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로스터리 카페] 커피 장인 '피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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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로스터리 카페] 커피 장인 '피스엔’

    노르딕 커피, 산미와 단맛의 부드러운 조화
    어제보다 오늘 더 맛있는 커피가 있는 곳

    • 입력 2021.10.30 00:01
    • 수정 2023.09.07 11:5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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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춘천이 전국적인 커피 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맛 좋은 원두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로스터리 카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춘천 후평동에 위치한 피스엔 카페.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후평동에 위치한 피스엔 카페. (사진=조아서 기자)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예스러운 기와집이 담도 없이 모두를 반긴다. 마치 누군가의 집을 허락받지 않고 들어가는 것 같지만 초대받지 않고도 들락일 수 있는 이웃이 된 것 같아 정겨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높은 건물과 프렌차이즈 카페 뒤편, 유독 눈에 띄는 ‘피스엔(|piece|ⁿ)’이다.

    외관과 달리 내부는 모던함이 가득하다. 목재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세련미와 예스러움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메운다. 깔끔하고 평화로운 공간, 피스엔만의 분위기다.

    ▶최고의 한잔을 위한 최선의 노력

    상호처럼 평화롭고 잔잔한 성격의 이두성(40) 대표는 피스엔만의 아늑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1등 공신이다. 이런 그도 커피에 있어서만은 예외다. 이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기 전 서울 카페 투어를 다니며 맛있는 커피를 발견하면 불도저처럼 무작정 가게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땐 맛있는 커피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카페들을 다니며 사장님들을 공략했어요. 당시 스페셜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을 때라 재야의 고수들을 많이 만났죠. 지금은 업계에서 제일가는 카페들이 돼 있더라고요.”

     

    드립 커피를 내리는 이두성 대표. (사진=조아서 기자)
    드립 커피를 내리는 이두성 대표. (사진=조아서 기자)

    열심히 발품을 팔아 커피를 익혔지만 스스로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서 그는 3여년간 속 쓰린 나날을 보냈다. 산미와 단맛이 조화로운 최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아침마다 20~30잔씩 커피를 마시며 맛을 관리해왔다.

    “로스팅한 원두는 시간이 지나면서 맛과 조건들이 달라져요. 원두 상태에 맞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뽑기 위해 매일 세팅을 새로 하다 보니 20~30잔은 기본이었어요. 어떤 날은 입에 머금어 맛만 보고 뱉기도 했어요.(웃음) 그렇게 해서라도 최선의 맛을 찾아내고야 말았죠.”

    한 땀, 한 땀 허투루 하지 않는 장인 정신 때문에 고달픈 날들이었지만 손님들에게는 매일매일 최고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었다.

    ▶지름길보단 정통으로··· 노르딕 커피 
    피스엔의 커피는 남다르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과일차 같은 부드러운 커피 맛에는 이 대표가 고집하는 노르딕 스타일이 짙게 배어 있다.

    노르딕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다. 생두가 옅은 황색으로 변할 만큼만 약하게 볶는 것을 의미한다. 약배전으로 약하게 익힌 원두는 생두 본래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차를 마시는 듯한 향과 농도를 느낄 수 있고 한잔을 머금으면 잘 익은 과일의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적당한 산미가 고소함과 달달함을 자극한다.

    “노르딕 스타일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산미가 특징이에요. 그래서 부드러운 단맛으로 밸런스를 잡아 신맛이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하죠. 이 과정이 쉽진 않지만 생두가 가진 본래의 매력을 가장 잘 끌어내는 기법이라 노르딕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어요.”

     

    이두성 대표가 원두를 로스팅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이두성 대표가 원두를 로스팅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덕분에 피스엔에서는 선명한 산미와 과일의 단맛, 깔끔한 뒷맛까지 쉼 없는 변주로 단조롭지 않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복숭아 맛과 재스민 향이 감싸는 ‘페루 알란야 게이샤’, 청량한 산미와 라즈베리의 상큼한 과즙이 떠오르는 ‘콜롬비아 라 마리아 게이샤’, 오렌지 주스 같은 ‘에티오피아 비샨디모’, 티피카와 게이샤를 블랜딩해 감귤의 상큼함과 캐러멜의 달달함이 조화를 이루는 ‘과테말라 라 레포르마 게이샤 티피카’, 건조 과일의 농익은 단맛이 극대화된 ‘콜롬비아 라 프라데라 게이샤’, 코코 내추럴 프로세싱을 거쳐 흑설탕 같은 진한 단맛이 특징인 ‘볼리비아 코코 자바 내추럴’ 등 11종 이상의 다양한 원두를 맛볼 수 있다.

    ▶성장하는 중입니다··· 더 나은 ‘날’ 위해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이 야구 감독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생두를 선택하는 감도, 원두의 가능성을 보는 눈도, 원두의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실력도 모두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눈으로 자신의 커피를 평가한다.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은 커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엄격한 잣대를 두곤 하죠. 로스팅한 원두가 일정 기준을 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폐기하죠. 커피 한잔이라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스엔 카페 내부. (사진=조아서 기자)
    피스엔 카페 내부. (사진=조아서 기자)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은 저렴한 가격에서도 나타난다.

    “제가 만드는 커피가 완성된 커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 만드는 커피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든 한잔, 한잔이에요. 완벽하지 않은 커피를 비싸게 팔 수는 없잖아요.(웃음)”

    손님들과 소통하며 누구보다 부지런히 커피에 정진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더 발전된 내일을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 덕분에 피스엔에서는 어제보다 오늘 더 맛있는 커피가 볶아지고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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