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방송 콘텐츠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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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방송 콘텐츠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 입력 2021.07.14 09:12
    • 수정 2021.07.15 14:03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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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김은희 작가가 쓴 드라마 ‘킹덤’이 2019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방송계에서는 새로운 현상이 하나 생겼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는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는 이미 내수 시장을 넘어선 지 오래다. 회당 제작비가 10억원이 넘어가는 대작 드라마 제작이 대거 늘어났다. 이런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가 동반되어야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는 실정이다.  

    토종 OTT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비 지원이 가능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우 한국에서 만들기 힘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 인정받을 만하다.

    라이선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준은 화제성과 스타성이다. 여기에는 좋은 배우가 필수적이다. ‘미스터 션샤인’이나 일본에서 4차 한류를 일으킨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래스’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이다. 요즘은 일본 한류 드라마 계보를 ‘빈센조’가 이어받고 있다.

     

    일본의 4차 한류는 넷플릭스를 통해 일어났으며 ‘사랑의 불시착’의 주연배우 현빈은 일본 팬들이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어 ‘현빈 로스(Loss)’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대작 드라마의 넷플릭스 독과점 구조는 갈수록 심화될지도 모른다. 구독경제, 취향경제의 시대에 젊은이들의 시청패턴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자리잡으면서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이 급속히 커져버렸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넷플릭스가 ‘사랑의 불시착’ 등 라이선스 드라마 제작에 수백억원을 제공했다고 하면, 그것으로 일본 회원과 동남아 회원을 확보해 벌어들인 수익은 훨씬 더 높아진다.

    하지만 토종 OTT는 그런 수익구조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는 웨이브와 티빙이 합쳐 글로벌 OTT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마저도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OTT 서비스업체들도 변화가 진행중이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의 촉진 과정에서 콘텐츠 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만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유통 플랫폼조차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쿠팡도 OTT를 인수하고 드라마, 예능, 다큐물을 제작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모델로 하는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끌어들이기는 거대한 취향산업이 된 문화산업을 활용해 유입 인구를 늘리려는 유통기업의 디지털 전략이다.

    다행히도 넷플릭스에 의존하지 않는 또 다른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다. ‘킹덤’ 제작사인 에이스토리가 제작해 올 하반기에 공개하는 드라마 ‘지리산’이 글로벌 OTT인 아이치이(iQIYI)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된다. 김은희 작가와 이응복 PD가 뭉쳤고, 전지현과 주지훈이 주연을 맡은 올해 최대 대작 드라마로, 광활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미스터리물이다. 이번이 넷플릭스가 아니면 못한다는 대작 성공 공식을 깰 수 있는 기회다. 항간에는 아이치이가 에이스토리에 넷플릭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기 글로벌 콘텐츠를 다년간 제작해온 월트디즈니 픽처스가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해 한국에서 OTT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애플TV 플러스’도 가세한다. 드라마 명가 삼화네트웍스는 CBS 인기드라마 ‘멘탈리스트’ 리메이크작을 워너브라더스 산하 OTT 플랫폼 HBO Max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넷플릭스와 아이치이 외에도 홍콩 기반의 PCCW가 운영하는 글로벌 OTT인 ‘Viu’와 접근하는 제작사도 나와야 한다.

    해외 OTT가 독점 구조에서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는 다각 구도로 바뀌는 것은 한국의 창작자와 제작사에는 좋은 일이다. 그런 구도속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OTT를 파트너로 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면 된다. 그게 우리의 갈 길이다. 

    그래야 확장성이 전혀 없는 판권 독점계약(output deal)이 아닌, 크리에이터에 유리한 저작권 협상도 가능해진다. 그런 과정속에 토종 OTT를 성장시키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한국 드라마의 강점 또는 경쟁력이 뭐냐고 물어보면 정(情)이나 휴머니즘 등 인간 내면을 잘 파고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 심리나 내면의 디테일이라는 기존 강점은 지켜나가되, 드라마나 예능의 제작과정에서 의사, 변호사, 과학자들과 분담해서 집필하는 구조를 도입해 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 미니시리즈가 12회 정도 가면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한다면, 좀 더 탄탄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협업 체계도 구축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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