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꽃 무궁화] 2. 나라꽃이지만 나라꽃이 아닌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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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꽃 무궁화] 2. 나라꽃이지만 나라꽃이 아닌 무궁화

    무궁화, 법적인 국화 지위 없어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 상징 활용
    시민단체 8월 8일 무궁화의 날 추진

    • 입력 2021.08.07 00:01
    • 수정 2021.08.10 14:36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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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부분 국화로 생각하고 있는 무궁화가 관습적·상징적 의미의 국화일 뿐, 법적인 지위는 없어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1대 국회에서 박완주 의원과 홍문표 의원은 무궁화를 공식 국화로 지정하는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나라꽃 무궁화가 법적인 지위는 없어 법제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홍천군 제공)
    나라꽃 무궁화가 법적인 지위는 없어 법제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홍천군 제공)

    박완주 의원은 법률안을 발의하며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는 ‘대한민국국기법’에 의해 제작·게양·관리사항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나라꽃인 무궁화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전히 없다”며 “미국,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에서는 국화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사실 이 법률안은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박완주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모두 제정되지 못했다. 박완주 위원 외에도 지금까지 국회에서 무궁화를 국화로 공식 제정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모두 다른 법률안들에 밀리며 폐기됐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이 법률안은 상임위에 계류된 후 여전히 잠만 자고 있다.

    ▶5000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무궁화

    기원전 4세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쓰인 ‘산해경’에는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피는 군자의 나라로 칭하고 있다.

    조선 세종 때 강희안이 저술한 ‘양화소록’(養花小錄)에도 “단군이 우리나라를 개국할 때 무궁화가 나왔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라 불렀으며, 예로부터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봄을 장식했음이 분명함을 알 수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고조선 시대의 무궁화는 '태양의 꽃'으로 인식되며 '신의 꽃' 등 성스러운 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고조선 시대부터 무궁화는 우리민족과 함께해왔다. (그래픽=수원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고조선 시대부터 무궁화는 우리민족과 함께해왔다. (그래픽=수원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통일신라 시대에도 무궁화는 나라를 상징했다.

    통일신라의 문장가 최치원은 당에 보낸 국서에 신라를 무궁화의 나라인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썼다. 신라가 무궁화를 나라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주어진 어사화에도 무궁화 장식이 사용됐다. ‘조선왕조실록 원전’ 17집 54면 중종 23면에는 어사화에 장식된 무궁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와 함께해 왔다.

    ▶무궁화는 언제부터 나라꽃이 되었을까?

    우리 민족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오던 무궁화는 일제강점기에 시련을 견뎌야 했다.

    일제는 무궁화를 '눈에 피꽃'이라 하여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며 무궁화를 박멸하려 했다. 또 '부스럼 꽃'으로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하는 등의 허구로 무궁화를 탄압했다. 무궁화가 진딧물이 많고, 매일 떨어지는 꽃으로 지저분해 조경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도 일제가 날조한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 같은 일제의 탄압이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는 촉매가 됐다. 일제의 탄압으로 혼돈과 고난의 삶을 살던 민중들은 나라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무궁화’에 투영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과 민족얼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사용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과 민족얼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사용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과 민족 얼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사용했다. 1893년 남궁억, 윤치호 등은 애국가 후렴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가사를 붙였다. 이어 1896년 독립문 주춧돌을 놓을 때 애국가를 부르며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며, 애국가와 함께 무궁화는 나라의 상징으로 보급되었다.

    ▶무궁화는 정말 나라꽃인가?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주로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라는 무궁화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원산지가 불분명한 외래종이고, 진딧물이 많아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일부에서는 개나리를 나라꽃으로 지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개나리는 한반도 전역에서 피며,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는 이유다. 실제로 개나리의 학명은 Forsythia koreana로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나리의 영문명도 Gaenari 또는 Korean golden bell tree다.

    심지어 무궁화는 법적으로도 나라꽃의 지위를 받지 못했다.

    태극기가 법적으로 국기의 지위를 부여받은 것과 달리 무궁화는 그 어떤 법에도 국화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무궁화의 보호와 보급을 위한 제도 마련과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단 지난 2017년 "산림지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무궁화의 보급과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산림청장은 5년 마다 무궁화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8월 8일 무궁화의 날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하지만 이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부 공식 기념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 여러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나라꽃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제정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숫자 8을 눕혀서 보면 기호 무한대(∞)가 된다. 이는 끝이 없다는 무궁(無窮)의 뜻으로 무궁화의 의미와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 8월 8일을 선정했다.

    이처럼 무궁화는 법적 지위를 얻지 못했지만, 모든 국민에게 당연한 국화로 인정받고 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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