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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뒤적뒤적] 북한 명품 비빔밥 ‘해주교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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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뒤적뒤적] 북한 명품 비빔밥 ‘해주교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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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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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추석을 두고 예로부터 “일 년 내내 오늘만 같아라”고 했습니다. 수확의 계절에 자리 잡은 추석의 풍요함, 넉넉함이 오래 지속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주부들 마음이야 꼭 그렇지 않겠지만 아닌 게 아니라 추석 무렵이면 식탁은 어느 계절보다 화려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음식 이야기, 그것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국적이거나 이른바 퓨전 음식 대신 북한 음식에 관한 책을 꺼내 들었답니다.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김양희 지음, 폭스코너)란 책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은이는 식품 전문기자로 일하다가 뜻한 바 있어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고 남북 경협을 다루는 공직에 있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니 이 책에는 단순한 북한 음식을 요리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북한을 수차례 다녀오기도 한 현장의 시선이 담겼습니다. 오로지 유래, 재료, 조리방법 등에 초점을 맞춘 북한 음식 해설서가 아니라 음식을 주제로 한 북한 가이드 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서 북한 음식 이야기만 보려면 책의 2부만 보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어쨌든 2부에는 ‘평양의 3대 명물 평양냉면’에서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술맛 나는 쉬움떡’까지 21가지 북한 향토음식이 실렸습니다. 그중 이름이 약간은 낯선 ‘해주교반’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황해도 해주는 전주, 진주와 더불어 3대 비빔밥으로 유명했던 곳이라네요. 해주교반은 맨밥이 아니라 돼지비계로 볶은 밥에 소금으로 밑간을 한 뒤 산나물과 닭고기를 기본 고명으로 얹는 것이 다른 지방 비빔밥과 다른 점이랍니다. 여기에 바다 인삼으로 불리는 해삼, 황각, 옹진 김 등을 넣는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주 비빔밥을 맛보고는 “인민들이 즐겨 먹는 별식 중의 하나”라며 ‘해주교반’이란 이름을 지어줬다는 이야기며 비빔밥을 처음 언급한 문헌은 1800년대 말 출간된 『시의전서』로, 여기서는 ‘부븸밥’이라 표기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줘 입맛을 돋웁니다.

그런가 하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추어탕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미꾸라지 추(鰍)는 고기 어(魚)와 가을 추(秋)가 합쳐진 글자에서 보듯 동면을 앞둔 미꾸라지가 영양을 비축하기 위해 초가을 무렵 가장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과 영양이 풍부해지는 것을 가리킨답니다. 또 북한 잡지에 소개됐다는 개성 추어탕의 유래도 그럴듯합니다. 고려 시대 각종 물고기 음식으로 인기를 끌던 개성의 한 생선국집이 강화도 앞바다에 나타난 왜구들 때문에 생선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대신 미꾸라지로 국을 끓여낸 것이 시초랍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순두부를 함께 넣어 끓였다는데 그래선지 추어탕은 원래 양반들은 먹지 않는 이른바 관노(官奴)들의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종종 만나는 네모난 만두 ‘편수’는 또 어떻고요. 편수는 소에 오이, 호박, 버섯, 달걀지단, 실백 등을 넣어 담백한 맛을 내기에 여름 만두로 알려져 있는데 변씨 성을 가진 이가 처음 만들어 ‘변씨만두’라 불리다가 편수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개성 지방에서는 소나무 순을 넣어 담근 송순주를 마시면서 보쌈김치를 곁들여 편수를 먹는 것이 하나의 멋이었다고 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즐겼던 함경도의 ‘언감자국수’는 들어본 이도 많지 않을 겁니다. 언 감자가루로 국수사리를 만들어 들깨와 콩으로 만든 깻국을 부어서 먹는 것이 언감자국수인데 언 감자 특유의 약간 쓰고 떫은 맛과 신맛이 깻국물의 맛과 조화를 이뤄 다른 국수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네요.

지은이는 이런 이야기와 더불어 해주교반의 명가 ‘해주식당’, 언감자국수 등 언감자요리 전문이라는 평양의 강계면옥, 평양온반·녹두지짐·평양냉면과 함께 평양의 4대 음식으로 꼽히는 대동강 숭어국을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평양 대동강 기슭의 평양숭어국집 등 ‘현지 맛집’을 소개해 현장감을 높였습니다.

음식을 함께 먹으며 가까워지듯 음식이 만드는 평화의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이 책이 추석의 식사 자리를 풍요롭게 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 문화를 이해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데 작은 힘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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