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달빛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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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달빛 기도

    • 입력 2021.09.15 00:01
    • 수정 2021.09.16 00:13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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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기도
               -한가위에-

                        이 해 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이해인: 양구출생.*1970년「소년」지에 동시로 등단. *시집「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작은 기쁨」외 다수.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문서 선교.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2021년, 어느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오늘은 ‘한가위’ 둥근 달처럼 마음이 둥글어지는 시를 만났습니다. 이 시의 작자는 우리 강원도 양구 출신으로 수도자이자 국민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해인 수녀입니다. 그는 항상 민들레 같은 우리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과 위로, 그리고 희망과 용기와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주는 시인으로 수도자의 참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서게 하는 시인으로 우리 곁에 서 있습니다. 추석을 맞아 오늘 여기 소개하는 시 「달빛 기도」가 더욱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시인은 이 시에서 “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둥근 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해지는 것이 ‘한가위’입니다. 시인은 이 둥근 달처럼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욕심의 어둠을 걷어내/좀 더 환해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서인가요! 이런 정서로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좀 더 둥글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라는 환유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고운 달이 먼저 뜨기를 소망하는 기도문의 승화입니다. 이 시인의 마음처럼 항상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도하듯이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이런 둥근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더 평화롭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이 시를 감상하다 보니 문득 작년 추석 무렵에 읽었던 한 기사(記事)가 떠오릅니다. 추석 연휴 내내 요양원에 맡겨진 한 할머니가 자식들이 찾아오는가 하여 매일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는 기사입니다. 그런데 그 긴 연휴가 다 끝나도록 자식들은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았답니다. 버려진 노인인지 어떤 처지의 노인인지는 모르지만 참 가슴 아픈 기사였습니다. 그 노인은 아마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창밖 달빛을 쳐다보며 혼자 눈물을 지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외로운 노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마음으로라도 새기는 명절이 돼야 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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