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 막는 오만과 편견...“우리도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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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자립 막는 오만과 편견...“우리도 일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한...업무 연속성↓
    사회적 고립→사회성 결여, 참여 기회 필요
    장애인 편견, 박탈 경험 비장애인 3배
    자아실현·소속감...취업 욕구↑

    • 입력 2021.08.19 00:01
    • 수정 2021.08.21 08:28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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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찬 씨는 지난 7년간의 사회복지사 생활을 접고 최근 콘텐츠 제작 회사에 취업해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있다. (사진=MS투데이)
    안희찬 씨는 지난 7년간의 사회복지사 생활을 접고 최근 콘텐츠 제작 회사에 취업해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있다. (사진=MS투데이)

    “장애인도 직장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MS투데이와 인터뷰에 나선 지체 장애 2급인 안희찬(40) 씨는 지난 5월부터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콘텐츠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7년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던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전 직장에서 겪은 직장 내 괴롭힘이 주된 이유다.

    그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장애인 동료 상담 업무를 맡아왔다. 안 씨는 직장 동료와 장애인 관점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는 소통도 담당했다.

    안 씨는 “소아마비로 걷는 게 불편했던 다리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편해졌고 장애 정도가 낮아서 중증장애인에겐 비장애인 취급을 받았지만, 비장애인들 사이에선 부정할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라며 “처음엔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고민했지만, 덕분에 지금은 양쪽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난 1월 직장과 동료를 모두 잃었다. 단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상사의 비하 발언 신고 후 한 달도 안 돼서 해고통지를 받은 그는 다음 달 바로 해고처리 됐다.

    그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고용에 대해 ‘해준다’라고 생각한다”라며 “장애인도 숙달되면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저 ‘도움이 필요한 불편한 동료’로 인식될 때가 많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된 장애인 고용의 구조적 문제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경증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 기간에 제한을 두고 2년 연속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더 많은 장애인에게 취업의 기회를 공평하게 주겠다는 취지지만, 근로 중인 장애인에게는 사실상 예정된 실직 선고다.

    끝이 정해진 ‘임시동료’ 자리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비워줄 준비를 해야 한다. 장애인이라 뽑힌 자리는 곧 다른 장애인으로 대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안 씨는 “환경에 적응하고 일을 익히면 얼마 안 돼 퇴직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일의 연속성과 직장 내 소속감은 뚝 떨어진다”라며 “경력을 높게 쳐주는 고용환경에서 장애인의 경력은 오히려 구직에 마이너스 요소”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2명 중 1명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위해 취업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조아서 기자)
    발달장애인 2명 중 1명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위해 취업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조아서 기자)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다차원 빈곤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은 소득 빈곤 외에 교육, 자산, 노동, 주거, 건강, 사회보장 등 다차원의 영역에서 복합적인 박탈을 경험한다. 다차원 빈곤은 3개 이상의 박탈 경험을 가진 경우를 의미한다. 18세 이상 한국 장애인의 조정 다차원 빈곤율은 2018년 기준 34.1%로 비장애인 11.4%의 3배에 달한다.

    안 씨는 “대다수 장애인은 사회성이 부족한데 이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결과”라며 “비장애인도 부딪히며 사회적 관계를 배우듯 장애인 역시 사회 경험을 통해 관계를 맺는 과정을 겪을 기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일한다’라는 것은 단순히 생계의 수단만은 아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개한 ‘2020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조사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의 취업 이유 중 첫 번째는 ‘돈을 벌기 위해’(35.6%)였다. 

    하지만 다음으로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24.9%), ‘당당히 사회에 참여하려고’(23.6%) 등 자아실현과 자립을 위한 취업 의지가 절반을 차지했다. 장애인의 취업 욕구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기본적인 본능이다.

    안희찬 씨는 “장애 자체보다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적 차별이 더 큰 장애를 만든다”라며 “사회적으로 장애인을 노동력이 있는 경제인구로 바라보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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