하고 싶어서’다.

    그의 기부는 18세부터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나왔던 수익을 해외 결식아동에게 전달한 것이 시작이었다. 기부를 받은 아이와 편지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느낀 보람과 뿌듯함은 기부를 계속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상진씨는 “요즘 기부가 위선의 장치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부 사실을 밝히는 게 걱정되기도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도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할 게 없는 것’이 도리어 장점
    상진씨는 상진여행집의 장점으로 ‘할 게 없다’는 점을 꼽았다.

    솔바우마을은 하루에 마을을 오가는 버스 8대를 제외하고는 자가용이 없다면 찾기 쉽지 않을 만큼 춘천 도심과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이런 소외는 오히려 여행자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춘천 송암리에 있는 상진여행집 전경. (사진=상진여행집 제공)
    춘천 송암리에 있는 상진여행집 전경. (사진=상진여행집 제공)

    상진여행집은 할 게 없다 보니 여행자들이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이 된다.

    상진씨는 “가십거리, 웃긴 이야기, 연애 이야기부터 깊은 이야기까지 여행자들과 모여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 오히려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한 달에 세 번 정도 손님을 받는 상진여행집은 공지 후 ‘1초 마감’을 이어갈 정도로 방문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의 경쟁이 치열한 명소다.

    ▶청년의 도전은 곧 배움의 장
    그는 하고 싶어서 시작한 도전이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도전인 만큼 미숙한 부분에서 나오는 시행착오에 부딪히기도 했다.

    상진씨는 “당시 스무 살이었던 저한테 상진여행집은 첫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며 “처음에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법을 잘 몰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나만의 공간도 없어 받는 스트레스도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미숙함에서 나오는 시행착오 과정은 동시에 상진 씨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여행자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고민하면서 탄생한 ‘포토스테이’는 3박 4일 동안 여행자들을 흑백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그램으로, 여행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엔 두렵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그는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직접 마을 사람들에게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떡도 돌리면서 어느새 마을에서는 ‘인사 잘하는 청년’으로 통하게 됐다.

    상진 씨는 “성격이 워낙 소심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려면 충돌해서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스무 살의 패기로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니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웬만하면 좋아해 주셨다”고 말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간 상진씨를 돕는 마을 주민들의 손길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마을 입구에 있던 동네 빈 교회 건물을 건물주인이 지붕을 고치는 조건으로 무료 임대 해주면서 ‘고작 네모’라는 사진관을 열기도 했다.

    상진씨도 재능기부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의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관에서 동네 어른들의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하고, 마을 내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사진 봉사도 진행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진씨는 “계속 여행자들을 찍는 일을 하고 싶다”며 “제가 찍는 사진들이 가능성이 있는지 승부를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저한테는 이게 보통의 길”이라고 답하는 상진 씨에게 조금은 특별하지만 꿈을 좇는 영락없이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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