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춘천 예술인 투잡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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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춘천 예술인 투잡 뛴다

    도내 예술인 10명 중 6명 겸업 예술인
    지난해 예술활동 수입 절반 이상 급감
    낮고 불안정한 수입··· 투잡에 내몰려

    • 입력 2021.09.30 00:01
    • 수정 2021.10.01 00:04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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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지역 예술인의 56.6%는 예술 활동 외에 다른 일을 한다. 이들 대부분은 낮고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겸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조아서 기자)
    춘천 지역 예술인의 56.6%는 예술 활동 외에 다른 일을 한다. 이들 대부분은 낮고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겸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조아서 기자)

    도내 문화예술인 중 절반 이상이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예술 활동과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문화재단이 코로나 이후 조사한 ‘강원도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도내 문화예술인 중 59.7%가 겸업 예술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예술인 10명 중 6명꼴로 ‘투잡’을 뛴다는 의미다. 그만큼 지역 예술인이 예술 활동만으로 생계를 잇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주 활동 지역이 춘천인 전업 예술인은 43.4%로 도내 평균(40.3%)보다는 높지만 절반에도 못 미쳤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전업 예술인 비율이 절반을 넘는 지역은 양구(60%)뿐이다.

    겸업 예술인의 비율이 높은 예술 분야는 사진(81.4%), 대중음악(79.7%), 방송(71.4%) 등이다. 겸업 예술인 비율이 가장 낮은 만화(40%)는 사진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겸업 예술인 중에서 예술이 주업이지만 투잡을 뛰는 예술인 비율이 높은 분야는 만화(50%), 영화(40%), 연극(39.2%) 등이다.

    강원대 학생이자 독립영화 감독인 이유진씨는 “현재는 학생 신분으로 학교에서 근로하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면서 “주변에서는 예술활동만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니 영화를 찍기 위해 계약직 사무업무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도내 예술인의 소득은 크게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지침 등으로 공연·전시·상영이 축소되면서 예술 활동 무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예술인 가구의 연평균 총수입은 2727만원으로 코로나 이전 3294만원보다 17.1% 줄었다. 더욱이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616만원에서 285만원으로 53.7% 급감했다.

     

    코로나19 이후 강원도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은 절반 이상 크게 줄었다. (그래픽= 조아서 기자)
    코로나19 이후 강원도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은 절반 이상 크게 줄었다. (그래픽= 조아서 기자)

    겸업 예술인이라 응답한 이들 중 ‘현재 낮은 소득’(42.8%)과 ‘현재 예술 활동에서의 불규칙한 소득’(16.8%) 등 경제적 이유로 겸업을 택한 이들이 60%에 육박한다.

    예술 활동 외에 다른 일자리를 갖게 된 주된 이유에 대해 미술과 연극 분야는 ‘현재 예술 활동에서의 낮은 소득’이 5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예 분야는 ‘현재 예술 활동에서 불규칙한 소득’이 약 30%로 다른 분야보다 높았다.

    춘천 연극배우 A씨는 “무대에 한 번 오르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대관료, 연출가 섭외, 소품·무대장치 등 500만원~1000만원이 기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무대에 오를 기회는 줄고 관객도 절반만 받을 수 있으니 생업으로 연극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사에 참여한 도내 예술인의 42.8%가 지난 2년 동안 예술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주 수입원이 없다고 응답해 지역 예술인의 상당수가 안정적인 수익 창출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춘천 갤러리 관장 B씨는 “전시를 열기 어려운 지역 예술인을 위해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아무리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해도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전시 한 번 열기 어려운 게 지역 예술인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춘천문화재단 예술지원팀 한동연 대리는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춘천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올해 창작준비지원사업을 시작했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예술 활동에 필요한 공간의 월세를 지원하는 창작공간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춘천 예술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구체화하기 위해 ‘예술 공론장’을 여러 차례 열어 지원 규모와 대상 확대 여부를 꾸준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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