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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재발견] 9. 기록을 위한 동반자, 문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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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재발견] 9. 기록을 위한 동반자, 문구점
  •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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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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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수첩, 크리에이티브 집단의 아이콘
정서적 만족·기록의 효율성 높은 종이 수첩
창의성 키울 아날로그 기록 돕는 문구점 인기
춘천 온의동 문구304 '기록가들의 아지트'

골목상권 변화를 만들어가는 로컬 크리에이터, 청년 창업가를 인터뷰할 때 반드시 목격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바로 ‘수첩’이다. 열에 아홉은 빳빳한 양질의 종이와 시선을 끄는 좋은 펜을 꺼내 책상 앞에 앉는다.

역사와 문명을 후대로 계승하게 한 ‘정보의 근간’이 바로 종이다. 인터넷과 ICT 기술의 발달로 가장 처음 위협을 받게 된 아날로그 물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시대에도 종이는 사라지지 않고, 혁신과 창의성의 상징으로 진화했다.

헤밍웨이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초고를 썼고 고흐와 피카소가 즐겨 사용했다던 ‘몰스킨’으로 대표되는 종이 수첩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물건이다.

‘위대한 지식인들이 사랑한 전설적인 노트’라는 이미지는 MZ세대 트렌드 리더들에게도 주효했다. 몰스킨 수첩은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시대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 집단을 설명하는 아이콘이 됐다.

 

춘천지역 MZ세대 크리에이터, 윤한 소양하다 대표의 수첩. 두꺼운 검은색의 아이디어 노트에 슈나이더 만년필과 모나미 펜을 사용한다.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지역 MZ세대 크리에이터, 윤한 소양하다 대표의 수첩. 두꺼운 검은색의 아이디어 노트에 슈나이더 만년필과 모나미 펜을 사용한다. (사진=권소담 기자)

‘기록하는 모든 것들을 위한 상점’을 지향하는 서울 성수동 ‘포인트 오브 뷰’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혁신으로 평가받는 더 현대 서울 백화점에 입점해 화제가 됐다. 고급 노트와 필기구, 잉크류를 판매하는 망원동 ‘동백문구점’ 역시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디지털 세대의 일상 습관으로 정착된 디지털 기록과는 달리 아날로그 기록은 오래 남고, 정서적 연대감을 제공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기쁨을 준다. 직접 만져보고 원하는 질감의 종이 공책을 고르고, 필기 습관에 꼭 맞는 펜을 찾는 즐거움이 있는 ‘문구점’이 트렌디한 공간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기록가를 위한 문구상점'을 지향하는 온의동 문구304. (사진=권소담)
'기록가를 위한 문구상점'을 지향하는 온의동 문구304. (사진=권소담)

▶원하는 공책, 여기 다 있다
춘천에서도 아날로그 기록을 통해 작업의 창의성을 높이려는 문구 수요층이 탄탄하다. 온의동 문구304(대표 김유진)는 춘천의 ‘문구 마니아’를 끌어들이고 있는 ‘어른을 위한 문구점’이다.

문구304에는 B5, A5, B5 등 다양한 크기와 점선, 실선, 모눈, 무지 등 여러 속지의 노트가 쌓여있다. 줄 노트의 경우 줄 간격이 4~8㎜로 다양해 사용자의 필압(글 쓸 때 누르는 정도)과 글씨 크기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온의동 문구304(대표 김유진)의 다양한 노트 제품군. (사진=권소담 기자)
온의동 문구304(대표 김유진)의 다양한 노트 제품군. (사진=권소담 기자)

문구304의 노트류 제품은 두꺼운 만년필을 사용해 글씨를 써도 종이 뒷면에 비침이 없을 정도로 질감이 좋고 번짐이 적다. 만년필 사용자들은 잉크를 견딜 수 있는 종이를 찾는데, 문구304의 사탕수수 노트가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근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사탕수수 종이를 이용한 공책 제품군의 인기도 늘었다.

나무를 베지 않고, 설탕을 제조하고 남은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종이에는 표백제나 형광물질이 들어가지 않는다. 매립 시 미생물 작용을 통해 3개월 이내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사용량이 증가했다.

사탕수수와 재생지를 이용한 제품에 더해 스프링 대신 실 제본 처리한 공책은 복잡한 플라스틱 제거 과정 없이 바로 종이류로 재활용할 수 있어 폐기 시에도 간편하다. 공책의 겉면은 장식을 최소화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스탬프 등으로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사탕수수 종이로 만든 노트 패드 제품. (사진=권소담 기자)
사탕수수 종이로 만든 노트 패드 제품. (사진=권소담 기자)

특허 출원 중인 ‘디스크링’은 공책을 찢지 않고 종이를 끼웠다 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링 바인더 형태에 기술을 더해, 종이만 바꿔 끼워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유년시절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온 김유진(27) 대표가 수많은 공책과 펜을 직접 사용해본 끝에 올해 3월, 직접 문구 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배경으로 문구304는 ‘기록하는 삶을 지향하는, 기록 가를 위한 문구상점’을 브랜드 전면에 내세웠다.

가죽 공방 ‘중년의 오후’와 공동 공간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 중으로, 이와 연계해 수첩용 가죽 커버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DIY 수첩을 만들 수도 있다. 볼펜 파우치 같은 문구용 가죽 제품을 함께 판매한다.

김유진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지만, 기록으로 오래 남길 종이는 직접 만져보고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오프라인 상점에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문구와 기록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필사 모임 등 커뮤니티 활동을 만들어 골목상권 중심의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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