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9일 강원도가 오랫동안 홀대를 받은 데 대해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경제특별자치도 추진 공약을 내걸었다. 윤 후보는 ‘강원도의 아들’임을 자처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춘천을 방문해 표심 공략에 나섰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가장 먼저 충북을 찾아 충청권 표심을 공략했던 그는 두 번째 지역으로 외가가 있는 강원도를 공략 우선 지역으로 택해 지지세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윤 후보는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의 한 식당에서 권성동·이양수 의원, 김진태·이강후 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닭갈비 오찬을 한 후 국민의힘 강원도당 당사에서 열린 국민캠프 강원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최성현 국민캠프 강원도 선대위원회 수석 대변인은 “윤 후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강원도에서 유세를 시작한 게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강원도는 수도권을 위해 희생했지만 늘 찬밥이었다. 누구도 나선 적 없는 강원도를 위해 맞서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많은 정치 세력들이 선거에서 집권하기 위해 순진하고 착한 도민에게 공약을 걸어놓고 집권한 뒤 오히려 강원도를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과 군사 지역으로만 생각하고 도민 희생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균형 발전 문제를 떠나 이것 자체가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강원도 홀대론’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발전과 번영을 위한 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수십년 전 강릉지청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강원도가 한국의 스위스처럼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관광뿐 아니라 경제특별자치도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평화특별자치도’ 공약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만을 생각해 자신들의 이념이 들어간 강원도발전계획을 발표했는데 도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방향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관광뿐 아니라 도민 스스로 발전 방향을 찾아 추진할 수 있도록 기본 전제가 되는 ‘경제특별자치도’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평화특별자치도가 접경지역 중심의 발전전략이라면 경제특별자치도는 강원도와 남북 지역을 떠나 강원도 전 지역이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브랜드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후보의 ‘제주도 오픈 카지노 설치’ 공약에 대해 윤 후보는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에 카지노를 개방한다면 두 지역 모두 경제적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합당하지 않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다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 관해서는 홍 후보와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대북 교류가 활발해져 강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재개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후보는 이날 춘천을 방문한 민주당 추미애·정세균 경선 후보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또 야권 대선 경선 후보 중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홍 후보가 지난 7일 국민의힘 강원도당 당사에서 “윤 후보는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데 대해 “국민만을 바라보고 제가 갈 길만 가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홍 후보는 이날 발표된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32.6%로,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6.8%p 격차로 앞섰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