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들...코로나 눈칫밥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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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들...코로나 눈칫밥 이중고

    춘천 흡연율 18.2%...흡연부스 4곳, 금연구역 1만1709곳
    한 공간에 8명 마스크 벗고 흡연...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흡연 시 1m 거리두기, 대화 금지 등 행정명령, 실효성 떨어져

    • 입력 2021.08.09 00:01
    • 수정 2021.08.11 00:03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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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지역 흡연부스는 총 4곳이다. 지난 4일 춘천시외버스터미널 흡연부스에서 8명이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지역 흡연부스는 총 4곳이다. 지난 4일 춘천시외버스터미널 흡연부스에서 8명이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흡연자들이 코로나19 장기화와 실내 금연구역 확대 등으로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흡연자들은 골목과 건물 뒤편 등지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실정이다.

    애연가 A 씨(36)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면 사람들이 이전 보다 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며 “숨어서 몰래 피우는 게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흡연자 B 씨(27)는 “흡연부스가 있으면 거기서 피우면 되는데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흡연부스 이용이 꺼려지지만 길거리에서 눈치 보는 것 보다 마음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춘천의 금연구역은 1만1709곳인 반면 흡연 부스는 단 4곳뿐이다. 이는 흡연율 18.2%인 춘천시민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춘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면서도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 민원이 들어오면 흡연 자제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흡연자 커뮤니티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춘천 담배소비세는 197억원으로, 춘천시 지방세 수입 1849억원의 10.7%에 달한다. 올해 6월까지 집계한 담배소비세는 93억원이 넘는다. 반면 금연 관련 예산은 3억6000만원 정도다.

    지방세의 상당 부분을 담배 판매로 충당하면서 정작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인 춘천시의 행정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춘천시 세정과 관계자는 “담배소비세는 특수목적세가 아니어서 전체 지방세 수입에 포함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흡연 부스 휴지통이 담배꽁초와 침으로 뒤엉켜 있어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대부분의 흡연 부스 휴지통이 담배꽁초와 침으로 뒤엉켜 있어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유일한 절충안인 흡연실·부스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 고위험 공간으로 지목되면서 흡연자의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또 비말뿐 아니라 공기 중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 특성상 밀폐된 실내 흡연실과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흡연부스는 집단 감염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흡연부스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이용하지만, 출입조차 확인할 수 없고 모든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대표적인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MS투데이가 지난 4일 방문한 춘천의 한 흡연부스 쓰레기통에는 수백 개의 담배꽁초와 뱉어놓은 침 등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설치된 흡연부스에는 10명 안팎의 흡연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짧게는 2~3분, 전화 통화나 대화하면서 5~7분까지 좁은 공간에서 노마스크로 밀접접촉 상황에 노출됐다.

    시외버스터미널 청소근로자는 “담배꽁초가 가득한 쓰레기통을 치울 때마다 마스크랑 장갑을 끼고 있어도 걱정된다”며 “사방에 침을 뱉으니 청소하기도 힘들고 코로나도 무섭다”고 우려했다.

    MS투데이 취재결과, 현재 도내 각 지자체는 흡연부스에 대한 방역수칙은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 강원도 감염관리과 관계자는 “실내 흡연실에 관한 규정이 야외에 설치된 흡연부스에도 적용된다”고 전했다. 흡연실 방역지침은 1m 이상 거리두기, 대화 금지, 침뱉기 금지 등이다.

    하지만 5~6평 남짓한 공간에서 1m 이상 각자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춘천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흡연부스가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방역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관리부서의 구분도 불명확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흡연관련 방역수칙이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국민 신문고 등을 통해 접수된 신고에 대해서 춘천시 감염병관리 TF팀이 지도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춘천시민 모두가 방역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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