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자영업 진단] 2. ‘동네 세탁소’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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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자영업 진단] 2. ‘동네 세탁소’가 사라진다

    춘천 세탁소, 코로나19 직전 대비 18% 감소
    팬데믹으로 매출 감소, 세탁 프랜차이즈 가격 경쟁
    각종 환경 규제까지 세탁업계 삼중고

    • 입력 2021.07.19 00:02
    • 수정 2021.07.23 18:1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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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지역의 풀뿌리 경제가 곪아가고 있다. 새로운 시장 질서에 발 빠르게 적응해 온라인 마케팅 및 판로 개척에 나선 소상공인이 있는가 하면, 업종 특성상 이런 대응이 쉽지 않은 대면 서비스 위주의 소상공인들은 대책 없이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대형 상용 플랫폼이 부재하며 단골 장사에 의존하는 미용실, 세탁소, 피부 관리점, 마사지 전문점, 목욕탕 등 생활 밀착형 업종이 특히 고전하고 있다. MS투데이에서는 춘천지역 소상공 업계의 현실을 톺아보고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춘천 자영업 진단’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골목상권 세탁소의 소멸 위기
    국세청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춘천지역 세탁소 사업자는 168명이다. 전월(171명)과 비교하면 3명이 줄었다. 해당 통계에서 세탁소 사업자는 산업용 세탁업, 가정용 세탁업(운동화 빨래방, 셀프 빨래방, 자동세탁기 운영, 세탁물 배달 서비스 등), 세탁물 공급업(사용자에게 린넨, 유니폼, 타올, 침대보 등을 세탁해 임대 기준에 의해 공급하는 업종)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난 2017년 4월 155명, 2018년 4월 156명이었던 춘천지역 세탁소 사업자는 셀프빨래방 창업 등이 주목받으며 2019년 4월 164명, 지난해 4월 166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춘천지역 세탁 관련 사업자는 12명(7.7%) 증가했다. 그만큼 지역 내 세탁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춘천지역 세탁소 업종 밀집도 현황. (사진=통계지리정보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골목상권의 세탁소, 빨래방으로 업종을 한정하면 ‘동네 세탁소’의 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MS투데이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춘천 내 세탁소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232곳이었던 춘천지역 세탁소는 올해 4월 190곳으로 42곳(18.1%) 감소했다. 강원지역 전체적으로는 같은 기간 1247곳에서 1140곳으로 107곳(8.6%) 줄어든 것과 비교해 춘천지역의 세탁업종 소멸 속도가 더 가파르다. 전국적으로는 3만5617곳에서 3만2207곳으로 3410곳(9.6%) 감소했다.

    춘천의 전통적인 주거구역인 후평3동은 2019년 7월 후평우미린뉴시티(1745세) 등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배후 수요층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세탁소 수가 2019년 6월 14곳에서 올해 4월 7곳으로 반토막났다. 정주인구 규모가 큰 석사동 역시 같은 기간 33곳에서 26곳으로 7곳(21.2%) 업체 수가 감소했다.

     

    세탁소 업소 수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코로나19, 프랜차이즈, 규제 삼중고
    통상 세탁소는 코트 등 두꺼운 의류 세탁 의뢰가 많은 겨울철이 성수기이지만, 카드사 데이터를 통해 추산한 후평3동 권역 세탁소의 평균 매출액은 이런 흐름을 거스를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위축이 심각했다. 예년 같으면 매출 고점을 찍어야 할 늦가을~겨울철 매출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여파로 지난해 11월 303만원, 12월 323만원, 올해 1월 230만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업계에서 비수기로 꼽히는 올해 3월(531만원), 4월(546만원)의 월간 매출 상황이 더 나았을 정도다.

    후평동에서 현대세탁소를 운영하는 최건섭(66)씨는 “통상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은 세탁한 옷을 잘 차려입고 일요 예배에 참석하는데 코로나19로 종교활동이 위축되니 이런 수요도 많이 줄었다”며 “결혼식이 제한되니 한복 세탁이 줄고, 회식 문화가 없어지며 양복과 코트 세탁이 필요한 손님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후평동에서 3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건섭(66)씨. (사진=권소담 기자)
    후평동에서 3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건섭(66)씨. (사진=권소담 기자)

    갈수록 영역을 확대해가는 세탁 전문 프랜차이즈의 영향도 크다. 전국에 3000여개 가맹 네트워크를 갖춘 크린토피아는 코인 빨래방을 포함해 춘천에만 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크린에이드 역시 춘천 내 매장 12곳이 있다. 세탁편의점에서 세탁물을 접수한 후 설비를 갖춘 대형 공장에서 모든 세탁이 이뤄지며 소비자는 다시 편의점에서 세탁물을 수령하는 시스템이다. 통상 동네 세탁소의 와이셔츠 세탁비가 4000~5000원 수준인데 반해, 프랜차이즈 업체의 와이셔츠 세탁비는 1200원 수준이다.

    세탁업 관련 단체인 한국세탁업중앙회 등에서는 프랜차이즈의 이런 가격 책정에 대해 “저렴한 가격에 책정된 와이셔츠 세탁비는 프랜차이즈의 미끼상품”이라며 “공장에서 일괄 세탁하는 방식은 전반적인 세탁 서비스 품질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격차로 인해 소상공인 세탁소는 규모의 경제에서 점차 도태되고 있다.

     

    김한응 전 한국세탁업중앙회 강원도지회장이 운영하는 근화동 한국세탁소의 다리미 설비. (사진=권소담 기자)
    김한응 전 한국세탁업중앙회 강원도지회장이 운영하는 근화동 한국세탁소의 다리미 설비. (사진=권소담 기자)

    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유기성 물질을 사용하는 세탁업에 대한 규제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세탁용량 30kg 이상의 세탁시설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지정하고 있다. 유기성 물질을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이 대기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어 향후 세탁업에 대한 환경 관련 규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업계의 위기감도 크다.

    김한응 전 한국세탁업중앙회 강원도지회장은 “이미 일본은 7~8년 전 세탁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일반 세탁소 업체 수를 추월, 국내에서도 소수 대형 프랜차이즈가 세탁업계를 독과점해 시장을 장악하면 전반적인 소비자 요금이 어떻게 올라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세탁업종에 대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막는 기계를 의무화하기 전에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설비 구입비 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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