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휜다’···코로나로 중산층 줄어드니 중위권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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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휜다’···코로나로 중산층 줄어드니 중위권도 사라져

    소득격차↑...저소득 가구 82.5% 소득 줄어
    지역아동센터, IT 기기 없어 교사 휴대전화 동원
    교육 격차 심화...중·상위권↓, 하위권↑

    • 입력 2021.08.23 00:02
    • 수정 2021.08.26 07:09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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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조아서 기자)
    조사 참여자의 3명 중 1명이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 소득 감소는 소득이 적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래픽=조아서 기자)

    코로나19 이후 소득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견고해지고 있다. 또 사회 안정의 중추 역할인 중산층의 몰락은 교육현장에서 중위권의 부재로 치환돼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1년 반, 중산층 무너져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서 조사한 ‘중산층 이미지 관련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조사 참여자의 절반 이상(54.6%)이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사회의 중산층 붕괴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29.3%로, 하류층이라 응답한 사람(42.5%)보다 13.2%p 낮았다. 중산층의 기준을 경제적 능력으로 평가하는 인식이 보편적인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 귀속의식이 낮은 현상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소득 감소가 상당수 저소득 가구에 집중돼 소득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MS투데이가 굿네이버스의 ‘아동 재난 대응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만 4세~고등학교 3학년 아동을 둔 보호자 중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한 사람은 36.1%에 달한다. 3가구 중 1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소득수준에 따라 소득 감소 비율은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소득수준 2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82.5%는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소득수준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는 15.7%만이 소득 감소를 체감했다. 

    ▶학교 돌봄 구멍, 소득 격차=교육격차 현실화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교육환경이 코로나 이전보다 경제적 요인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온라인 수업 진행 환경이나 수업 과정에서의 소통 및 진행 과정에 관한 요인들을 분석해 본 결과, 소득수준이 더 낮거나 소득이 감소한 집단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춘천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온라인 수업으로 듣고 있는 모습. (사진=춘천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이 춘천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온라인 수업으로 듣고 있는 모습. (사진=춘천지역아동센터)

    도내 교육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학교의 등교가 중단됐던 지난해 12월, IT 환경의 혜택에서 소외된 일부 학생들은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아 학교 수업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센터의 업무용 노트북과 센터 교사들의 개인 휴대전화까지 동원해 원격 수업을 들었다.

    춘천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IT 기기가 없고, 있어도 성능이 안 좋은 것은 물론 무선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아이들이 센터에서 학교 수업을 들었다”라며 “센터에 원격 수업을 위한 기기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선생님들의 휴대전화까지 동원해 온라인 수업을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수업 지속···학업성적 뚝뚝 떨어져
    이처럼 저소득층에게 더욱 가혹해진 교육환경에서 학교의 공적 기능 축소는 수업에 대한 이해와 학습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밖에 없다. 강원도교육연구원이 ‘코로나19 전·후 강원도 중학생의 학력 격차 분석’을 통해 공개한 등교 일수와 학업성취의 상관관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강원도 소재 157개 중학교의 주요과목 중위권 비율이 모두 하락했다.

    국어는 56.5%에서 52.6%로, 수학의 경우 46%에서 45.1%로, 영어는 44.5%에서 42.1%로 각각 떨어졌다. 또 동(洞) 지역 학생들을 중심으로 A~D등급은 감소하고 E등급은 대폭 증가하면서 중·상위권 감소와 함께 학력 하향 양상을 보였다. (A등급은 상위권, B·C·D 등급은 중위권, E등급은 하위권으로 각각 구분한다)

    비교적 등교 일수가 적은 학교에서 하위권 E등급의 증가 폭이 크고, 중위권 비율은 낮았다. 주요과목 중 수학, 영어의 중위권 비율은 등교 일수가 가장 많은 집단보다 가장 적은 집단이 각각 12.2%, 19.9% 더 낮았다. 이는 대면 수업이 아이들의 학업성취와 비례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연구 책임연구원인 신철균 강원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사교육, 부모의 돌봄 등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라며 “강원도는 지역 차가 더해져 하향 평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을 통한 교육이 무효하다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학습이 어렵고, 가정의 돌봄이 닿지 않는 취약 계층에 학습력 저하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라며 “학습격차를 해소하고 정서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등교가 추진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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