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타는 엘리베이터...이사 땐 “이용료 내세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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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이사 땐 “이용료 내세요” 논란

    이사할 때 내는 승강기 이용료, 아파트마다 천차만별
    8년 전 조치 약속했지만...여전히 '기준' 없어 서민 부담↑
    승강기 유지비에 이사 이용료까지...'이중 부과' 논란도

    • 입력 2021.07.28 00:01
    • 수정 2021.07.30 06:52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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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일부 아파트에서 전입·전출시 입주자들에게 최대 수십만원의 ‘승강기 이사 사용료’를 별도로 받고 있는 가운데 입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MS투데이가 직접 춘천의 주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취재한 결과, 실제로 몇몇 아파트에서는 승강기를 사용해 전입·전출을 하거나 인테리어 자재를 옮기는 입주민들에게 사용료를 별도로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승강기에 부착된 안내문 (사진=정원일 기자)
    후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승강기에 부착된 안내문 (사진=정원일 기자)

    아파트 관계자들은 사용료는 받는 이유로 무거운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승강기에 부담이 가는 만큼, 수리·보수 비용의 지출이 발생하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온의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무거운 이삿짐이나 인테리어 자재 등을 실으면 고장이 잦아지기 때문에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료를 별도로 걷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용료의 액수가 ‘짐의 양’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양의 짐을 옮기더라도 아파트별 관리규약에 따라 내야 하는 사용료는 천차만별이다. 춘천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승강기 이사 사용료를 살펴본 결과,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는 반면 10만~15만원까지 받는 아파트도 있었다. 이사를 한 번 갔을 때 승강기 사용료로만 최대 30만원까지 내야 하는 것이다.

    ■요금 부과 기준 없어…'육안'으로 이삿짐 양에 따라 요금 부과하기도
    아파트별로 승강기 이사 사용료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동체 차원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료에 대한 기준의 부재는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3년, 들쑥날쑥한 승강기 이사 사용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제기되자 정부가 직접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부과실태 등을 조사해 과다징구하는 사례가 없도록 시·도지사로부터 지도 감독을 강화하도록 즉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있을 경우, 부과기준을 마련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승강기 사용료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춘천시 건축과 유소담 주무관은 MS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승강기 이사 사용료에 대한 시 차원의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유 주무관은 “해당 금액은 아파트마다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 따로 시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준이 없다 보니 관리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후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관리인 A씨(48)는 “CCTV로 이삿짐을 확인하고 짐이 많다 싶으면 양에 따라 비용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사용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부르는게 값’인 셈이다.

     

    춘천 시내의 아파트 전경 (사진=MS투데이DB)
    춘천 시내의 아파트 전경 (사진=MS투데이DB)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매달 승강기 유지비를 포함한 관리비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이사할 때 승강기 이용료를 ‘이중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의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 이모(58)씨는 “매달 적지 않은 관리비를 내고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사할 때 별도로 1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 관리 주체 측은 입주자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인만큼, 이삿짐을 나르는 입주민들에게 승강기 사용료를 걷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은 공동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관리비를 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법관리법 시행령 제23조는 매달 내는 관리비의 세부항목에 입주민들의 필수 공동시설로 자리 잡은 ‘승강기 유지비’도 포함됨을 밝히고 있다.

    이중부과를 가능케 하는 법적 근거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 제4항에 따르면 관리 주체는 공용시설물의 이용료를 해당 시설의 이용자에게 ‘따로’ 부과할 수 있다. 아파트 별로 자체 규정에 따라 별도의 시설 이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승강기 이사 사용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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