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코로나 온다! 역·터미널 코로나 방역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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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타고 코로나 온다! 역·터미널 코로나 방역 사각지대

    수도권 확진자 증가, 발열체크 전무
    역·터미널 방역 시스템, 손 소독제만
    일부 승객 열차 내 식·음료 섭취도
    방역, 자발적 참여에만 기대 무리

    • 입력 2021.08.05 00:02
    • 수정 2021.08.08 00:14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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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속 중인 가운데 춘천의 주요 관문인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이 허술한 방역 사각지대 지적을 받고 있다.

    MS투데이가 지난 2일과 3일 찾은 춘천역, 남춘천역에는 감염 증상자를 구별할 수 있는 기초 장비인 열화상 카메라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과 춘천을 잇는 열차 노선을 주로 이용하는 출·퇴근 직장인과 근거리 원정 여행객 등은 어떠한 방역 시스템도 거치지 않고 매일 역을 통과해 춘천 곳곳을 활보하고 있다.

    버스터미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온 승객들이 터미널을 이용하지만 터미널 출입 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버스에서 하차 후 터미널을 통과하지 않아도 하차장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터미널에 방역 게이트를 설치한다 해도 이를 거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본지 취재 결과, 춘천시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춘천역, 남춘천역, 시외버스터미널에 열화상 감지기를 설치하고 각각 6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방역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열화상 감지기 운영을 중단했다. 설치 기간 동안 이상자가 한 명도 없었고, 발열 의심자를 발견한다고 해도 보건소 방문을 권유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춘천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효과가 미비해 장비를 회수했다”며 “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하차장에 발열 감지기를 설치했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발열의 사유를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시외버스터미널을 통해 춘천 방문이 처음인 승객 박모(23·경기도 시흥시) 씨는 “경기도만 해도 어딜 가든 한 명씩 체크한다”며 “타 지역 사람들 오고 가는 터미널에서 조차 최소한의 방역도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춘천역, 남춘천역, 시외버스터미널에 비치된 손 소독제. 기자가 관찰하는 동안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승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역, 남춘천역, 시외버스터미널에 비치된 손 소독제. 기자가 관찰하는 동안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승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사진=조아서 기자)

    코레일이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TX-청춘열차 이용객은 춘천역 46만6289명, 남춘천역 70만7965명 등이다. 하루 평균 6400여 명이 넘는 이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경춘선 승객을 포함하면 이용객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역과 터미널마다 눈에 띄는 곳에 비치된 손 소독제는 춘천역 4개, 남춘천역 1개, 시외버스터미널 2개뿐이다. 춘천의 관문인 역과 터미널이 사실상 방역 구멍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춘천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열화상 카메라를 다시 설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강원도 내 확진자가 더 늘어 심각하다 판단되면 시의 예비비를 들여서라도 방역 강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지침의 잦은 변경에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춘천을 다녀간 여행객 김 모(25·경기도 남양주시) 씨는 “거리두기 지침이 자주 바뀌다 보니 일일이 알아보거나 주의하지 못한다”며 “주위 사람들도 오래 지속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민감도도 낮아지고 실천 의지도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열차 내 식음료 섭취는 불가하지만, 반입은 가능해 실질적인 단속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일부 승객은 마시던 음료를 들고 탑승해 열차에서 마시기도 한다. (사진=조아서 기자)
    열차 내 식음료 섭취는 불가하지만, 반입은 가능해 실질적인 단속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일부 승객은 마시던 음료를 들고 탑승해 열차에서 마시기도 한다. (사진=조아서 기자)

    용산행 춘천발 ITX-청춘열차에서는 일부 탑승자들이 열차 내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본지가 코레일에 문의한 결과, 열차 안에서 식음료를 섭취하는 것은 제한되지만 식음료를 가지고 탑승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고 한다. 제보나 민원이 아니면 실질적인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포항발 서울행 KTX에서 마스크를 벗고 햄버거를 먹은 한 여성이 방역수칙 위반 혐의로 행정조치를 받았다.

    남춘천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식음료를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운행 중 이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방송으로 안내해 주의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지난달부터 ITX-청춘열차의 입석과 자유석 발매를 중지하고 운행 전·후로 소독을 실행하고 있다”며 “안전한 열차 이용이 가능하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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