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공공배달앱] 2. 배민을 못 이기는 이유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외면받는 공공배달앱] 2. 배민을 못 이기는 이유

    • 입력 2021.07.27 00:01
    • 수정 2021.07.28 00:35
    • 기자명 서충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공공배달앱’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형 민간배달앱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자영업자들의 수수료·광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가 무색할 만큼 편의성, 기술, 콘텐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인 공공배달앱 시장 속 강원도 공공배달앱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취지는 참 좋은데 차별점이나 메리트가 없다.”

    업계에서는 공공배달앱의 부진을 ‘예견된 일’이라고 말한다. ‘낮은 수수료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착한 소비를 이끌겠다’는 취지는 훌륭했지만, 고객과 입점 업체를 끌어들일 차별점이 부족하고 인력, 자금, 기술, 편의성 등도 떨어져 명분만 내세운 ‘관 주도 정책’의 근본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자생력 부족
    대부분 공공배달앱의 운영은 자체 개발 능력과 인프라 부족 때문에 사업 용역을 통해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외주 개발의 단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오류 수정이 어려워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운영하다 보니 외주 업체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새로운 기능을 개발·추가하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유지·보수 정도가 과업으로 주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외주 특성상 앱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외주 특성상 앱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앱스토어 기준, ‘배달의민족’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21번의 앱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일단시켜’는 3번의 업데이트에 그쳤다. 그 내용도 ‘지역화폐 추가’ 외에는 특별한 기능이 도입된 것은 없었으며 버그 수정이 전부였다.

    지자체 공공배달앱을 운영 중인 한 외주업체 관계자는 “공공배달앱을 1년 동안 운영하면서 서비스 오류 등에 관해 유지·보수만 하는 것이 계약 내용이다”며 “만약 앱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경우 그에 대한 계약은 다시 맺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앱에 기능 하나를 추가하려면 개발, 테스트부터 실제 도입까지 길면 1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는데 외주 위탁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자금 운용력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의 공공배달앱이 자체 개발팀을 운영하며 수백억, 수천억원을 관리·개선에 투자하는 민간배달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배달앱을 운영 중인 지자체들을 살펴보면 앱 운영비로 평균 3억~4억원 정도의 예산을 책정했다. 개발, 유지·보수. 마케팅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마케팅비용으로만 2019년에 1337억원을 지출했다. 2019년 연매출 5654억원 중 23.6%에 달하는 금액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이 10년간 쌓아온 고객 응대, 간편결제, 리뷰 빅데이터, 편의성 등 노하우를 1~2년 된 공공배달앱이 따라잡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며 “지금까지 많은 공공앱이 출시됐지만,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전했다.

    ▶소비자 중심에서 벗어난 운영
    플랫폼은 판매자보다 소비자가 중심이 될 때 활기를 띠고 오래 유지된다. 앱 전문가들 역시 “공공배달앱이 소비자를 위한 혜택 제공에 더 힘써야 민간배달앱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시장에 나온 대부분 공공배달앱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고객의 주관적 평가 지표를 없애거나 최소화했다.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가 ‘배달의민족’과 비교해 적은 업체 필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가 ‘배달의민족’과 비교해 적은 업체 필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일례로 ‘배달의민족’은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업체를 고를 때 ‘배달 빠른 순’, ‘배달팁 낮은 순’, ‘주문 많은 순’, ‘별점 높은 순’, ‘가까운 순’, ‘찜 많은 순’ 등 다양한 선택 필터를 제공한다. 반면 ‘일단시켜’는 공공성을 지키고자 ‘거리순’, ‘누적 주문순’ 2가지만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의 ‘배달앱에서 업체를 고를 때 사용하는 필터’ 설문(복수응답)에 따르면 ‘리뷰·별점 높은 순(62.5%)’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누적 주문 많은 순(56.0%)’, ‘이용자 위치 가까운 순(39.3%)’, ‘할인율 높은 순(21.0%)’, ‘신규매장 순(5.0%)’이 뒤를 이은 결과와는 상반된 운영이다.

    ‘허위·악성 리뷰’, ‘별점 테러’ 등을 일삼는 블랙컨슈머로부터 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업체 간의 경쟁을 없애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으며 결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해 배달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시켜' 리뷰 3개 vs '배민' 리뷰 800개
    ‘3개 vs 800개’, ‘일단시켜’와 ‘배달의민족’에 가맹점으로 등록돼있는 강릉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리뷰 개수다. 무슨 메뉴가 좋은지, 치킨은 맛있는지 등 이용 고객들이 쌓아놓은 수백 개의 리뷰는 이용 예정인 고객들의 선택 오류를 줄게 만드는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7월22일 기준 해당 업체는 ‘배달의민족’에서 음료나 사이드메뉴를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단시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데이터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벌어진다. ‘배달의민족’은 발생한 데이터를 활용,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 고객이 어떤 메뉴를 많이 주문했고, 주문에 이르기까지 어떤 업체들을 구경했고, 거기서 어떤 메뉴를 눌러봤는지 등의 사소한 내용까지 축적해 하루 최대 80억 건의 데이터를 쌓는다.

    쌓인 데이터는 AI가 분석해 고객에게 추천 메뉴를 제공하거나 동선과 음식에 맞는 라이더(배달원)를 알려주는 등 다시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건은 ‘지속성·차별성’
    전문가들은 "공공배달앱이 ‘오픈빨’에 힘입은 반짝 성공으로 끝나지 않고 배달앱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엠아이전략연구소 김용한 소장은 “공공배달앱은 세금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매년 지속해서 투자 운영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일인 만큼 점주와 소비자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과 동참이 필요하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분명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배달앱 시장에 취약한 전통시장, 골목상권의 소상공인까지 입점 업체를 확대했다.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가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한 발짝 더 나아가 배달음식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앱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면 짧은 시간 안에 물건을 배송하는 ‘퀵커머스’까지 확장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공공배달앱은 민간배달앱이 취약한 분야를 대신할 수 있는 ‘선택 대안’ 역할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