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 없는 춘천 대리운전, 메아리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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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러도 대답 없는 춘천 대리운전, 메아리 없는 이유는?

    지역 대리운전, 배차 대기 1시간 이상
    대기업 플랫폼, 즉시 기사 배정 차이
    수수료 차이로 인한 기사 쏠림 현상

    • 입력 2021.09.24 00:01
    • 수정 2021.09.26 00:12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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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김영진(49·퇴계동)씨는 후평동 한 식당에서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잔했다. 그는 귀가하기 위해 평소 이용하던 춘천지역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했지만 대기 손님이 많아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술도 깰 겸 기사 배정을 요청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1시간이 넘도록 대리운전 기사는 배정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대리운전을 포기하고 택시를 타야 했다.

    #시민 강민수(38·근화동)씨는 회사 동료와 술을 한잔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대기업 플랫폼 대리운전 서비스를 요청했다. 강씨가 앱에서 대리운전을 선택하자 출발지가 자동으로 입력됐고, 목적지를 입력하자 즉시 기사가 배정됐다. 대리운전 기사는 불과 호출 5분 만에 도착했다.

     

    최근 춘천 지역 대리운전은 기사 배정 대기에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반면, 대기업 플랫폼의 경우 즉시 배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최근 춘천 지역 대리운전은 기사 배정 대기에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반면, 대기업 플랫폼의 경우 즉시 배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최근 춘천시민들 사이에 지역 대리운전 업체는 기사 배정까지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플랫폼 대리운전은 대기시간 없이 기사가 즉시 배정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MS투데이 기자가 지난 15일 저녁 10시쯤 후평동 식당가에서 춘천지역 업체 3곳에 대리운전을 요청해 본 결과, 평일임에도 3곳 모두 대기 손님이 밀려 있어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러나 대기업 플랫폼 앱을 이용하자 목적지를 입력한 지 3분 만에 기사가 배정됐다.

    본지 취재 결과, 이와 같은 차이는 대리기사에 대한 수수료 차이 때문으로 드러났다.

    춘천지역 대리운전 업체 대부분은 이용요금의 약 35%를 수수료로 대리운전 기사에게 받고 있다. 이 중 15%는 보험료 명목이고, 20%의 경우 중계 수수료다.

    춘천 시내권 이동의 경우 지역 대리운전 업체들은 평균 1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요금의 35%를 수수료를 떼고 나면 대리운전 기사에게 남는 수익은 650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리운전 업체의 후행 서비스(대리운전 기사를 손님이 있는 곳까지, 손님 목적지에서 타 장소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업체의 차량이 따라서 이동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주유비와 후행 기사 인건비를 명목으로 다시 3분의 1로 나눈다.

    이 경우 대리기사가 손에 쥐게 되는 요금은 한 건당 약 2000원에 불과하다.

    지역 업체와 달리 대기업 플랫폼의 수수료는 보험료를 포함해 20% 수준이다. 이 경우 1만원의 요금을 받아도 대리기사에게 8000원의 수익이 남는다. 또 대기업 플랫폼은 평균 5000~6000원 정도 요금이 높은 ‘빠른 배정 서비스’가 있다. 다수의 손님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실제 대리운전 기사가 받는 수익의 경우 1만2000~1만3000원 선으로 올라간다. 지역 업체의 후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와 비교해 약 6배의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지역 내 대부분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지역 업체를 꺼리고 대기업 플랫폼만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지역 업체를 통해 대리운전 기사를 배정받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춘천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A(48·근화동)씨는 “지역 업체의 배정을 받을 때와 대기업 플랫폼의 배정을 받을 때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7배의 수입 차이가 나니 당연히 대기업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 업체들도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 대리운전 업체들은 “대기업 대비 높은 보험료로 인해 전체 수수료가 높아진 것”이라며 “대기업과 달리 영세한 지역 업체들은 보험사와 보험료를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리운전 기사들이 더 높은 수수료를 주는 쪽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고 이해되는 현상이지만 영세 업체에서 콜센터 운영을 위해 직원을 채용하고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며 “정부에서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장악을 막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리운전 기사와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생업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 B(59·교동)씨는 “코로나19로 음식점과 주점들의 영업시간이 제한되며 수입의 70~80%가 감소했다”며 “예전에는 하루에 10만원 정도를 벌어 대리운전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오후 9시부터 11시 사이 2~3건 외에는 일이 없어 4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C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도 “코로나19 상황에 대기업 플랫폼의 시장잠식까지 더해지며 매출이 80% 가까이 감소했다”며 “현재 사무실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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