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진짜 독서의 계절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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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의 뒤적뒤적] 진짜 독서의 계절은 여름!

    • 입력 2021.07.26 00:00
    • 수정 2021.07.27 05:49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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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우리 주변 많은 오해 중 하나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겁니다. 통념과 달리 가을은 야외활동 하기에 맞춤이어서 오히려 책과 멀어지기 일쑤랍니다. 출판인들에 따르면 오히려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여름에 책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그런 데는 학생들 방학이나 직장에서의 휴가도 한몫하겠지만 일상을 벗어나 산으로, 바다로 행차하는 것도 잠깐일 테니까요.

    사실 더위를 이기는 데 책만한 것도 드뭅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꽤 오랫동안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 높죠. 드라마니 영화니 게임 등 재미있는 것도 많지만 미처 아니 여직 만들어지지 않은 콘텐츠를 담은 책들이 즐비하니까요. 문제는 독서라는 것이 읽는 이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과연 빠져들 만큼 ‘재미’있는 책을 고를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해서 책 또는 독서에 관한 책이 끊이지 않고 나옵니다. 갈수록 책과 독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데도 말입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일상이 일심동책』(김수정 지음, 책읽는 고양이)도 그런 류에 속하는 에세이집입니다.

    한데 작가이자 미술교사인 책덕후가 쓴 이 책은 여느 독서 에세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런 이런 책을 읽었노라는 독후감 성격도 아니고, 이 책은 어떻고 저 책은 어떻고 하는 서평집도 아닙니다. 독서행위 자체에 대한 감상입니다. 그러니 책 선택에 도움을 주는 내용은 적지만 잰 체 하지 않고 소소한 유머가 있어 읽는 재미가 각별합니다. 단 독서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라면요.

    지은이는 책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전집 영업사원들의 VIP 고객이었던 어머니, 좋은 신간이 나오면 보내주던 교보문고 직원 이모 덕에 일찍이 ‘책덕후’가 되었답니다. 주급 천 원의 초등학생 시절 9권짜리 일본만화 『베르사유의 장미』(1만 8,000원)를 사기 위해 친구들을 꼬드겨 각자 3권씩 사서 돌려보는 깜찍한 꾀를 내기도 했다죠.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어릴 적부터 “책 좀 읽어라”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던 지은이가 엄마가 동생들에겐 책을 읽으면 뭘 사준다든가 어딜 데려간다든가 하는 공약을 걸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동안 나는 공짜(?)로 책을 읽어버린 거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죠.

    유쾌한 것만은 아닙니다. 생각해볼 지혜도 만납니다. 지은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같은 책 중에서 대출기록이 많은 것을 고른답니다. 책에 밑줄을 긋거나 여백에 메모를 하거나 책장을 접어둔 흔적이 좋아서라네요. 이를 두고 “변태적”이라는 친구에게 “앞서 읽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표시해둔 거잖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할 수도 있고”라며 자신은 “인간적”이라 반론을 폅니다. 그럴듯한 주장에 무릎을 치게 되죠.

    미술교사답게 책 관련 그림을 함께 소개하는데 흔히 만나지 못하는 그림이 대부분이어서 이 방면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꽤 좋아할 만합니다. ‘웰컴 투 이북(e-book) 월드’란 글에는 조르주 드라 투르란 이의 ‘편지를 읽는 성 예로니모’란 유화를 소개합니다. 흰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한 신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촛불에 기대어 돋보기로 편지를 읽으려 애쓰는 모습을 설명하며 ‘이북 리더기’를 권하고 싶다 합니다. 그러면서 전자책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같은 책을 또 사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종이책처럼 내용을 훑어보고 고를 수 없고, 전자책이 종이책에 비하면 값이 저렴하지만 리더기 값을 감안하면 경제적이지 않다는 등 깐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는 일단 안 사고 미뤄두면서-당장의 마케팅에 지고 싶지 않고 명성이 진짜인지 검증기간이 필요하므로-좋은 작가의 새 책은 꼭 신간으로 산다는 지은이가 스스로에게 “책을 왜 읽는가” 묻습니다. 그러고는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차가운 피를 덥히는 데 독서만 한 일은 없다. 독서는 약이 되고 밥이 된다…책은 충성스럽다. 그를 아끼는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답하죠.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200쪽 남짓한 이 책.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줄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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