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어디에 썼나] 하. 온라인 쇼핑↑ 역외소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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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어디에 썼나] 하. 온라인 쇼핑↑ 역외소비 가속화

    강원 거주자 온라인 쇼핑, 수도권에서 소비↑
    올해 전자상거래 관련 신용카드 사용액 급감
    통신판매 사업자 늘었지만, 수익 구조 취약
    강원지역 역외소비율 57.9% 전국 최고 수준

    • 입력 2021.11.08 00:01
    • 수정 2021.11.10 16:53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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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박정수(32·후평동) 씨는 지난 한 달간 신용카드 사용 내용을 점검하다가 깜짝 놀랐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결제한 내용이 전체 카드 사용액 중 62%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주변과 비교해 평소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생필품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소비의 상당 부분이 거주지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춘천에 거주하는 한 30대 직장인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올해 10월 카드 사용액 중 전자상거래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자료=독자제공, 신한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춘천에 거주하는 한 30대 직장인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올해 10월 카드 사용액 중 전자상거래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자료=독자제공, 신한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소비시장 온라인 대전환, 지역은 ‘흔들’
    MS투데이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강원지역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전자상거래·통신판매 영역의 도내 카드 가맹점에서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해 1~7월 15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1~7월의 경우 340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같은 기간(301억원) 대비 39억원(13.0%) 결제액이 증가하는 등 깜짝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강원지역 전자상거래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역 오프라인 매장이 현금성 재난지원금의 주요 사용처였고,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쇼핑이 증가하면서 지역 업체를 통한 직접적인 전자상거래 결제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자료를 살펴보면, 강원지역 통신판매업 사업자는 올해 8월 기준 6032명으로 전년 동월(4433명) 대비 1599명(36.1%) 증가했다.

    춘천으로 범위를 좁혀도 같은 기간 통신판매업 사업자는 1041명에서 1411명으로 370명(35.5%) 늘어났다. 이처럼 온라인 시장에 집중한 업체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자체 플랫폼이나 직접적인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플랫폼 기반 소비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강원지역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올들어 전자상거래 관련 도내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줄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플랫폼 기반 소비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강원지역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올들어 전자상거래 관련 도내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줄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팬데믹이 불러온 역외소비
    코로나19는 수도권으로의 소비 집중 현상을 가속했다. 특히 춘천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탁월해 역외소비가 활발한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김수지 한국은행 강원본부 조사역이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강원지역 소비 동향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코로나19 이후 역외소비 증가율과 역내소비 증가율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코로나19 전보다 1.9% 늘었으나, 역내소비의 경우 4.9% 감소했고, 역외소비는 7.6% 증가했다. 강원지역 거주자가 도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금액은 줄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금액은 늘어났다는 의미다.

    보고서에서 추산한 코로나19 이후 강원지역 역외소비율은 57.9%에 달했다.

    강원지역 거주자가 신용카드로 1000원을 결제할 때 421원을 강원지역에서, 나머지 579원은 다른 지역에서 사용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54.9%)에 비하면 역외소비율은 3.0%p 상승했다.

    경제권역별로 비교했을 때 강원지역 역외소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의 경우 역외소비율은 5.2%에 그쳤으며, 동남권(50.3%), 충청권(51.1%), 호남권(52.7%), 제주(53.5%), 대경권(53.9%) 등에 비해 권역 밖에서 소비한 비중이 높았다.

     

    경제권역별 코로나19 이후 역외소비율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경제권역별 코로나19 이후 역외소비율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도민의 역외소비는 주로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역외소비액 중 73.8%가 서울, 17.8%가 경기에서 이뤄지는 등 수도권이 92.5%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90.1%)보다 2.4%p 상승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판매(26.9%), 용역서비스(14.7%), 유통업(12.6%), 보험(11.6%) 등을 중심으로 역외소비 증가 폭이 컸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수지 조사역은 “카드 사용 실적이 본사 소재지가 있는 수도권에서 일괄 집계돼 역외소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코로나19 이후 강원지역에서 사용된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역내소비는 4.9% 감소했고, 다른 지역 거주자가 강원지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으로 추산한 ‘소비유입’ 역시 6.5%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강원지역으로의 소비유입률은 34.1%에 그쳤다.

    도내에서 1000원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발생했을 때 강원도민이 659원을, 다른 지역 거주자가 341원을 각각 사용했음을 뜻한다. 소비유입률 수치는 코로나19 이전(34.4%)과 비교해 0.3%p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강원지역 소비유출입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강원지역 소비유출입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외소비는 증가하고, 강원지역으로의 소비유입은 감소하며 소비 순 유출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외소비에서 소비유입을 뺀 후 역내소비 값으로 나눠 산출된 '소비 순 유출비율'은 85.9%로 팬데믹 이전(69.0%) 대비 16.9%p 상승했다. 전국 경제권역별 비교에서도 강원지역이 코로나19 이후 소비순유출비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김수지 조사역은 “강원지역의 높은 역외소비율은 소비 기반이 튼튼한 수도권과의 접근성, 온라인 거래 확대 등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지역 온라인 거래 플랫폼 확충 등을 통해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면 서비스 비중이 높은 강원지역 경제의 소비구조를 고려해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될 수 있는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노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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