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역사] 2. 수몰 이주대책으로 조성된 후평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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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양강댐 역사] 2. 수몰 이주대책으로 조성된 후평공단

    후평동 대부분이 농경지, 평당 400원선
    공업용수 풍부하고 교통편리해 공단 낙점
    제조업 쇠퇴하면서 어려움, 재도약 모색
    수몰된 지역 기억하기 위한 활동 이어져

    • 입력 2021.08.23 00:01
    • 수정 2021.08.25 00:30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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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후평산업단지 전경.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후평산업단지 전경. (사진=박지영 기자)

    정부는 소양강댐 수몰 지역 주민 대상 설문을 바탕으로, 이주대책 방향을 설정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공장에 투자하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1890세대, 4725명을 위해 춘천 근교에 공업단지를 조성‧유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춘천학연구소가 새롭게 발굴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소양강댐 수몰 지역 주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 살아온 고향을 떠나게 되면 가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지도 걱정거리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춘천 근교에 공단을 유치해 취업을 유도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단 입지 조건으로는 땅값이 싸고, 공업용수가 풍부한 곳을 찾았다. 해당 문건 작성 당시 춘천 후평동은 대부분 농경지였고, 땅값이 평당 평균 400원 선이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게 형성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의 연간 평균 유수량이 62억t으로 용수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공단이 들어서려면 동력자원이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해야 하는데, 춘천은 수도권의 위성도시로 일일생활권이 가능해 적합하다고 봤다.

    ▶공업단지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정부는 경공업 단지를 조성하면 춘천이 소비도시에서 생산도시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공단을 지방에 분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수도권과의 격차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공단이 들어서면 춘천을 비롯해 화천, 양구, 인제, 홍천의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공단에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의 소득 증대도 기대할 수 있었다.

    공단 조성 방안으로는 후평동에 15만 평(49만㎡)의 용지를 확보하고, 3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공단의 합리적인 촉진을 위해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춘천시가 주관하기로 했다. 공단에 들어올 산업으로는 지방특화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공업 기업체를 선택했다.

    지난 1979년 12월 계획에 따라 49만㎡ 규모의 후평공단이 완공됐다. 총공사비로 3억4000만 원이 들어갔다. 정부가 1억6000만 원을 출자하고, 강원도와 춘천시가 1억5000만 원, 1300만 원을 각각 부담했다.

    공단설립 후 춘천금속과 동아경공업, 명성식품, 영일식품, 한국하이프로 식품공업 등 14개 업체가 입주했다. 초기에는 금속공업과 식품공업, 섬유 등이 주축 산업으로 춘천 경제를 책임졌지만,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공단도 침체하기 시작했다. 상수도 보호구역도 공단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후평공단은 잇따른 교통 인프라 개선과 지난 2017년 시작된 재생사업을 통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춘천하이테크타워와 복합문화센터가 잇따라 입주 계획을 발표했고, 강원디자인진흥원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수문을 개방한 소양강댐 모습. (사진=MS투데이 DB)
    수문을 개방한 소양강댐 모습. (사진=MS투데이 DB)

    ▶수몰 지역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 '활발'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을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기도 했다. 춘천시문화재단은 지난 2014년 동면 품걸리에서 북산면 물로리로 이어지는 마을 이야기를 담은 ‘소양호의 물빛 풍경’을 발간했다.

    소양호의 물빛 풍경은 지난 1973년 소양호 주변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춘천 품걸리와 물로리로 이주한 토착민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이 지역은 소양호가 인연이 돼 삶의 터전을 옮긴 외지인이 수몰민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어우러지면서 빚어낸 독특한 생활 문화가 녹아있다.

    육지 속의 섬이 된 마을로 향하는 임도, 뱃길 등을 소개하고 마을을 둘러싼 가리산과 옛 중국 천자가 되었다는 ‘한천자묘’ 등을 전설과 현장 사진으로 엮었다. 또 소양호의 풍경과 마을 길, 주민 인터뷰, 민속신앙 등으로 물에 잠기기 이전 마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소양강댐 인근 ‘수몰 마을 전시관’ 조성

    소양강댐 건설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춘천시는 소양강댐 물 문화관 1층에 수몰 마을 전시관을 조성해 올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춘천시가 3억 원을 투자하고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가 2억 원을 부담한다.

    수몰전시관은 수몰되기 전 지역의 모습을 축소모형을 뜻하는 ‘디오라마’ 형식으로 재현할 방침이다. 또 수몰 지역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수몰되기 전 마을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전시관 준공 이후에는 수몰 지역에 살다가 이주한 이들을 초청해 ‘기억의 날’ 행사도 개최한다. 

    춘천시는 수몰전시관 조성을 통해 그동안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못한 수몰 지역에 대한 역사를 조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소양강댐 일대의 관광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춘천시는 소양강댐 수몰 마을에 대한 자료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수몰 마을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수몰전시관 조성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춘천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수몰민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양강댐 수몰전시관을 통해 그 당시의 역사를 기록하고, 고향에 대한 수몰민들의 그리움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양강댐 수몰 지역과 관련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시민의 연락을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끝>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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