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어깨가 돌처럼 굳은 분들, 하루 한번 ‘날갯짓’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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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어깨가 돌처럼 굳은 분들, 하루 한번 ‘날갯짓’ 해 보세요

    • 입력 2021.10.01 00:01
    • 수정 2021.10.03 00:35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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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힘 좀 쓴다는 사람을 흔히 ‘어깨’라고 부르죠. 씨름이나 격투기처럼 남자들만의 힘겨루기, 또는 힘든 육체노동을 할 때 어깨만큼 중요한 부위가 없다 보니 생긴 은어겠지요. 사실 어깨는 다른 인체조직에 비해 과소평가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어깨는 인간의 진화과정 중에 가장 눈부신 ‘작품’입니다. 수렵시대에 신체적 조건이 인간보다 뛰어난 동물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어깨와 팔의 협업 덕분이었으니까요. 돌창을 날리고, 돌도끼로 내리찍고, 화살을 만들어 쏠 수 있었던 모든 행위의 중심에는 바로 어깨가 있습니다.

    어깨는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을 하면서 발달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200만 년 전 번성했던 호모 에렉투스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던지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요.

    실제 침팬지와 인간의 던지는 능력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참가하는 투수의 평균 구속은 시속 151㎞, 이에 반해 침팬지는 시속 30㎞가 고작입니다. 투창이나 투포환, 투원반이 올림픽 종목에 채택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깨관절은 우리 인체 중 가장 활동반경이 큰 관절입니다. 고관절처럼 360도 회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전방위로 작동하는 근육 덕분에 다양한 동작을 취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절구(상완골 골두)와 절굿공이(견갑골 위쪽)처럼 생긴 뼈와 이 뼈에 붙어 있는 회전근개라고 하는 근육 덕분입니다. 

    이러한 어깨의 진가를 현대인은 모르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실제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나 직업군이 아니라면 팔을 올린다거나 돌릴 일이 전혀 없지요.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집안일 대부분이 팔꿈치 아래에서 이뤄지다 보니 어깨의 역할이 옷걸이 수준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조직은 쉽게 퇴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어깨질환이 늘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회전근개증후군이나 동결견(오십견)・석회건염 등 어깨질환이 4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질환이 회전근개 파열입니다. 회전근개는 팔을 움직이게 하는 4개의 근육 조합을 말합니다. 이들 근육은 절굿공이에 해당하는 상완골두에 붙어서 팔을 들어올리거나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돌리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회전근이 끊어지거나 일부 찢어지면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팔 동작이 어려워집니다.

    연령대로 보면 50~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죠. 하나는 퇴행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뼈에 붙어 있는 근육들이 탄력을 잃게 됩니다. 또 하나는 충격입니다. 근육은 약해지는데 갑자기 시작한 운동이 결정타를 날리는 것입니다. 골프, 배드민턴, 테니스, 야구 등이 어깨에 부담되는 대표적인 운동종목이지요. 골프의 경우, 임팩트 시점보다 골프채를 높이 들어 올리는 동작이 더 위험합니다. 

    헬스장에서 나이를 잊고 무게 운동을 하다 어깨를 다치는 장년층도 의외로 많습니다. 무게를 올리거나 운동량을 늘리는데 좀 더 신중하셔야 합니다. 

    직업 중에서도 고위험군이 있습니다. 도배를 하거나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오랜 시간 팔을 들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근육 피로가 쌓여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안 좋은 행위는 도끼질입니다. 도끼를 머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리칠 때 회전근이 파열돼 병원 신세를 지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회전근개증후군과 혼동되는 어깨질환이 있습니다. 흔히 오십견이라고 부르는 동결견으로, 정확한 의학 명칭은 ‘유착성 관절막염’입니다. 어깨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낭이 염증으로 쪼그라들면서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관절낭은 어깨뼈를 움직일 때 부드럽게 완충 역할을 하는데 물이 마르면서 윤활 기능은 떨어지고, 염증이 생겨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경첩에 녹이 슬어 삐걱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의학적으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평소 어깨운동이 부족한 사람, 또는 당뇨병,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고 해요.

    그런데 두 질환의 증상이 유사해서 사달이 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해요. 회전근개 파열을 오십견으로 생각해 저절로 괜찮아지겠지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증의 양상을 살펴보면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오십견은 어떤 방향으로 팔을 돌리거나 올려도 엄청난 통증을 유발합니다. 누군가 살짝 건드려도 아프고, 어깨가 굳어 팔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아프긴 하지만 반대 팔로 아픈 팔을 들어 올리면 올라갑니다. 주로 팔의 각도가 120~160도에서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입니다.

    자신이 오십견에 걸릴 위험군인가를 알려면 만세를 불러보세요. 팔꿈치를 곧게 펴고 팔을 귀에 붙이는 동작이 잘 안된다면 발병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은 뒤로 손을 뻗어 브래지어를 맬 정도가 안된다면 유연성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오십견이든 회전근개증후군이든 예방법은 평소 스트레칭과 어깨의 유연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날갯짓을 하듯 어깨운동을 해 보세요. 팔꿈치를 펴고 새가 날듯 팔을 펄럭이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위쪽으로 만세 하듯, 또 박수치듯 앞쪽에서 20~30회씩 해 보시면 분명 어깨가 시원하게 풀리는 것을 경험하실 겁니다. 어깨까지 잠기는 탕욕을 하고 시행하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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