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비건 베이커리, 춘천 ‘소양보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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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비건 베이커리, 춘천 ‘소양보리빵’

    • 입력 2021.07.31 00:01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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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전국적으로 소수에 불과했던 비건 베이커리가 지역 곳곳에 속속 생기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채식 인구의 영향도 있지만,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생각해 비건 상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비건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비건이 ‘소수의 시장’에서 ‘다수의 시장’으로 확대된 것이다.

    ▶‘보리’에 빠지다
    춘천 소양로에 있는 번개시장에는 건강한 식자재로 빵을 만드는 비건 베이커리 ‘소양보리빵’이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소양보리빵의 김숙영(33) 대표는 어려서부터 비건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그는 당시 비건 베이커리에서 일하며 제빵을 배웠다. 2012년 한국으로 와서는 다른 직종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 결혼과 함께 춘천으로 왔고 예전부터 꿈꿔왔던 비건 베이커리를 열게 됐다.

     

    소양보리빵 김숙영 대표와 남편 신종민 씨. (사진=서충식 기자)
    소양보리빵 김숙영 대표와 남편 신종민 씨. (사진=서충식 기자)

    계란 대신 찹쌀, 설탕 대신 사탕수수 원당, 우유와 생크림 대신 무첨가 두유 등을 사용하는 소양보리빵의 모습은 여느 비건 베이커리와 다름없지만, 통밀 대신 ‘보리’를 주재료로 쓰는 점에서 차별점을 뒀다.

    ‘보리’를 주재료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남편인 신종민(33) 씨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보리밥 식당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보리를 가공하고 관리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고 통밀과 비교해 두 배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 위를 보호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등의 장점이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를 불러일으켰다.

    김 대표는 “203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비건 베이커리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5060세대 분들이 많이 찾으신다”며 “임산부나 당뇨가 있는 분들도 자주 애용하는데 당을 내려주고 위를 보호하는 보리 효능을 알고 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양보리빵에서 판매하고 있는 5종류의 비건 스콘. 사진=소양보리빵
    소양보리빵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섯 종류의 비건 스콘. 사진=소양보리빵

    현재 소양보리빵에서는 쑥콩 소보로 스콘, 무화과 호두 스콘, 카카오 넛츠 스콘, 갈릭 스콘, 얼그레이 오트밀 스콘 등 다섯 종류의 스콘을 판매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각각의 맛이 잘 어우러진 빵은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기에 빵 형태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워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유제품 없이 빵의 식감을 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 여러 대체 식품을 테스트하고 미국에서 일했던 비건 베이커리에 연락해 자문받는 등의 노력으로 지금의 스콘들이 탄생했다.

    ▶목표는 ‘빵을 안 만드는 것’
    소양보리빵은 월 5000개 정도의 빵을 만들고 있다. 문을 연 지 4개월 만에 하루 200개의 빵을 만들 정도로 짧은 기간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100% 예약제로 운영, 고객이 매장에 방문해 직접 수령하는 것 외에는 모두 택배 발송으로 이뤄지고 있어 업무량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남편을 비롯해 가족들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 최근에는 더 많은 빵을 만들기 위해 업소용 전문 제빵 기계와 자동 포장 기계를 구매했다.

    김 대표는 “베이커리 오픈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주문이 많을 줄 몰랐다”며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기 어려워 직원을 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예약제로 운영되는 걸 모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하루에 2~3명은 꼭 있다”며 “이런 분들을 위해 매장용 빵들을 만들어 놓는데 이것마저 다 판매되면 빈손으로 돌아가게 돼 항상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소양보리빵의 목표는 ‘빵을 안 만드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의아할 수 있지만, 김 대표가 하는 업무들을 체계화해 소양보리빵을 프랜차이즈화하는 것이다. 상표출원과 저작권 등록을 준비하고 있으며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조금씩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소양보리빵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간이다. 온라인에 확실하게 자리 잡은 후에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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