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랩허브도 수도권···“말뿐인 지역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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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바이오 랩허브도 수도권···“말뿐인 지역균형”

    랩 허브 공모사업 춘천 탈락···인천 송도 선정
    지자체, 정부에 “지역 균형 발전 역행” 쓴소리
    대기업 밀어주기 논란···사업 취지 몰이해인가

    • 입력 2021.07.16 00:02
    • 수정 2021.07.18 06:17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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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최종 선정된 인천 송도의 예상 조감도. (사진=중소벤처기업부)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최종 선정된 인천 송도의 예상 조감도.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강원도와 춘천시가 정부에서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는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에 탈락, 인천 송도가 최종 선정되면서 ‘수도권 특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도권 지역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인 ‘지방분권형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9일 국가대표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 구축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과 함께 송도 세브란스 병원, 연구소 등이 집약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후보지 결정에 따라 송도는 바이오 창업기업이 실험‧연구‧임상‧시제품 제작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비롯해 각종 창업지원 프로그램,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 등을 종합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본래의 사업 취지를 망각하고 또다시 수도권 몰아주기를 했다는 쓴소리가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정치력과 자금력으로 인해 지역 네트워크 강화를 활용한 창업기업 육성이라는 사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대기업 주도의 바이오 랩허브를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특히 1차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강원도와 춘천시는 이번 결과가 어느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최종 후보지가 사실상 내정된 상황에서 들러리로 쓰인 것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균형 발전 역행하는 政

    K-바이오 랩허브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정부에 제안했던 대전을 비롯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전남 등 지역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중심주의가 도를 넘어섰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지역은 애초부터 여건과 지역 인프라가 다른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일방적인 수도권 밀어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체급이 다른 권투선수들을 한 링에 몰아넣고 시합을 한다면 결과는 뻔하듯 여건이 다르고 능력의 차이가 있는 지자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모방식은 지역균형발전을 도외시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춘천시의회 소속 김지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강원도와 춘천시 등 지자체에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지 않고 조급하게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시도했다는 비판은 어쩔 수 없지만, 애초부터 수도권을 후보지로 내정해놓고 나머지 지역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의심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춘천의 경우 아예 검토조차도 안된 상태로 떨어졌는데, 그 정도로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있지 않은 지역이었나 싶다”며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 지역균형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항상 말뿐인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의회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K-바이오 랩허브 비수도권 유치 공동선언에 동의했던 곽도영 강원도의회 의장은 “기본적으로 국책사업의 취지 중에 하나가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지방 소멸, 지역불균형 등을 정책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인데, 또다시 수도권 지역이 국책사업에 선정된 것은 지방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다”고 토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대기업’ 밀어주기?

    정부의 이번 후보지 결정이 일방적인 대기업 밀어주기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당초 중기부가 송도를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선정하면서 근거로 제시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의 국내 대표 ‘바이오 앵커기업의 존재’가 지역산업 생태계의 대기업 예속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송도는 대기업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 하에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성장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 이뤄져 왔다”며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형 기업들을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 끌어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양한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의 집적화를 바탕으로 하는 보스턴 랩센트럴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원도 바이오헬스과 관계자는 “사업 성격상 대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중기부의 명분은 창업기업이 사업에 뛰어든 이후 성장할 수 있도록 리딩기업이 필요하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동의는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춘천의 경우에는 대기업의 지지 없이 중소형의 벤처기업들이 20년 동안 자생적으로 성장한 지역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중기부가 높은 점수를 반영해주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바이오 랩허브는 ‘모더나’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한 모델로, 국비만 25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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