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자신의 실수로 동료 잃은 환경미화원의 눈물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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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재구성] 자신의 실수로 동료 잃은 환경미화원의 눈물 참회

    중앙선 넘어 불법 유턴 중 승용차와 충돌
    발판에 있던 환경미화원 차에 치여 숨져
    새벽 쓰레기 치우기 속도전이 불러온 참사
    법원, 운전기사에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불법적 관행 사라져…향후 반복되지 않길“

    • 입력 2021.10.08 00:01
    • 수정 2021.10.10 00:03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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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27일 오전 2시 55분쯤 춘천 칠전동에서 청소차와 승용차가 충돌한 가운데 경찰관과 소방관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청소차 발판에 탑승한 환경미화원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지난해 2월 27일 오전 2시 55분쯤 춘천 칠전동에서 청소차와 승용차가 충돌한 가운데 경찰관과 소방관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청소차 발판에 탑승한 환경미화원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지난해 2월 27일 새벽 춘천 칠전동의 한 왕복 4차선 도로에 환경미화용 청소차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청소차 운전기사 A씨가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시도했는데, 마주 오던 승용차가 청소차 뒷부분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청소차 발판에 탑승했던 50대 환경미화원 B씨가 도로로 튕겨 나갔고, 뒤이어 오던 또 다른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불법 유턴을 시도한 청소차 운전기사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9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춘천지법 박진영 부장판사는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진영 부장판사는 “A씨는 중앙선을 침범해 운전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마주 오던 승용차 운전자에게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히는 한편 자신의 직장 동료인 다른 피해자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과실이 크고 결과가 중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다친 승용차 운전자와 사망한 동료의 유족들과 원만하게 합의해 그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촉박한 시간에 중앙선 넘어, 후회”

    고개를 떨구고 재판정 밖으로 나온 A씨는 MS투데이 취재진과 만나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고, 하루도 반성하지 않은 날이 없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가에는 깊은 회한과 죄책감이 묻어났다. 

    A씨는 이날 사고가 누구보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망한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B씨가 일자리를 구한다는 소식에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소개해 준 것도 바로 A씨였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한 지 두 달째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맞았다.

    17년 차 베테랑 청소차 운전기사인 A씨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중앙선을 넘었다. 밤새 주어진 구역의 쓰레기를 치우려면 시간이 촉박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완벽하게 유턴했다고 생각한 순간,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던 승용차가 청소차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A씨는 청소차가 쓰러지면서 운전석에 갇혔고, 밖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B씨가 뒤이어 온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A씨도 많이 다쳤다. 그는 갈비뼈 다섯 개가 부러지고, 척추를 다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자신의 실수로 아내가 20년 지기 친구인 B씨의 아내와 전화통화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가 됐다는 사실도 A씨를 괴롭게 했다. A씨는 “처음에는 죽으려고 했다”며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나아졌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발판 올라타는 관행 개선 중, 다행"

    A씨는 자신이 낸 사고로 환경미화원이 일하는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A씨는 “동료들의 경각심이 높아졌고, 회사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며 “인력이 충원되는 등 안전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차 뒷부분에 설치된 발판에 올라탄 채 이동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A씨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B씨의 아들에게 판결 내용을 전해주고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을 전할 생각”이라면서 “B씨의 아들은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쪽이 아픈 것이 사실”이라며 법원을 떠났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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