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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피플] 24. “인문학, 사람도 치유합니다” 김익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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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피플] 24. “인문학, 사람도 치유합니다” 김익진 교수
  •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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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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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 넓게는 학문 전반을 의미하기도 하며 자연과학의 상대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다.

어학과 문학, 사학, 철학, 종교학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문학은 과거 ‘인문학의 위기’라 불리던 시절을 지나 ‘인문학의 열풍’을 거치며, 그 중요성이 날로 인정받고 있다.

김익진(59·사진) 강원대학교 불어불문학전공 교수는 대학에서 인문 치료를 연구하며 적정 인문학의 개념을 체계화했다. 지난달 ‘적정 인문학으로서의 인문 치료’를 출간한 김 교수를 만나 인문학의 필요성과 인문 치료, 적정 인문학에 대해 들어봤다.

 

김익진 강원대학교 불어불문학전공 교수. (사진=배지인 기자)
김익진 강원대학교 불어불문학전공 교수. (사진=배지인 기자)

▶“모든 사람에게는 인문학이 필요해”
지난 2007년 11월 강원대학교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문 치료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인문 치료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인문학 진흥을 위한 인문한국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연구였다. 당시 강원대학교에서 강사 생활을 하던 김 교수는 이 연구에 전임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인문 치료라는 생소한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병원으로 파견을 나간 김 교수가 “강원대학교 ‘인문 치료’팀입니다”라고 소개하자 수련의가 상급자에게 “강원대학교 ‘잇몸치료’팀이 오셨습니다”라고 전달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인문 치료는 그만큼 생소한 개념이다.

이후 김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와 군 부적응장병, 보호관찰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연구를 진행했다.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김 교수는 어느 한 해 동안은 2만 명의 사람을 만났다는 것도 알았다.

김 교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문학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거꾸로 깨닫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생각을 유도하고, 그 생각을 글이나 말 등의 언어로 표현하는 학문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학문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춤형 인문학으로서의 적정 인문학 
김 교수는 “나는 사실 치료라는 이름이 부담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치료는 아픈 사람이 대상인 만큼 만나는 사람들을 아픈 사람으로 상정해버린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사람마다 아픈 구석이 있지 그 사람이 환자인 것은 아니다”라며 “설사 아픈 구석을 치유하는 데 쓰이는 도구로서의 학문이라 하더라도 그걸 인문‘치료’라고 부르는 것은 건방진 소리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적정 인문학’이었다.

적정 인문학은 첨단기술의 상대적 개념인 ‘적정기술’에서 따왔다. 적정기술은 첨단기술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맞춤형 기술을 의미한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더운 지방에서 냉장고 대신 찬물을 넣은 이중 항아리로 음식을 냉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적정기술의 예다.

김익진 교수가 지난달 출간한 ‘적정인문학으로서의 인문치료’
김익진 교수가 지난달 출간한 ‘적정인문학으로서의 인문치료’

적정 인문학은 이미 이전에 한번 언급됐던 적이 있는 개념이지만 김 교수가 생각하는 개념과는 다소 달랐다. 김 교수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 인문학이 아니라 ‘소년원 출신 아이들’, ‘자활센터에 있는 사람들’ 등 특정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인문학을 적정 인문학이라고 생각했다.

김 교수는 적정 인문학의 실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문 치료는 적정 인문학의 한 예시일 뿐, 인문 치료가 적정인문학인 것은 아니다. 이에 진행했던 인문 치료 연구들을 정리하고 적정 인문학의 실체를 정리하며 만들어나갔고, 이 과정은 꼬박 7년이 걸렸다.

▶교육시스템 다양화 필요, 핵심은 인문학
현대 사회는 출산율이 줄어들며 사람이 귀해졌고 사망률이 낮아지며 사람이 전보다 오래 살게 됐다. ‘평생교육’이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게 된 시대다. 김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고,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인문학 교육”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인문학 교육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 교수는 “매년 7만 명 정도가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데, 입체적인 교육을 받거나 사랑받을 환경이 없었던 것”이라며 “이 아이들이 후에 나쁜 길로 빠져 ‘세금 들어가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세금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때 우리 사회가 얻게 되는 비용도 훨씬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당장 교육에 드는 비용이 많더라도 꼭 필요하며, 인문학 교육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정 인문학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올해 안에 적정 인문학회를 구성하는 것이 김 교수의 목표다. 김 교수는 교수든, 의사든, 연극인이든, 유튜버든 공정과 정의, 효율을 위하는 사람들이면 상관없이 이런 뜻을 함께하기를 기대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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