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오징어 게임’ 세계적 문화현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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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오징어 게임’ 세계적 문화현상 됐다

    • 입력 2021.10.06 08:50
    • 수정 2021.10.07 00:06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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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한국 드라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지 4일 만인 21일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에서 처음으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이후 2주 만에 세계적 붐을 일으킨 셈이다. 지난 4일까지 8200만여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된다.
     
    ‘오징어 게임’은 자국 콘텐츠 소비 비율이 매우 높은 인도의 넷플릭스에서도 전체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가 진출하지 않은 중국에서도 웨이보 등에서 수시로 언급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품 속 놀이 따라하기, 체험관 줄서기 진풍경, 다양한 패러디와 밈 등으로 ‘스노볼 효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출연자들의 SNS 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대박(세박)’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넷플릭스가 조성한 오징어 게임 체험관에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며 인기를 실감했다. 필리핀의 한 대형 쇼핑몰에도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 역할을 하던 대형 인형이 세워져 글로벌 관심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오징어 게임’ 여파로 동영상 앱 ‘틱톡’ 등에서는 전 세계에서 한국식 놀이를 즐기는 영상이 게재되고 있다. 달고나(뽑기) 만들기는 이미 지구촌 놀이 문화가 된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CNN, 르 몽드 등 유력 언론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와 반응을 대서특필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운영하는 ‘해외통신원리포트’에는 각국 통신원들이 이례적으로 모두 ‘오징에 게임’에 대해 현지에서 목격하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뜨겁게 달군 오징어 게임’이라는 말레이시아 통신원의 기고문에서는 1회에 나온 딱지치기의 패러디에 이어 말레이시아 유명 쇼핑몰의 SNS에서 관리자의 점프수트 복장과 마스크를 쓴 직원들의 모습을 패러디한 모습이 나가자 말레이시아 누리꾼들이 “쇼핑몰에 가기가 무서워진다” “뺨은 때리지 마세요” 등 흥미로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까지 사회 고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열풍과 영향력은 차원이 다르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구미에서 더욱 난리다. 왜 그럴까? 사회 고발 메시지 전달의 창의성이 ‘오겜’(‘오징어 게임’)의 전 지구적 인기의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인들이 어렸을 때 즐겨했던 전통놀이가 456억원을 두고 벌이는 죽음의 게임으로 전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게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외국인들에게도 공감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듯하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유니크하다. 익숙하면서도 차별화돼 있다. 심플한 듯하면서도 정교하게 기획돼 있다.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출연자들은 해고 노동자, 증권회사 직원, 의사, 조직폭력배, 탈북민, 외국인 노동자, 사기전과범,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기 좋은 캐릭터들을 곳곳에 포진시켰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한경쟁 사회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합리화를 잘 볼 수 있는 것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합격자로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다 선물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지게 된 상우(박해수)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비정해지고 이기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결승까지 왔다고 말하는 반면, 오히려 배운 거 없고 가진 것 없는 해고 노동자 기훈(이정재)이 패자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게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다고 말하면서도 게임 제작진이 의사 참가자에게는 미리 문제를 알려주고 자신들과 공모하게 한다. 학교에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을 배워온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면 시험문제지가 일부에게 유출된 상황 못지 않게 허탈감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서바이벌 게임의 스폰서이자 포로모터인 브이아이피(VIP)들은 게임을 구경하며 노는 방관자들이다. 경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그들은 마치 ‘경주마’가 온 힘을 다해 달리는 걸 보며 웃고 즐기는 식으로 소비한다. 결국 루저들끼리 싸움을 시켜 놓고 서로를 물어뜯게 만드는 이들의 비정한 모습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생각할 포인트를 던져주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황동혁 감독은 비대면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처럼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해 현실감을 부여했다. 황 감독이 신경 쓴 포인트는 일단 이야기 이전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뽑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게임, 오징어 게임장의 색감, 세트, 인형 등을 기존 서바이벌과 달리 아기자기하면서도 기괴하며 화려하게 제작한 게 결국 세계인의 놀이문화가 되게 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어쨌든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인기는 완성도 높은 재미와 함께 이 드라마의 주제인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한국의 문제가 아닌 세계 보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씁쓸한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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