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진종오 부친이 전한 사격황제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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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진종오 부친이 전한 사격황제의 아름다운 도전

    • 입력 2021.07.28 00:01
    • 수정 2021.07.29 00:04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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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사격 영웅 진종오 선수는 ‘2020 도쿄올림픽’ 메달에는 실패했지만, 경기 직후 "은퇴를 자꾸 물어보시는데 아직 솔직히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정당당히 선발전을 통과한 만큼 아름다운 도전이란 의미로 국민과 춘천시민은 사격황제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 경기 직후 그가 보여준 사격황제의 품격을 기억하는 팬들이다.

    MS투데이는 2020도쿄올림픽 사격 첫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진 선수의 부친 진재호(73)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친은 진 선수의 알려지지 않은 유년시절과 2020도쿄올림픽 준비과정 등의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예방과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전화로 진행했다.

     

    진종오 선수의 부친 진재호 씨가 아들을 항상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진종오 선수의 부친 진재호 씨가 아들을 항상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유년시절 총을 좋아했던 사격 황제
    부친 진재호 씨는 진 선수가 사격 선수 운명을 타고 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진 선수의 모친은 어느 날 택시를 타고 동전 몇 개를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그 중 동전이 아닌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지난 197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42회 세계 사격 선수권 대회 기념주화였다. 이 기념주화를 얻게 된 이후 모친은 진종오 선수의 태몽을 꾸었고 사격의 황제가 태어났다.

    진 선수의 부친은 진 선수가 어려서부터 유독 장난감 총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진 선수는 용돈이 생기면 항상 장난감 총을 종류별로 사 모았다. 진 선수는 그 돈으로 장난감 총을 사와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자물쇠까지 채웠다고 한다.

    또 진 선수의 집에는 남아나는 방충망이 없었다. 진 선수가 방충망에 파리나 벌레가 붙은 것을 보면 항상 장난감 총을 쏴 맞추었기 때문이다. 부친이 애지중지 하던 안방의 부엉이 박제도 진 선수의 표적이 되어 털이 다 빠져 버렸다.

    사격은 모친의 권유로 시작했다. 

    진 선수의 부친은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나 검사가 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모친은 강원사대부고에 체육 특기자 전형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진 선수에게 좋아하는 사격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진 선수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처음 사격에 입문했다.

    진 선수는 입문 후 바로 출전한 전국소년체전에서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부모님께서 바라시던 강원사대부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어깨부상 후 사격 천재로 비상
    진 선수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사격을 늦게 시작해 기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부상도 찾아왔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어깨를 다치고 말았다. 위기는 기회였다. 부상 이후 진 선수는 사격 천재가 됐다. 부상에서 회복 후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이후 그는 나서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휩쓸며 대한민국 대표 사격 선수가 됐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이미 모든 국내대회를 휩쓴 그를 두고 대학들은 스카웃 전쟁을 벌였다. 특히 한국체대가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당시 국가대표 사격 선수가 많이 진학해 있던 경남대가 그를 품었다.

    경남대 진학 후 또 한 번의 부상이 그에게 찾아왔다. 동문 체육대회에서 축구를 하다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넘어지며 쇄골이 부러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긍정적인 성격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부상을 이겨내고 더욱 성장했다.

    진 선수는 “부상 후 훈련을 강하게 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며 “원하는 만큼만 훈련한 것이 사격에 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고 이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5번의 올림픽 연속 출전 그리고 6개의 메달
    진 선수는 2004아테네올림픽부터 2020도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처음 출전한 아테네올림픽 사격 50m 권총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며 그는 사격 황제 탄생의 서막을 알렸다.

     

    진종오 선수 부모님의 집에는 진종오 선수의 메달과 사진들이 가득 걸려있다. (사진=진종오 선수 부친 제공)
    진종오 선수 부모님의 집에는 진종오 선수의 메달과 사진들이 가득 걸려있다. (사진=진종오 선수 부친 제공)

    이후 2008베이징올림픽과 2012런던올림픽, 2016리우올림픽까지 3연속 금메달을 따며 50m 권총에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10m 공기권총에서도 금메달 1개(2012런던올림픽)와 은메달 1개(2008베이징올림픽)를 추가하며, 그는 대한민국 선수 중 최대 올림픽 메달 보유자로 등극했다.

    ■쉽지 않았던 도쿄로 가는 길
    진 선수의 5회 연속 올림픽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남자 10m 공기권총 국가대표는 총 5회의 선발전 성적을 종합해 선발했다. 진 선수는 1차 선발전을 9위로 마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4차 선발전까지 7위에 머물며 도쿄행은 어려워 보였다.

    4차 선발전을 마친 직후 진 선수는 모친께 전화를 걸어 “이번 올림픽은 힘들 것 같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진 선수의 모친은 “모든 일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고,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격려했다.

    어머니의 격려에 힘을 얻은 진 선수는 5차 선발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한승우(39) 선수와 최종 공동 2위에 올랐다. 동점자가 나오면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연맹 규정에 따라 진 선수가 도쿄행을 확정 지었다. 진 선수는 지난 2018년 창원세계선수권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올림픽 쿼터를 획득했다.

    올림픽 출전 확정 후 다시 모친에게 전화를 건 진 선수는 “어머니 말대로 해냈다”며 “모든 것이 어머니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효심도 금메달
    진 선수의 부친은 아들이 효심도 깊다고 추켜세웠다.

    진 선수는 힘든 선수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며 부모님의 건강을 챙긴다고 한다. 또 아테네올림픽부터 지금까지 매달 받은 연금을 어머니의 통장으로 전액 이체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유쾌한 대화도 전해주었다.

    진 선수의 사격 입문 후 부친은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해서 네가 태극마크 단 모습 보는 것이 아버지 소원이다”고 전 선수에게 말했다. 그러자 진 선수는 국가대표에 선발되자마자 아버지를 찾아와 국가대표 유니폼을 보여드리며 “이제 됐죠”라고 했다.

    이에 부친은 다시 “아니 올림픽 가서 금메달 따와”라고 했고, 진 선수 올림픽 금메달을 아버지께 드리며 “이제 또 뭐 할까요”라고 말했다.

    진 선수의 아버지도 지지 않고 “세계 신기록 세워오면 인정해 준다”고 했다는 두 부자 사이의 정겨운 대화를 기자에게 전해 주었다.

    ■2024파리올림픽 도전?
    진 선수의 부친은 2016리우올림픽 직후 “이제 힘든 선수 생활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진 선수에게 전했다. 하지만 진 선수는 “아직 체력적으로도 문제없고,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도전할 것이다”라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또 진 선수의 아버지는 아들이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후배들을 키워 그에 보답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진 선수의 생각은 다르다. 진 선수는 부친에게 “지도자보다는 교수로 대학 교단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현재 진 선수는 모교인 경남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진 선수의 부친은 마지막으로 아들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진 선수가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전지훈련 등으로 사생활이 없어 안타까웠다”며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만큼 이제는 편히 쉬며 자기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배상철·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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