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집으로 데려와 키울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버려진 동물인 줄 알았다고 해도 주인이 잃어버린 반려동물이었다면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에 사는 A(68)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농장 인근에서 돌아다니는 1년생 진돗개 한 마리를 발견, 집으로 끌고 갔다. A씨는 진돗개가 유기됐다고 생각해 주인을 찾으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진돗개는 B씨가 키우다 잃어버린 강아지였다. B씨는 사라진 진돗개를 찾기 위해 한 달 동안 인근 주민을 상대로 수소문했고, A씨가 자신의 진돗개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B씨는 진돗개를 찾은 후 A씨를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주인이 없는 진돗개인 줄 알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지난 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해당 진돗개를 발견한 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유사한 품종의 진돗개를 마을 대부분 가정에서 기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주인이 있을 수 있는 강아지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발견 당시 진돗개의 상태가 좋았다”며 “피해자 B씨가 인근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한 달 만에 A씨가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도 점유이탈물 횡령의 근거”라고 덧붙였다.
▶유기동물 발견하면, 담당 자치단체에 신고해야
주인이 없다고 생각하고 목줄이 묶인 강아지를 데리고 간 경우에도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는 강아지가 묶여 있었기 때문에 주인이 소유한 물건을 훔쳐 간 것으로 본 것이다. 절도는 점유이탈물 횡령보다 처벌이 중하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길거리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주인이 없다고 생각하고 무턱대고 집으로 데려가선 안 된다”며 “유기됐다고 생각되는 동물을 발견하면 담당 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지자체 신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치단체가 소유권을 갖게 된다”며 “이때는 절차를 거쳐 입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형법 360조(점유이탈물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잃어버린 재물을 횡령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를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