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춘천에서 살아남기] 3. 우리의 밥벌이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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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춘천에서 살아남기] 3. 우리의 밥벌이 下

    춘천 임금 근로자 청년 심층 인터뷰
    문화예술계, 바이오산업 종사
    지역 연고 산업 토대 만들어 가
    '안정적인 주거' 지속가능한 삶 제고

    • 입력 2021.08.18 00:01
    • 수정 2021.08.23 17:3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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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의 도시’ 한가운데, 공공의 영역 밖에서 제 몫의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은 어떤 모습일까. 춘천의 20대 후반~30대 초반 청년 5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수도권 등 대도시로 진학 또는 취업했다 연고지로 돌아오는 U턴, 대도시를 떠나 고향 인근의 중소도시로 이주하는 J턴, 대도시에서 연고 없는 지역에 정착하는 I턴 등으로 춘천으로의 전입 유형을 분류했다. ‘턴족’ 청년들의 밥벌이에 대해 소개한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의 저자인 후지나미 다쿠미는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소득을 내다볼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의 지역 간 이동은 도시의 경제적 활력 및 매력의 차이에서 생겨난 결과다”며 “일본, 한국을 불문하고 지금 지방이 해야 할 일은 이주자를 차지하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계속 살고 싶어하는 젊은이의 생활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기업 공장 유치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농업의 고도화, IT 기반 산업구조 전환 등 이미 있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역에서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세명의 청년을 만나봤다. 이번에는 임금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청년 두 명의 밥벌이를 소개한다. 로컬 골목상권의 창업자들이 계속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면 이들은 춘천지역 연고 산업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먹고사니즘
    춘천은 올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문화로 도시를 바꾼다’는 비전 아래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문화예술 분야는 춘천지역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주요한 기둥 중 하나다. ‘전환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춘천에서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 분야는 2018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의 5.7%를 차지한다.

    춘천연극제에서 근무하는 황덕주(29)씨는 춘천살이 4년차에 접어든 ‘J턴족’이다. 경기 이천 출신으로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누나가 일하고 있는 춘천으로 왔다. 음악에 대한 꿈을 찾아 서울살이도 경험했고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가 서비스업, 관광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춘천에서의 삶을 택했다. 평소 문화 예술에 관심이 깊은 그에게 관련 일자리가 많은 춘천은 기회의 땅이었다.

     

    춘천연극제 공연 영상을 촬영 중인 황덕주 기획팀장. (사진=황덕주씨 제공)
    춘천연극제 공연 영상을 촬영 중인 황덕주 기획팀장. (사진=황덕주씨 제공)

    춘천에는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춘천연극제 등의 지역 축제 실행조직이 수십년의 역사를 다져가고 있고 각종 문화 컨설팅 업체, 스태프 협동조합, 기획 조직 등이 밀집해있다. 인적, 물적 자원이 밀집하는 서울에는 비할 수 없지만 춘천은 타 지역과 비교해 문화예술에 비교우위가 있는 도시다.

    황덕주씨는 첫 직장이었던 춘천예총을 거쳐 춘천연극제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에 가깝다. 사업 단위로 보조금을 지원받아 연극제와 아카데미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정규직 고용 계약이 아닌 개별 사업 단위로 고용 계약이 이뤄진다. 그만큼 춘천의 문화예술계는 치열하다. 기획력과 개인의 역량이 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본연의 업무인 기획 외에도 조명, 음향, 무대 등 기술을 직접 배우고 있다.

    그에게 고용의 안정은 일자리를 선택하는데 그리 중요한 조건이 아니었다. 춘천연극제의 일이 평생 직장은 아닐테지만, 문화예술분야를 평생의 직종으로 삼을 셈이다. 황덕주씨는 “문화예술계통에서는 한 직장에서 20~30년씩 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개인 노동을 통해 관객, 배우, 스태프, 아카데미 수강생, 동료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고 밝혔다.

     

    황덕주씨가 춘천연극아카데미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황덕주씨 제공)
    황덕주씨가 춘천연극아카데미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황덕주씨 제공)

    춘천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했던 이유로 황덕주씨는 ‘주거의 안정’을 꼽았다. 사회초년생 시절 LH 행복주택 입주를 계기로 주거비 지출을 줄여 저축도 용이했다. 춘천의 자전거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차량 유지비 등 추가적인 지출도 줄일 수 있었다.

    황씨는 “주거비 지출을 최소화한 부분이 연고 없는 지역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원동력이다”며 “직장에서 배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꾸준한 자기 역량 강화가 가능한 점도 춘천에서 일하는 장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바이오산업의 뿌리를 만드는 일
    바이오산업은 춘천의 대표적인 연고 산업이다. 특히 바디텍메드는 체외진단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경기 구리 출신으로 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를 졸업한 후 지역 연고 기업인 바디텍메드에 입사한 김학성(30) 대리는 ‘I턴족’으로 설명할 수 있다. 6년차 직장인인 그는 바디텍메드에서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R&D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항원과 항체를 이용한 면역반응을 통해 키트 개발 업무를 진행한다.

     

    경기 출신으로 강원대 졸업 후 춘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학성(30) 바디텍메드 대리. (사진=권소담 기자)
    경기 출신으로 강원대 졸업 후 춘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학성(30) 바디텍메드 대리. (사진=권소담 기자)

    대학 재학기간 2개월 인턴기간을 거쳐 회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하루 세끼 식사가 제공되고 회사 내 체육시설이 구비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오후 5시면 퇴근하기 때문에 테니스, 풋살 등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김 대리에게는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1월 결혼, 경기 남양주에 신혼집을 차렸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내와 주중에는 춘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김 대리의 중간 지점이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아이가 생기면 부부가 함께 춘천에서 생활할 계획이다”며 “사내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자녀 보육 문제에도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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