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정직한 프랑스 빵, '블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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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정직한 프랑스 빵, '블랑오'

    미술관 학예사, 연고 없는 춘천에서 창업
    후평동 골목에 프랑스식 블랑제리 오픈
    전시 공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주목
    건강한 빵 곁들인 예술 커뮤니티 꿈꿔

    • 입력 2021.10.31 00:01
    • 수정 2023.09.07 11:57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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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후평동 부안초등학교 근처 주택가에 거리 색깔과 닮은 베이커리 한 곳이 새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여름 문을 연 블랑오(Boulan O·대표 이완주)는 엄밀히 말해 프랑스어로 ‘빵집’을 뜻하는 블랑제리(boulangerie)다. 프랑스 제빵 기술을 적용해 프랑스산 친환경 밀가루를 사용한 빵을 선보인다.

     

    블랑오 베이커리의 대표 메뉴인 깜빠뉴. (사진=권소담 기자)
    블랑오 베이커리의 대표 메뉴인 깜빠뉴. (사진=권소담 기자)

    ▶정직한 재료로 만드는 정통 프랑스 빵
    블랑오 베이커리의 대표 메뉴는 여러 겹의 반죽으로 이루어진 페이스트리 ‘크루아상’, 프랑스산 밀가루와 다크 호밀을 천연발효종으로 장시간 저온 숙성한 ‘깜빠뉴’, 초콜렛이 들어간 ‘뺑 오 쇼콜라’ 등이다.

    건강빵인 깜빠뉴, 치아바타, 통밀빵(빵꽁쁠레), 바게트 등은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레시피가 기본이 돼 비건(Vegan)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다.

    이완주 대표는 “기술이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고 좋은 재료와 천천히 저온 숙성하는 시간으로 극복하려 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돼지고기 알레르기를 겪은 후 식재료 전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 이 대표이기 때문에 빵의 원재료에 대한 확신이 더욱 필요했다.

     

    가족과 함께 춘천으로 이주, 베이커리를 창업한 이완주(39) 대표. 그는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한 경력을 살려 예술 전시 기반 커뮤니티 공간으로 블랑오를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권소담 기자)
    가족과 함께 춘천으로 이주, 베이커리를 창업한 이완주(39) 대표. 그는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한 경력을 살려 예술 전시 기반 커뮤니티 공간으로 블랑오를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권소담 기자)

    블랑오에서는 ‘포리쉐 밀가루’만을 고집한다.

    포리쉐는 7대에 걸쳐 내려온 전통 있는 제분 회사로 프랑스산 최고급 밀가루의 대명사다. ‘아기들이 먹어도 안전한 밀’이라는 프랑스 공식 인증 시스템인 CRC 인증도 획득했다. 빵에 들어가는 버터는 프랑스산 자연 버터만을 사용한다.

    품질 좋은 재료가 정직한 맛을 낸다고 믿는 이완주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어 낸다.

    이 대표는 화학 재료를 넣어 이른 시간에 반죽을 숙성하는 방법 대신, 첨가물은 최소화하고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한다. 빵집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지만, 이완주 대표가 매일 아침 5시에 출근하는 이유다.

     

    블랑오 베이커리는 방부제와 계량제를 사용하지 않고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지킨다. (사진=권소담 기자)
    블랑오 베이커리는 방부제와 계량제를 사용하지 않고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지킨다. (사진=권소담 기자)

    ▶미술 감각 더한 골목길 가게 공간
    이완주(39) 대표는 아내 황신영(39)씨, 네 살 난 아들과 함께 지난해 연말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왔다.

    처음에는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최근 강릉지역 창업 환경은 경쟁이 치열하고 유행이 빠르게 변한다고 판단해 춘천으로 시선을 돌렸다. 춘천은 대학이 있어 청년 소비층이 탄탄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서울과 경기도 용인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디자인,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각각 전공한 미술학도로 미술관 학예사로도 근무했다.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를 다루는 사립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뿐 아니라 전시를 이용한 교육, 운영 전반을 도맡았다.

    전시 공간을 직접 꾸몄던 경험을 살려 블랑오의 공간도 그가 하나하나 기획하고 직접 손을 봤다. 그는 직접 페인트칠을하고, 매대를 만들며 3개월간의 공사 기간을 거쳤다. 가게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현관 역시 손수 설계해 나무를 잘라 완성했다.

     

    미술 전시공간처럼 꾸며진 블랑오 베이커리 내부. (사진=권소담 기자)
    미술 전시공간처럼 꾸며진 블랑오 베이커리 내부. (사진=권소담 기자)

    블랑오 베이커리 내부는 단순하다.

    미술품 전시의 공간이 되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를 떠올리게 한다. 테이블은 단 2개. 커피 메뉴 역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로 단출하다. 향후 춘천지역 작가들과 연계한 전시 기획을 염두에 둔 공간 배치다. 천장에는 전시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레일이 달려 있다.

    이완주 대표는 “손님들이 공간에 대해 비어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다”며 “지금은 3개의 캔버스로 나눠진 그림을 걸어뒀지만, 디스플레이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 다양한 액자와 회화 작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춘천 후평동 골목길에 자리잡은 프랑스식 빵집 '블랑오' 베이커리.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후평동 골목길에 자리잡은 프랑스식 빵집 '블랑오' 베이커리. (사진=권소담 기자)

    상호인 ‘블랑오’는 블랑제리(빵집을 뜻하는 프랑스어)와 알파벳 ‘O’의 합성어다.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있는 비어있는 동그라미를 의미하는 동시에, 원 안에서 함께하는 지역 커뮤니티를 강조한 이름이다.

    이 대표는 “가게가 위치한 후평동 주택가는 어르신들이 많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도 많은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라며 “맛있는 빵을 곁들인 커뮤니티 공간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예술과 전시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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