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로컬푸드] ‘미식가의 보양식’, 식용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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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로컬푸드] ‘미식가의 보양식’, 식용 달팽이

    성장성·수익성 주목해 귀농 도전
    연간 5t 생산하는 농장으로 성장
    달팽이 농가 늘어 조합 설립 목표

    • 입력 2021.10.25 00:01
    • 수정 2023.09.07 11:57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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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 동네 로컬푸드’를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귀농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경작 작물과 가축사육을 결정하는 것이다.

    토마토, 고추와 같은 대중적인 작물이나 소, 돼지 가축사육 등 정보가 많은 일반적인 품목을 선택하는 귀농인이 있는가 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대하며 특수 품목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신동면 정족리로 귀농한 차성호(36)·성현(35) 형제는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와 ‘식용 달팽이’라는 생소한 품목으로 귀농 이야기를 써가고 있다.

     

    춘천 신동면 정족리에서 달팽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성현(왼쪽)·성호 형제. (사진=서충식 기자)
    춘천 신동면 정족리에서 달팽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성현(왼쪽)·성호 형제. (사진=서충식 기자)

    ▶달팽이 5t 키우는 농장
    식용 달팽이 양식의 출사표는 동생인 성현씨가 먼저 던졌다.

    그는 달팽이 양식 TV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본 후 취미 삼아 소규모로 키우던 달팽이들이 번식도 잘하고, 식성도 까다롭지 않은 모습을 확인 후 사업 아이템으로 이점이 있다고 판단해 본격 귀농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생각한 것처럼 쉽지 않았다.

    이는 달팽이 양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고, 강원도에서는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어 모든 것을 다른 지역에서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동생 성현씨는 고생 끝에 2019년 겨울이 돼서야 달팽이농장을 열었고, 이후 합류한 형 성호씨와 함께 연 5t의 달팽이를 생산하는 건실한 농장으로 만들었다.

     

    농장에서 양식 중인 식용 달팽이. (사진=서충식 기자)
    농장에서 양식 중인 식용 달팽이. (사진=서충식 기자)

    ▶미식가들의 보양식
    국내에는 달팽이 식용이 아직 보편화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미식가들이 즐겨 먹는 보양식이자 고급 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달팽이에는 해독 효과가 뛰어난 ‘뮤신’,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주는 ‘콘드로이틴황산’, 간세포 재생을 돕는 ‘아카란 황산’ 등 인체에 유익한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있다.

    현재 성호·성현씨의 달팽이농장은 등 껍데기 색깔에 따라 붙여진 ‘금와’, ‘흑와’, ‘백와’ 종을 양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흑와와 금와를 교배시켜 만든 ‘흑금와’를 추가로 사육 중이다. 달팽이들은 주로 진액으로 가공해 판매 중이고, 일부는 애완용으로도 판매한다.

     

    식용 달팽이는 등 껍데기 색깔에 따라 ‘금와’, ‘흑와’ 등으로 불린다. (사진=서충식 기자)
    식용 달팽이는 등 껍데기 색깔에 따라 ‘금와’, ‘흑와’ 등으로 불린다. (사진=서충식 기자)

    달팽이 양식의 핵심은 ‘온도’와 ‘습도’다.

    온도는 23~28도, 습도는 70~80%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해당 조건만 갖춰진다면 달팽이 한 마리가 월 100~400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병해충도 거의 없어 관리가 쉽다.

    차성현씨는 “식용 달팽이는 4~6개월 정도 성장하면 무게가 40g이 되는데 이때가 상품성이 가장 좋다”며 “도매는 ㎏당 8000~9000원, 소매의 경우 ㎏당 1만5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법상 가축 인정이 목표”
    식용 달팽이는 외래종인 만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축산법상 가축으로 포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가에 지원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구체적인 생태계 교란 사례나 관련 연구도 없이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서 달팽이 양식 농가의 고충이 크다.

    차성현씨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함께 판로가 줄어들며 올해 중순부터는 적자를 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축산물로 인정받아 달팽이 농가들의 어려움이 일부 해결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달팽이 농가들이 조합을 결성해 생산, 판매, 홍보 등 다양한 방면에서 힘을 모아 활동하고 있다”며 “춘천도 달팽이 농가가 늘고, 조합도 구성해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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